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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성주-김천 주민,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 위원회, 평통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사드 4기 추가 배치 협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성주-김천 주민,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 위원회, 평통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사드 4기 추가 배치 협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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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사드의 전자파와 소음이 미미하다는 국방부의 측정 결과 발표를 계기로 조속한 사드 배치를 촉구하는 보수 진영의 요구가 또다시 거세지고 있다. 전자파와 소음만 심하지 않으면 사드 문제가 마치 모두 해결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전자파와 소음은 사드 문제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드가 과연 대한민국 안보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수 진영은 사드가 '신의 방패'라도 되는 것처럼 찬사를 쏟아낸다. 사드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북핵이 우리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처럼 '공포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나는 사드가 북핵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데에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주장을 줄곧 펴왔다. 사드의 성능을 따지기 전에 한반도의 지리적 법칙만 봐도 이러한 주장이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사드가 무용지물에 가까운 까닭은?

사드의 최저 요격 고도는 40km이고 최고 요격 고도는 150km이다. 그래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사드 요격 범위 진입시 40km '밑'으로 날아와도, 150km '위'로 넘어가도 미사일을 잡을 수 없다. 그런데 남북한은 휴전선을 맞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심이 대단히 짧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야구공 던지기에 비유해보자. 중간에 높이 4m에서 15m 사이로 그물을 쳐놓고 투수에게 야구공을 쥐어주면서 그물에 걸리지 않고 20m 정도 던져보라고 해보자. 이 투수는 4m 아래로도, 15m 위로 던져도 그물에 걸리지 않고 20m 정도는 족히 던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투구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사드가 한국 방어에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주장도 이러한 지리적·물리적 법칙에 따른 것이다.

이에 덧붙여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제(MD)의 요격율이 날씨가 좋지 않으면 떨어질 것이라는 미 육군 보고서의 내용도 있다. 북한이 기만탄을 사용하면 진짜 탄두와의 식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미국 MD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사드의 한계는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의 사드 방어력에 대한 평가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한국 국방부는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면 수도권, 강원도 북부, 그리고 호남 일부와 제주도를 제외한 한국 방어가 가능하다며 "우리 국민 2천만명의 안전을 더 굳건하게 지켜드릴 수 있다"고 장담해왔다.

그런데 정작 사드 포대의 주무 사령관인 토마스 밴달 주한 미8군 사령관은 "성주는 부산, 대구 등 대한민국 남부를 지키기 위한 최적의 위치로, 남부의 한국민 1천만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어권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한국 국방부가 주한미군보다 사드의 방어력을 과장해온 셈이다.

사드가 북핵 방어에 효과가 있다면...

백번 양보해 사드가 북핵 방어에 큰 효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대한민국 안보에 도움이 될까? 단언컨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사드가 한미 양국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질수록 '코리아 아마겟돈'의 문턱에 성큼 다가서게 될 것이다. 왜 그럴까?

북핵 대처에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지만 이게 성공하지 못하면 군사적 선택을 고려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조건부 대화론을 고수하면 외교적 해결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사드 배치가 완료되고 가동에 들어간 상태에서 미국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불가해졌다고 판단하면, 사드는 미국의 군사적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사드가 없을 때에 비해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거꾸로 북한은 한국 내 사드 배치에 어떻게 대처할까? 핵미사일을 만들어봐야 요격당할 것이라고 여기고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까? 아니면 유사시 사드를 무력화하고 회피할 수 있는 더 강력하고 더 많은 무기를 만들어낼까? 혹시 북한이 사드 배치를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은 없는가?

한반도 전쟁 위기는 두 가지 믿음이 교차할 때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이 한국 내 사드 배치 완료를 미국의 대북 공격의 수순으로 믿을 때이다. 또 하나는 미국이 사드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을 때이다. 이처럼 사드와 같은 MD는 군비경쟁 억제와 위기관리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대한민국의 국익은 평화다"라고 말했다. 거의 같은 시각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사드 (잔여) 발사대 4기에 대해 임시배치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최단시간 내에 임시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국익인 반전평화와 위기관리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드 배치가 과연 양립가능한 것인지를 말이다.


태그:#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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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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