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위 SK가 4위 LG를 잡으며 5강 싸움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끄는 SK와이번스는 17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11안타를 터트리며 6-1로 승리했다. 종아리 부상을 당한 형 대신 선발 3루수로 출전한 최항은 1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때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최승준은 '친정'을 상대로 5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경기는 KBO리그 6년 차로 최근 3년 동안 526.2이닝을 던지고 있는 헨리 소사와 아내의 출산과 어깨 부상으로 개막 후 두 달 동안 3경기 등판에 그친 스캇 다이아몬드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한국에서 쌓은 커리어만 본다면 소사가 근소한 우위에 있었지만 결과는 다이아몬드의 완승이었다. 다이아몬드는 올 시즌 LG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4승을 거두며 확실한 '천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든과 라라에 실망한 SK, 빅리그 19승 좌완 다이아몬드 영입

SK는 작년 시즌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한국 생활 2년 차 메릴 켈리와 2013 시즌 공동 다승왕이자 2015년에 재합류해 7승을 거둔 크리스 세든으로 외국인 투수를 구성했다.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우완 파워 피처 켈리와 동양 야구에 익숙하고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기교파 좌완 세든의 조합은 매우 적절해 보였다.

하지만 작년 시즌 SK의 외국인 투수 농사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31경기에 등판하며 9승에 그친 켈리가 무려 200.1이닝을 소화하며 토종 에이스 김광현과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반면에 기대를 모았던 세든은 12경기에서 5승5패 평균자책점 5.37을 기록한 후 중도 퇴출되고 말았다.

SK는 세든을 퇴출한 후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브라울리오 라라를 영입했지만 그저 공만 빠른 라라는 SK 마운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시속 150km를 가뿐히 넘는 강속구를 가지고도 제구 불안이라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라라는 2승6패 6.70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결국 SK는 1.5경기 차이로 6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KIA 타이거즈에게 넘겨줬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SK는 힐만 감독을 영입한 후 2017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에 박차를 가했고 작년 12월12일 좌완 다이아몬드를 60만 달러에 영입했다. 2011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다이아몬드는 2012년 12승9패 3.54를 기록하며 팀 내 다승 1위를 기록했다. 특히 9이닝 당 볼넷이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적은 1.6개에 불과할 정도로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하는 투수다.

하지만 다이아몬드의 빅리그 커리어는 이름만큼 화려하게 빛나지 못했다. 다이아몬드는 2013년 6승13패5.43으로 성적이 추락했고 2014년과 2015년엔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한 작년 시즌에는 빅리그에 콜업됐지만 1경기에서 1이닝 동안 3점을 내준 후 다시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비록 빅리그에 정착하진 못했지만 SK 입장에서는 쏠쏠한 경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를 적당한 가격에 영입한 셈이다.

27이닝 3실점, LG만 만나면 커쇼가 되는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캐나다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KBO리그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대표팀 합류를 고사했다. 캐나다 대표팀에게는 야속한 일이지만 SK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이아몬드는 시범경기에서 3경기에 등판해 1패 7.04로 부진했지만 힐만 감독은 다이아몬드가 켈리와 함께 올 시즌 SK의 원투펀치로 활약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시즌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 아내가 출산을 하면서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4월1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야 뒤늦은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다이아몬드는 4월 3경기에 등판해 1승1.38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적응력을 보였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어깨 염증으로 다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5월을 통째로 거르고 말았다.

6월1일 kt위즈전에 복귀한 다이아몬드는 이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7월까지 5승3패4.76을 기록했다. 썩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SK가 기대했던 듬직한 좌완 에이스의 활약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8월에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기며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SK 마운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17일 LG전에서도 7이닝 동안 102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3사사구3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6회 제임스 로니에게 맞은 솔로 홈런을 제외하면 단 하나의 적시타도 허용하지 않았고 주자를 2루까지 내보낸 것도 한 번 뿐이다. 다이아몬드는 올 시즌 LG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4승 1.00(27이닝3실점)으로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다.

17경기에서 93.2이닝을 던진 다이아몬드는 경기당 투구 이닝이 6이닝이 채 되지 않고 피안타율도 .303로 다소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삼진을 많이 잡는 유형도 아니고 8월 들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4.32의 시즌 평균자책점도 아주 우수하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다이아몬드는 시즌을 두 달 가까이 걸렀음에도 이미 8승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승승장구 비결에는 시즌 8승 중 4승을 헌납한 '천적' LG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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