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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문무일 검찰총장 첫 기자간담회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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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우병우 라인'이 좌천되고, 권력 비리를 묵묵히 수사한 검사들을 파격 발탁했다는 평도 받지만, 검찰 권한 오남용으로 비판받은 검사들도 영전했기 때문이다. 이중에는 검찰총장이 사과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담당 검사도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8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재심 끝에 무죄 선고가 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사과했다. 16세 소년이 경찰의 불법 강압 수사로 택시기사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 가까이 징역형을 산 사건이다. 문 총장은 이 사건을 대표적인 과오 사건으로 꼽으면서 검찰의 인권 옹호 의무를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인권감독관제'를 새로 도입하며 수사 과정에서 인권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 검사'들 수사 일선 복귀... "총장 개혁 의지 의심"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약촌오거리 사건을 담당한 검사 두 명은 각각 중앙으로 영전했다. 지난 2003년 자백까지 한 진범을 풀어준 정종화 당시 군산지청 검사는 이번에 부산지검 강력부장에서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장으로 이동했다. 법무부 파견 근무는 검사들이 선호하는 요직이다. 내부에서 결론을 내지 않고 3년을 끌던 사건을 최종 무혐의 처리해 진범에게 자유를 준 김훈영 검사는 부산지검 평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받아낸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총장은 보여주기식 사과를 하고 책임자들은 사과 한마디 없이 영전을 했다"고 크게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또 "사과를 한다는 것은 당시 수사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책임 있는 사람에게 어떠한 문책 없이 이렇게 영전인사를 하는 것은 사과가 형식적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이었던 유우성씨가 지난 2015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취재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 국가보안법 최종 무죄 판결 받은 유우성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이었던 유우성씨가 지난 2015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취재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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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도 다시 수사 일선으로 나서거나 서울로 올라왔다. 1심 무죄 판결에 국정원과 검찰이 불복해 열린 항소심에서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검사들이다. 크게 논란이 되자 대검 감찰본부는 이시원 검사와 이문성 검사에게 각각 정직 1개월을 내렸다. 현재 국정원 적폐 청산 TF가 재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사건이기도 하다.

이 일로 이들은 지방 검찰청으로 떠나거나 수사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번에 돌아왔다. 이시원 검사는 법무연수원 기획과장에서 수원지검 형사2부장으로, 이문성 검사는 전주지검 부장에서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앙에서 수사 파트를 지휘하게 된 것이다. 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4년 후에 꺼내어 유우성씨를 기소한 안동완 현 대구지검 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로 갔다. 항소심 재판부가 "공소권 남용"이라며 '보복성 기소'를 인정한 사건이다.

유우성씨 사건을 맡은 김용민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개혁의지가 의심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는 "총장은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 검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번 인사에서는 검사 직무를 계속 수행할 자격이 없는 검사들에게 주요 검찰청의 수사 지휘를 맡겼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공소권 남용 사례로 꼽히는 'PD수첩 기소 사건' 담당 검사들은 주요 검찰청에서 특수수사를 담당하게 됐다. 검찰은 2009년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당시 주임검사였던 임수빈 변호사는 제작진 기소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봤고, 상부와 마찰 끝에 조직을 떠났다. 결국 제작진을 기소해 대법원까지 끌고 간 송경호 검사는 수원지검 특수부장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이동했다.

법무부 "여러 평가 기준 적용했다"

앞서 법무부는 인사와 함께 "주요 사건에 대하여 1, 2심 재판 결과 무죄가 선고될 때에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대검 사건평정위원회에서 검사의 과오 여부를 판단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검찰 총장 역시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외부 전문가들에게 점검받는 '수사심의위원회'를 곧 설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인사에서는 이런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 역량 강화와 내부 조직문화 개선 등을 위해 여러 평가 기준을 근거로 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태그:#유우성, #약촌오거리, #검사, #보복기소, #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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