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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이은영 '너나우리' 공동대표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이은영 '너나우리' 공동대표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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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면담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국가를 대신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과거 잘못을 일부 인정하고 사과와 격려를 했다고 한다.

억울하고 원통하게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그 순간이 얼마나 눈물겹고 감격스러운 순간인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뒷날의 숙제로 미루더라도, 가슴 속 한 구석에 쌓여있던 한 맺힌 응어리는 충분히 녹고도 남았을 것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나 또한 같은 경험을 해봤기에 그들의 대통령 면담 자체가 한없이 부럽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늦었지만 용기와 결단을 내려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두 손 높이 들어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사필귀정 그리고 화무십일홍을 믿었던 세월들

세월초 참사 1주기를 맞아 'PT뉴스'에 특별 출연한 고 박수현 군 아버지 박종대씨
 세월초 참사 1주기를 맞아 'PT뉴스'에 특별 출연한 고 박수현 군 아버지 박종대씨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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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매우 좋지 못한 경험을 참으로 많이 했다. 거액의 배·보상금 수령을 비롯해, 듣도 보도 못한 내용의 혜택을 국가로부터 받았다고 많은 사람들은 우리를 비난했다.

참사 초기 어떤 날은 이런 말을 들은 경험도 있다(택시기사였던 그분은 내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야기했던 것이 틀림 없다).

"요즘 세월호 유가족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자식 덕분에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을 받았으면 성당에 가서 조용히 자식을 위해 기도나 할 것이지, 언제까지 소란을 떨고 다닐 것이냐? 회사는 안 다닐 것이냐? 대통령님 힘들게 왜들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냐?"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모진 3년 여의 지나간 세월을 기억해 보면, 지금 살아 남아있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녕 우리가 원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었고, 국가가 국가다운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우리를 공격의 대상으로 바라봤고, 돈의 잣대로 평가하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대통령은 아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분이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해 준다면, 그 순간만큼은 가슴 터지는 감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세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이 진리임을 믿고 싶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달도차면 기운다'는 옛말도 믿고 또 믿었다.

기한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그날이 꼭 올 것이라 가슴 깊은 곳에 새기고 살았다. 이 믿음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었고, 치욕스럽지만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됐다. 그리고 이 믿음은 국민들의 도움으로 촛불로 타 올랐고,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당선 확정 후 세월호 유족 찾은 문재인... 어둠의 터널 끝나길 빌었다

지난 5월 9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세월호참사 유가족,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을 만나고 있는 모습.
 지난 5월 9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세월호참사 유가족,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을 만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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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자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던 순간에 세월호 유가족을 제일 먼저 찾았다. 그래서 나는 정권이 교체되던 날,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 어둠의 터널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해수부 및 법무부 장관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할 때만 하더라도 진실규명에 한 걸음 다가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각 구성이 완료됐고, 정권이 안정을 찾아가는 현 시점에는 여전히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김영춘 신임 해수부 장관은 세월호 수색현장 찾아 '안전'을 강조하면서 "더뎌도 안전하게" "세월호 안에서 9명 다 찾을 수 있기를"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관의 이런 약속이 무색하게 지금 목포 수색 현장에선 굴삭기를 동원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뉴스가 우리의 눈과 귀를 오염시키고 있다(관련 기사 : '유해' 나온 세월호 화물칸에서 '굴착기'로 작업하는 해수부).

박상기 법무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세월호 사건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라고 했단다. 하지만 그가 장관으로 지명되기 훨씬 이전에 내가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던 '박근혜 외 17명에 대한 고발장'은 담당 검사가 배당된 것을 제외하면 한 발자국의 진도도 나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

세월호 화물칸에서 포클레인이 투입돼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화물칸에서만 지금까지 13점의 유해가 발견됐다.
 세월호 화물칸에서 포클레인이 투입돼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화물칸에서만 지금까지 13점의 유해가 발견됐다.
ⓒ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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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1명과 장관 몇 명 바뀌는 것만으로는 이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과 '부패한 공무원을 포함한 뿌리 깊은 적폐 세력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나라다운 나라에 살기는 힘들다는 것', 이것이 요즘 내가 얻은 깨달음의 전부다.

과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사랑하는 내 아들을 죽게 만든 그들이 처벌받는 그날이 오긴 할까. 나라를 이 꼴로 만들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정을 농단한 저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선량한 국민들이 더불어 잘사는 공정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 행복의 나라에서 살아볼 수는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님! 이젠 당신이 답할 차례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종대님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입니다.



태그:#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나라다운 나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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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범한 회사원 입니다. 생각이 뚜렷하고요. 무척 객관적이라 생각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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