올 시즌 '역대급' 제구력을 선보이며 성장하고 있는 kt 위즈 고영표

올 시즌 '역대급' 제구력을 선보이며 성장하고 있는 kt 위즈 고영표 ⓒ kt위즈


신재영이 아니다. 이재학도, 우규민도, 한현희도 아니다. 올 시즌 최고의 사이드암/언더스로 투수는 전혀 뜻밖의 이름인 임기영과 고영표이다. 임기영도 의외의 이름이지만, 고영표 역시 상당히 낯선 이름이다. 언뜻 보이는 고영표의 성적은 6승 11패 1홀드 4.91으로 전혀 훌륭하지 않기 때문이다. 11패는 리그 최다패 2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는 선발 등판한 21경기에서 126.2이닝 QS 10개를 기록하며 선발투수 WAR 18위, 언더스로 선발투수1위에 올라있다. 또 110탈삼진/15볼넷으로 좋은 구위와 제구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 준수한 세부 성적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적이 좋지 못한 것에는 kt의 불안한 수비진이 크게 작용했다. 뜬공/땅볼 비율이 1.70로, 리그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땅볼 타구를 유도해냈지만, kt의 수비진은 이를 잘 처리해주지 못했다(내야안타 허용 22개, 리그 1위). 허점이 있다고 평가 받는 스탯이기는 하지만, FIP(수비무관투구) 역시 3.95으로 평균자책점보다 훨씬 낮다. 만약 kt가 수비력을 개선할 수 있다면, 고영표의 성적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고영표는 지난 2년 간 한 번도 1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후반기에 더 날카로운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후반기 5경기 31.1이닝을 던지며 2승 2패 3.73 26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고작 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같은 1년차 잠수함 선발투수인 임기영이 후반기 평균자책점 10.00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남은 경기에서의 모습에 따라 올 시즌 최고의 잠수함 투수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

올해 그가 보여주고 있는 최고의 무기는 단연 제구력과 체인지업이다. 사실 패스트볼 스피드, 피홈런, 9이닝 당 탈삼진 등 여러 지표에서는 본인의 평년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9이닝 당 볼넷 허용 역대 최소 2위(1.05), 탈삼진/볼넷 비율 역대 최고 3위(7.33)로 이 타고투저의 시대에 그야말로 '역대급' 제구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난 시즌부터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체인지업이 발전하며 많은 우타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있다.

다만 언더스로의 고질적인 약점인 좌타자 공포증은 그에게도 약점으로 꼽힌다. 체인지업을 제외한 모든 구종이 좌타자들에게 크게 난타당했다. 비슷한 숫자의 좌/우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좌타자에게 2배나 더 많은 홈런을 허용하였고, 전반적으로 약세가 뚜렷하다. 또 좋은 제구력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큰 갭을 보여주는 사구(HBP)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프로야구 36년 동안 한 시즌 볼넷보다 사구가 많은 투수는 현재의 고영표가 유일하다. 물론 이 숫자는 시간이 지나며 역전될 가능성이 크지만, 뜬금 없이 나오는 사구는 투수의 리듬을 깨기 쉽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 좋은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2017년은 26살 젊은 투수의 첫 풀타임 시즌일 뿐이다. 올해와 내년 활약으로 2018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여 군 면제를 쟁취할 수 있다면, kt의 첫 토종 에이스 확보도 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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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박윤규기자
KT위즈 제구력 고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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