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돌아왔다. 지난 6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에서 부상으로 쓰러진 지 2개월 만이다.

토트넘 홋스퍼가 13일 오후 9시 30분(한국 시각)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1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경쟁팀들이 부진했던 것과 달리, 개막전부터 시원한 승리를 따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볼거리가 많았던 '우승 후보' 토트넘의 개막전

손흥민이 부상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며 벤치에 머물렀지만, 토트넘의 올 시즌 첫 경기는 볼거리가 많았다.

우선, 토트넘과 잉글랜드 국가대표 우측 풀백 카일 워커의 이적(맨체스터 시티) 공백을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우승을 이끈 카일 워커-피터스가 메웠다. 주 포지션인 왼쪽이 아닌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지만,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워커-피터스는 포백 수비진과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보여줬고, 안정적인 측면 수비와 적절한 커버링 등을 선보이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제 20살, EPL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신예의 데뷔전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활약이 훨씬 기대된다.

토트넘이 새로운 영입 선수가 하나도 없는 불안감을 지워낼 수 있는지도 관심이었다. 리그 우승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호성적을 위해서는 전력 보강이 필요한 듯 보였지만, 토트넘의 올여름은 조용했다. 팀은 손흥민과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젊은 선수들의 능력을 믿었다.

선발 출전한 케인과 알리, 에릭센 등 주전 선수들은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지휘자' 에릭센의 활약이 눈부셨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15개의 도움을 기록한 에릭센은 개막전부터 2개의 도움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토트넘은 전반전 내내 뉴캐슬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며 고전했지만, 에릭센은 달랐다. 순간적인 방향 전환, 공격수의 침투 타이밍에 맞춘 정확한 패스,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 등 전반전은 에릭센의 원맨쇼였다.

후반전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2분, 뉴캐슬의 존조 셸비는 넘어져 있던 알리의 발을 밟으며 퇴장당했다. 안정된 수비를 선보이던 뉴캐슬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에릭센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후반 16분, 케인과 볼을 주고받은 에릭센이 중앙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 공간으로 크로스를 시도했고, 알리가 수비수를 따돌리며 슈팅에 성공해 골망을 갈랐다. 알리의 움직임과 마무리도 훌륭했지만, 에릭센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 넓은 시야, 창의성이 감탄사를 자아냈다.

에릭센은 추가골 장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알리와 케인, 에릭센이 EPL 중계 카메라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빠른 패스를 주고받았고, 벤 데이비스의 강력한 슈팅이 골망을 출렁였다. 프리시즌 훈련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호흡, 높은 축구 지능 등이 빛났던 멋진 득점 장면이었다.

토트넘은 개막전부터 2도움을 기록한 에릭센을 앞세워 승리를 따냈다. 전반전 내내 조용하던 알리도 날카로운 움직임을 통해 득점포를 가동했다. 케인도 방대한 활동량을 앞세워 여러 차례 상대 골문을 위협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도 이른 시간 교체 투입돼 흐름을 바꾸는 등 나쁘지 않은 복귀전을 치렀다.

손흥민 대신 선발 출전한 무사 시소코의 활약은 아쉬웠다. 프로 데뷔전을 치른 워커-피터스보다 존재감이 없었을 정도로 부진했다. 5만여 친정팬들의 야유 때문인지 몸은 무거웠고, 판단은 매번 늦었다.

토트넘은 새로운 영입이 없는 데다 손흥민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에릭 라멜라도 부상을 떨쳐내지 못했다. 시소코와 해리 윙크스, 빈센트 얀센 등 벤치 자원들이 지난 시즌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전력 보강이 없다는 불안 요소를 지워낼 수 있다.  

돌아온 손흥민, 완벽한 회복이 중요

한국 축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은 손흥민의 투입 시점이었다. 일부에서는 부상에서 완쾌되지 못한 탓에 명단 제외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손흥민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손흥민은 시소코의 부진에 일찌감치 몸을 풀었고, 후반 12분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팔에 깁스하고 있었던 탓에 거친 몸싸움은 스스로 피해야 했지만,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뉴캐슬 포백 수비 라인 뒤를 여러 차례 노렸고, 좌우를 가리지 않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몇 차례 좋은 위치를 선점했음에도 패스를 받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경기 막판 날렵한 드리블과 침투 패스로 케인에게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줬다. 오프사이드에 걸리기는 했지만, 예리한 침투와 패스로 케인이 골망을 흔드는 장면도 연출했다. 2달 만의 실전 경기였지만, 감각은 살아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21골을 터뜨리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지워냈다.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였음에도 예상보다 빨랐던 복귀전이 증명한다.

그러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 아직 손흥민은 부상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이날처럼 거친 몸싸움은 최대한 피하고, 역습에서 보여줄 수 있는 빠른 드리블과 뒷공간 침투 등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면서, 하루빨리 완벽한 복귀전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른 득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완벽한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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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토트넘 VS 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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