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 내한 공연을 두고 이런 저런 뒷말이 많은 모양이다.  당일 도착 - 당일 밤 출국이라는 초스피드 일정 진행에 무성의 논란 등등.

그간 국내에서 열린 역대 팝스타들의 내한공연 중에선 조용하게 잘 마무리된 행사보단 출연료 논란부터 시작해서 각종 사건 사고 등으로 인해 홍역을 치른 사례가 제법 많았다.  비교적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최근에도 이럴 정도니 과거엔 오죽 했을까.

본격적인 인기 팝스타 내한의 효시로 언급되는 1969년 클리프 리처드 이후 숱한 화제를 모았던 그 시절 공연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클리프 리처드 (1969년 10월 16~18일 이화여대 대강당)

 클리프 리처드가 주연 + 주제곡까지 도맡았던 1961년 영화 The Young Ones 사운드트랙.  동명 머릿곡은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클리프 리처드가 주연 + 주제곡까지 도맡았던 1961년 영화 The Young Ones 사운드트랙. 동명 머릿곡은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1950년대 마릴린 먼로, 밥 호프, 루이 암스트롱 등 미국 인기 연예인들이 주한 미군을 격려하기 위해 한국을 찾긴 했지만 이는 공식적인 행사로 보긴 어려웠다. 실질적인 해외 팝 가수 내한 공연의 시작은 1969년 클리프 리처드로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 당시 국내 언론은 그의 공연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클리프 환영에 소녀팬들 광태"  (1969년 10월 16일 경향신문)

많은 이들이 영국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그의 방한을 보수적인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표적인 사건으로 지적했다. 환호를 넘어선 여성 관객들의 울부짖음, 속옷 투척(?), 대거 실신 등 이 일을 두고 이후 YMCA는 대규모 시민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레이프 개럿 (1980년 6월14~22일, 서울 숭의음악당)

 레이프 개럿의 히트곡 모음집 표지

레이프 개럿의 히트곡 모음집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레이프 개럿은 'I Was Made for Dancin' 단 한곡으로 비지스, 앤디 깁과 더불어 1970년대 후반 디스코 시대를 장악했던 배우 겸 가수였다. 짧았던 전성기의 끝자락이던 1980년 6월 열린 내한 공연 역시 과거 클리프 리처드 못잖은 여성팬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역시나 매 공연마다 실신한 관객들이 들것에 실려나가는 사고도 이어졌다.

이에 정부 당국에선 1982년 추진되었던 그의 두번째 내한 공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사실상 불허한 셈.  

한편 이 행사의 오프닝을 맡았던 미8군 무대 출신의 록그룹 무당은 당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정식 음반 데뷔의 기회를 얻었고 이후 '멈추지 말아요' 등의 인기곡을 배출하기도 했다.

둘리스 (1981년 2월 14~15일 잠실 실내체육관)

 둘리스의 히트곡 모음집 표지.

둘리스의 히트곡 모음집 표지. ⓒ Sony Music U.K


개그우먼 조혜련의 일명 "아나까나 송"의 원곡 'Wanted'(UK 싱글 차트 3위)는 1980년 무렵 국내 라디오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추억의 팝송이다. 이 곡의 주인공인 둘리스는 비록 미국 시장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영국, 유럽, 아시아 지역에선 제법 큰 성과를 거뒀던 남매+친구들로 구성된 그룹이었다.

KBS 초청 + 1억원의 고액 출연료로 성사된 둘리스 내한 공연은 이틀간 무려 2만여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성황리에 진행되었고 대규모 암표상이 경찰에 적발될 만큼 행사 외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아직 국내 무대에선 볼 수 없었던 현란한 "레이저 조명쇼"는 당시 국내 음악계 종사자들에겐 큰 충격을 선사했다고 회자된다. 

리틀 리버 밴드 (1981년 12월 2~3일 세종문화회관)
에어 서플라이 (1982년 5월 3~4일 잠실체육관)

 1980년 발표된 에어 서플라이의 첫번째 미국 시장 인기작 Lost In Love 표지

1980년 발표된 에어 서플라이의 첫번째 미국 시장 인기작 Lost In Love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앞서 언급된 그룹, 가수들과 달리 'Lonesome Loser', 'The Night Owl'의 리틀 리버 밴드와 'Lost In Love', 'The One That You Love'의 에어 서플라이는 콘서트가 열리던 즈음 미국 시장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던 호주의 인기 그룹이었다. 1980년대 진행된 내한 공연이 대부분 전성기가 지난, 이른바 "한물 간" 추억의 가수 위주로 진행되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기획이 아닐 수 없었다.

