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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범죄 해결을 위해 대통령까지 나섰습니다. 8일 문재인 대통령은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지난 10년 사이(2006~2016) 10배 이상 늘었습니다. 현실이 이러니, 몰카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여성들은 원룸, 공중화장실 등 일상 공간에서조차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습니다. 현실의 공포에 심리적 불안까지 더해져 위축되는 것이지요. <오마이뉴스>는 '몰카 OUT' 기획을 통해 몰카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짚고, 그 대안을 모색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11일 여의도 한강공원 수영장.
 지난 11일 여의도 한강공원 수영장.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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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철, 기승을 부리는 게 있다. 피서지에 해충마냥 파고든 '몰카'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1일 낮 1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야외수영장. 평일이지만 무더위를 즐기려는 가족과 연인 단위 피서객으로 수영장이 붐볐다. 날씨가 푹푹 찔수록 경찰 '몰카 단속반'은 바빠진다.

수영장에 도착한 두 순경이 먼저 방문한 곳은 정문 쪽 여자화장실. 이소림(32·영등포경찰서 여의도 지구대) 순경이 검은색 카메라를 손에 쥐더니 화장실로 들어간다. 피서객들은 보통 수영복만 입은 상태로 화장실에 들어간다. 몰카 설치 가능성이 여느 화장실보다 높다. 카메라로 천장과 바닥, 좌우를 사방팔방 집중해서 살핀다.

이 장비는 렌즈탐지기로, 경찰청이 여름철 몰카 퇴치를 위해 피서지가 관할인 일선 경찰서에 보급한 것이다. 적외선을 쏘는 카메라 시야에 불빛의 반짝거림이 있으면 렌즈가 달린 물체가 있다는 신호다. 이 순경은 "반짝거리는 부분을 다가가서 뜯어본다"라며 "다른 데도 육안으로 확인해본다"라고 설명했다.

단속을 피하려는 수영장 몰카는 교묘하고 다양하다. 탈의실에서 몰카는 감쪽같은 '위장전술'을 펼친다. 피서객의 옷가지로 위장한 몰카도 있단다. 동행한 조위영(31·여의도 지구대) 순경은 "단속하려면 바구니와 짐, 비닐봉지와 옷가지를 일일이 들춰 확인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작은 것도 무심코 건너뛸 수 없는 게 몰카 단속이다.

수영복 골라 촬영... "어떻게 당할지 모르니 불안해"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특정 부위를 휴대전화로 찍으려는 사례도 종종 적발된다. 피서지로 각광받는 해운대 해수욕장의 경우, 올해부터 지난 14일까지 몰카 단속에서 적발된 12건(해운대경찰서 추산) 중 전부가 휴대전화로 신체를 무단 촬영하다 걸린 것이다.

단속 없이는 '몰카 안전지대'를 만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조 순경은 "단속에 들어갈 때 피서객들 행동을 유심히 보고, 오전 9시 개장 이전엔 탈의실을 살펴본다"라며 "오후와 야간 시간대에 수영장을 중점적으로 살핀다"라고 설명했다.

한강공원 수영장은 여의도와 뚝섬을 비롯해 총 6곳이다. 도심 수영장은 몰카 설치 가능성이 있는 장소로 꼽힌다. 광나루 한강공원 수영장 몰카 점검에 나섰던 남명희(48·여) 강동구청 여성안심보안관은 "수영장은 탈의실에다 샤워실, 화장실까지 있어 몰카 설치 범위가 다른 곳보다 광범위하다"라며 "탈의하는 모습을 촬영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몰카가 초소형화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수영장 탈의실 열쇠구멍과 샤워실 수도꼭지도 몰카 점검 대상에서 빠질 수 없게 됐다.

여성 피서객들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몰카가 설치된 것만 같아 불안감을 느낀다. 지난 11일 여의도 한강공원 수영장에 들른 김미진(37·여)씨는 "왠지 몰카가 있을 것 같아 쭉 한 번 둘러보게 된다"라면서 걱정을 나타냈다. 정미림(23·여)씨도 "화장실과 탈의실을 안 갈 수도 없는 것 아니냐"라면서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니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이소림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순경이 렌즈탐지기로 수영장 화장실 몰카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소림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순경이 렌즈탐지기로 수영장 화장실 몰카 단속에 나서고 있다.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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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이 커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최근 몰카 범죄가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적발된 몰카 범죄는 지난 2011년 1523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급증한 뒤, 2016년엔 5185건에 이르렀다.

이에 경찰청은 피서지 몰카 예방을 위해 지난달 처음으로 전국 지방경찰청에 렌즈탐지기 70대와 몰카에서 방출된 전파를 잡아내는 전파탐지기 16대를 지급했다. 장비가 지급되면서 몰카 탐색의 정확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장비가 없으면 단속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로 타인의 몸을 촬영하는 경우는 적발할 수 있지만, 몰래 설치해놓은 작은 카메라를 육안으로 찾는 것은 힘들다.

한강공원 수영장을 관할로 둔 A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단속을 마쳐 서울청에 장비를 반납했다"라며 "이번 주는 몰카 단속에 나설 수 없게 됐다"라고 밝혔다. 물론 8월 말이면 한강공원 수영장 운영이 마무리되긴 하지만, 사실상 상시적인 몰카 단속을 하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보유한 장비는 렌즈탐지기 5대와 전파탐지기 3대. 렌즈탐지기는 한강공원 여름파출소가 있는 경찰서 다섯 곳에 한 대씩 지급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A경찰서는 렌즈와 전파탐지기 두 대 모두를 갖고 있어, 다른 경찰서에 장비 한 대를 주고자 반납받은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예산을 받아 장비를 추가로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력·장비 부족해... "몰카 유통 문제 살펴야"

경찰청이 피서지를 관할로 둔 경찰서에 지난달 보급한 렌즈탐지기.
 경찰청이 피서지를 관할로 둔 경찰서에 지난달 보급한 렌즈탐지기.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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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인력 부족도 몰카 단속을 옥죄는 원인이다. 한강 여름파출소를 둔 B경찰서 관계자는 "지난달 몰카를 일제 단속해서 당분간 단속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단속이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특정 시기에 '벼락치기'로 실시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여성청소년과에서 몰카 단속을 담당하는데 경찰서마다 부서의 내근 직원이 많아야 예닐곱 명밖에 안 된다"라면서 "인력에 한계가 있어 구청과 협동해서 단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인력으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도 점검해야 하므로 몰카 단속에만 시간을 쏟기엔 무리라는 설명이다. 

몰카 단속이 갖는 한계점의 극복을 위해서라도 누구나 몰카를 구해 설치할 수 있는 환경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종일 몰카 단속에 매달릴 순 없는 상황이므로 손쉽게 몰카를 구할 수 있는 유통의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몰카 OUT] 기획 기사 보기
① [영상] 1시간 만에 '탐지기도 소용없는 몰카' 살 수 있다?
② "나사 구멍에도 초소형 카메라가..." 몰카 잡는 여성들


태그:#피서지, #몰카, #경찰, #수영장, #한강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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