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수원삼성-FC서울의 라이벌전 기자회견에서 수원 조나탄(왼쪽부터), 염기훈, 서정원 감독과 서울 황선홍 감독, 윤일록, 데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수원삼성-FC서울의 라이벌전 기자회견에서 수원 조나탄(왼쪽부터), 염기훈, 서정원 감독과 서울 황선홍 감독, 윤일록, 데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82번째 슈퍼매치는 뜨거웠다. 다만, 이름값에 따르는 막중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 경기였다.

FC 서울이 12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서울은 수원과 올 시즌 3차례 맞대결에서 2승 1무를 기록했고,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 수원전 무패행진(3승 1무)의 좋은 흐름도 이어갔다.

슈퍼매치란 이름에 걸맞게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득점왕 경쟁을 벌이는 데얀(16골)과 조나탄(19골), 도움왕 싸움을 벌이는 윤일록(10도움)과 염기훈(7도움) 등이 선발로 나섰고, 슈퍼매치를 보기 위해 26,581명의 관중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수원은 지난 9일, 광주 FC와 FA컵 경기에서 120분 연장 혈투를 벌였던 터라 변화가 있었다. 고차원이 선발 명단에 깜짝 투입됐고, 이종성, 최성근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서울은 주전 미드필더 주세종이 벤치에 머무른 대신, 수원 출신 이상호, 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 고요한, 오스마르를 중원에 내세웠다.

경기 초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중원 싸움이었다. 양 팀 모두 강력한 전방 압박을 구사하며,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염기훈과 윤일록, 코바 등이 중원 싸움에 가담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82번째 슈퍼매치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양 팀 수문장의 선방쇼였다. 신화용 골키퍼는 전반 19분, 득점이나 다름없던 데얀의 헤더를 놀라운 반사 신경을 선보이며 막아냈다. 후반 3분과 33분에도 선방 능력을 자랑하며, 수원 골문에 든든함을 더했다. 양한빈 골키퍼도 염기훈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막아낸 데 이어 김민우의 재차 슈팅까지 선방해내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라이벌전인 탓에 위험한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떠오른 조나탄이 김원균의 거친 태클에 부상을 당하며, 일찌감치 교체됐다. 김민우는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신광훈의 발에 얼굴이 밟히는 아찔한 순간도 맞이했었다.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 확인 결과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하에 반칙이 선언되지는 않았지만, 절대 나와서는 안 될 장면이었다.

치열했던 승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갈렸다. 후반 16분, 고요한이 올린 크로스가 수원 스리백 수비의 핵심인 곽광선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중 경기 120분 혈투, 라이벌전 쉼 없는 압박에 지친 발과 집중력이 문제였다. 이 행운의 골을 잘 지켜낸 서울은 승리를 따냈고, 수원은 리그 7경기 무패행진을(6승 1무) 마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82번째 슈퍼매치, 뜨겁기만 해선 충족할 수 없는 기대감

세계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손꼽히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도 매번 만족스럽지는 않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감이 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시아 최고의 '더비'로 손꼽히는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 역시, 매번 팬들이 만족할만한 수준급 경기를 선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슈퍼매치가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고,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82번째 슈퍼매치는 90분 내내 치열했고, 긴장감이 유지됐다. 투지 넘치는 고요한과 주세종, 친정팀 서포터스가 내뿜는 야유와도 싸워야 했던 이상호, 지치지 않는 김민우와 이종성 등 양 팀 선수들은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그라운드에 주저앉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특히, 국가대표로도 손색없는 양 팀 수문장들의 선방쇼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했다.

그러나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조나탄은 서울 수비의 거친 반칙에 일찌감치 벤치로 물러났고, 데얀의 감각적인 슈팅은 신화용 골키퍼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가대표 후보로 손꼽히는 염기훈은 위협적인 프리킥 슈팅 외에 인상적인 장면을 남기지 못했고, 윤일록은 국가대표라면 반드시 득점으로 연결해야 할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 최고의 '더비'지만, 투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과거 슈퍼매치는 국내 최고 선수들의 맞대결이었다. 수원에는 이운재와 이관우, 송종국, 김남일, 이정수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했다.

서울도 김병지와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수원에 뒤처지지 않는 스타 선수들을 자랑했다. '통곡의 벽'으로 불린 마토 네레틀랴크, 전성기 시절의 에두와 데얀 등 외국인 선수들도 아시아 최고 수준이었다.  

아쉽게도 현재는, 국가대표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염기훈과 김민우, 윤일록, 주세종 등이 국가대표 후보로 꼽히고는 있지만, 확신을 주지 못한다. 데얀은 어느덧 30대 후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조나탄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외국인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올 시즌 두 번째(6월 18일) 슈퍼매치보다 6,441명이 늘어난 관중(26,581명)이 자리했다. 당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20,140명의 관중이 모이며, 슈퍼매치란 이름을 달고 맞붙은 2005년 이후 최소 관중을 기록했었다.

지난 시즌 FA컵 결승 1, 2차전 모두 3만 명이 넘는 관중이 수원과 서울의 홈구장을 찾았고, 올 시즌 리그 개막전(서울)에서도 34,376명의 축구팬이 모였다. 2017년 슈퍼매치가 '위기'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날과 같은 경기력이 슈퍼매치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는지 객관적인 평가와 고민이 필요하다. 엘 클라시코가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가는 데는 끊임없이 배출되는 스타급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했던 과거와 달리, 선수들의 투쟁심과 열정만으로는 슈퍼매치의 미래가 낙관적이지 않다.

세뇰 귀네슈의 아이들과 차붐(차범근)의 레알 수원이 맞붙던 시절이 그립다면,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기 때문일까. 82번째 슈퍼매치는 치열했고, 열정이 넘쳐흘렀지만,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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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 VS 수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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