두 공연 모두 중앙일보의 주최로 열렸는데 1980년대 중앙일보는 <음악세계>, <뮤직시티> 같은 팝음악 월간지를 발행할 만큼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1~2만원이라는 당시로선 고가의 입장료가 발목을 잡았는지 (1981년 라면 가격은 100원 미만) 흥행은 기대만큼 크게 이뤄지진 못했던 모양이다. 한동안 이들에 견줄만큼 전성기 인기팀의 방한은 이뤄지지 못했다.

어쨌든 리틀 리버 밴드와 에어 서플라이는 1980년대 중반까지 빌보드 순위를 누비면서 전성기를 구가했고 10년이 지난 1992년 에어 서플라이는 또 한차례 내한 공연을 갖게 된다.

듀란 듀란 (1989년 2월 11일 잠실실내체육관)

스트라이퍼 (1989년 4월 25일 올림픽체조경기장)
티파니 (1989년 6월 17~21일 부산, 안양, 서울)

 1980년대말, 데비 깁슨과 더불어 10대 아이돌 가수 시대를 열었던 티파니의 데뷔 음반 Tiffany 표지

1980년대말, 데비 깁슨과 더불어 10대 아이돌 가수 시대를 열었던 티파니의 데뷔 음반 Tiffany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이른바 "88 서울 올림픽"은 1980년대 해외 팝스타들의 내한 공연을 이끈 기폭제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들을 초청한 각종 축하 행사가 진행되었고  이러한 열기는 이듬해 1989년에도 계속 이어졌다.

비록 당시엔 성사되지 못했지만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그 무렵 3인조로 재편되었지만 만만찮은 인기를 얻었던 듀란 듀란, 해외 헤비메탈 밴드의 사상 첫 공연으로 기록된 스트라이퍼, 데비 깁슨과의 라이벌 경쟁 속에 아이돌 스타로 사랑받은 티파니 등이 이 무렵 성공적인 내한 행사를 가진 스타들로 기억되고 있다.

뉴 키즈 온 더 블록 (1992년 2월 17일 올림픽 체조경기장)

 1990년 발표된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대표 음반 Step By Step 표지.

1990년 발표된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대표 음반 Step By Step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최고의 인기, 최악의 사고. 'Step By Step', 'Hanging Tough' 등을 배출하며 1988~1990년 사이 전 세계 10대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은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내한 공연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이렇다.

1명 사망, 40여명 부상이라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만큼 공연장 안전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이로 인해 한동안 내한공연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시장에는 찬바람이 몰아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잉베이 맘스틴 같은 헤비메탈 뮤지션부터 시카고 같은 비교적 점잖은 밴드 조차 공연 허가가 불허될 정도로 그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마이클 잭슨 (1996년 10월 11일, 13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1999년 6월 25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1982년에 발표된 마이클 잭슨 최고의 음반 Thriller 표지

1982년에 발표된 마이클 잭슨 최고의 음반 Thriller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음악인 중 최고 스타는 단연 마이클 잭슨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1980년대말부터 여러차례 공연이 추진되었지만 '근검절약 사회 분위기 저해'(1993년 정부 불허 사유) 등을 이유로 든 정부 당국의 공연 불허, 고액 출연료를 감당할 기획사 부재 등이 맞물려 오랫동안 이뤄지지 못하다가 1996년이 돼서야 성사되었다.

1996년과 99년 총 두차례에 걸쳐 이뤄진 그의 공연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첫번째 내한 땐 무려 220만 달러에 달하는 고액 개런티, 일부 보수단체의 주도의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반대공동대책위원회" 활동, 립싱크 논란, 김수환 추기경 예방 등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1999년엔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열렸고 머라이어 캐리, 파트리샤 카스, 여명, 영화배우 스티븐 시걸, H.O.T 등 등 국내외 유명 스타들의 합동 공연이 진행되어 관심을 모았지만 당초 참석이 예정되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스콜피온스, 블랙스트리트 등의 불참 등은 옥에 티로 남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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