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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을 때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진도만가. 마을의 여성들이 상두꾼으로 참여한 게 특징이다.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원형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다.
 사람이 죽었을 때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진도만가. 마을의 여성들이 상두꾼으로 참여한 게 특징이다.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원형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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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자주 내리면서 바람결에서 기분 좋은, 가을의 내음이 묻어나는 요즘이다. 무더위가 누그러지면서 나들이하기에도 한결 수월해졌다. 제법 선선한 바람결을 따라 조금 멀리, 흥과 멋이 넘치는 '민속문화의 보고' 전라남도 진도로 간다.

진도의 민속은 흥과 멋이 넘친다. 흥과 멋은 죽음의 현장에서조차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게 진도 민속의 특징이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진도 전통의 상례(喪禮)와 장례(葬禮)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8월 19일(토)과 20일(일) 이틀 동안 마련된다. 생생문화 체험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초상을 치루면서 망자의 혼을 달래는 진도씻김굿의 한 장면.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재현한 모습이다.
 초상을 치루면서 망자의 혼을 달래는 진도씻김굿의 한 장면.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재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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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재현된 진도씻김굿의 한 장면. 망자의 저승길을 닦아주는 모습이다.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재현된 진도씻김굿의 한 장면. 망자의 저승길을 닦아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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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땅 진도는 아직도 전통의 상·장례를 충실히 보존하고 있다. 초상을 치르면서 망자의 혼을 달래는 '씻김굿'과 망자의 출상 시간을 기다리며 하는 '다시래기', 망자의 관을 운구하고 하관하면서 부르는 상여소리인 만가(輓歌)가 대표적이다. 모두 우리나라 상·장례의 전형과 진도의 독특한 모습이 버무려져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씻김굿과 다시래기는 8월 19일 오후 5시부터 진도읍에 있는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볼 수 있다. 진도씻김굿은 산 사람들의 복과 덕을 축원하고, 망자가 저승으로 편안히 갈 수 있도록 깨끗이 씻기는 굿이다. 예술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높고 음악도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1980년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72호가 됐다.

노래와 춤과 재담으로 한바탕 노는 진도다시래기의 한 장면. 상가에서 출상 전날 밤에 상주와 그 가족을 위로하는데 목적이 있다.
 노래와 춤과 재담으로 한바탕 노는 진도다시래기의 한 장면. 상가에서 출상 전날 밤에 상주와 그 가족을 위로하는데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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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다시래기의 한 장면. 사당과 거사가 나와서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으며 노래와 춤을 즐긴다.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재현할 때 모습이다.
 진도다시래기의 한 장면. 사당과 거사가 나와서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으며 노래와 춤을 즐긴다.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재현할 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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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다시래기는 상가에서 출상하기 전날 밤에 상주와 그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노래와 춤과 재담으로 노는 놀이이다. 다시 낳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같이 즐긴다(다시樂), 출상 시간을 기다리면서 하는 놀이(待時래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래와 춤을 파는 사당과 사당패의 으뜸인 거사가 나와서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고, 노래와 춤을 즐기다가 아이를 낳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관객들을 한바탕 웃음의 바다로 이끈다. 요즘의 마당극과 흡사하다.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81호로 돼 있다.

진도만가 시연은 8월 20일 오전 11시 진도대교 아래 광장에서 한다. 만가는 사람이 죽었을 때 상여를 매고 가면서 부르는 노래다. 여느 지역과 달리 마을의 여성들이 상두꾼으로 참여하고 함께 소리를 한다는 점이 진도만가의 특징이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제19호)로 지정돼 있다.

진도만가 행렬. 마을의 여성들이 상두꾼으로 참여해 함께 상여소리를 한다.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재현할 때 모습이다.
 진도만가 행렬. 마을의 여성들이 상두꾼으로 참여해 함께 상여소리를 한다.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재현할 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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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만가를 하던 상여꾼들이 상여를 내려놓고 잠시 놀며 쉬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재현할 때 모습이다.
 진도만가를 하던 상여꾼들이 상여를 내려놓고 잠시 놀며 쉬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진도 남도석성에서 재현할 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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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통의 상장례 문화가 진도에서 아직까지 보존된 이유로 진도의 역사와 사회적 조건에서 찾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진도가 우리 역사에서 큰 전쟁을 한 번도 비켜가지 못한 전장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이다. 후삼국시대 견훤과 왕건의 쟁투, 몽고의 내침과 용장산성, 정유재란과 이순신의 명량대첩, 동학혁명과 최후의 저항, 6·25전란 등이 그것이다.

사회문화적인 이질성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중앙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사는 진도의 토착민과, 중앙에서 유배당해 온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괴리감이 컸다는 것이다. 하여, 진도 미술은 상류층의 예술인 반면 진도 음악은 민중 예술이라는 이질감까지 생겼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진도 특유의 아픔과 이질감이 죽음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민속에도 고스란히 표현됐다는 얘기다.

진도 운림산방의 소치 생가. 운림산방은 소치 허련의 일가 직계 5대가 화실을 꾸미고 머문 곳이다. 남도를 예술의 고장으로 승화시킨 중심지다.
 진도 운림산방의 소치 생가. 운림산방은 소치 허련의 일가 직계 5대가 화실을 꾸미고 머문 곳이다. 남도를 예술의 고장으로 승화시킨 중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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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림산방 내 소치기념관 전경. 소치 허련 등 허씨 일가의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운림산방 내 소치기념관 전경. 소치 허련 등 허씨 일가의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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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서 볼만한 공연이 또 있다. 19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진도군립 민속예술단의 민속공연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상설 무료 공연이다. 무형문화재전수관 옆에 있는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한다. 남도소리, 강강술래, 진도북놀이, 단막창극까지 흥겨운 진도민속을 만날 수 있다.

진도에서 운림산방도 빼놓을 수 없다. 연못 가운데 둥근 섬에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이 피어있고, 연못에 수련도 가득해 멋스럽다. 운림산방은 시·서·화에 능했던 조선의 대표 화가 소치 허련에서부터 그의 아들 미산 허형, 손자 남농 허건, 증손자 임전 허문, 고손자 오당 허진까지 일가 직계 5대가 200여 년 동안 그림을 그려온, 큰 화맥의 뿌리다. 진도를, 나아가 남도를 예술의 고장으로 승화시킨 중심지다.

진도의 서부해안을 타고 도는 도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세방낙조 전망대는 해질 무렵 섬과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일몰이 황홀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매주 토·일요일 오후 1시부터 진돗개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진돗개 공연과 장애물을 통과하는 묘기(어질리티), 경주도 재미를 선사한다.

진도를 뭍과 연결시켜 준 진도대교 전경. 진도와 해남 사이 울돌목은 정유재란 당시 명량대첩의 현장이기도 하다.
 진도를 뭍과 연결시켜 준 진도대교 전경. 진도와 해남 사이 울돌목은 정유재란 당시 명량대첩의 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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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도만가,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 #진도민속, #상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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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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