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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기도 어렵고, 재밌게 살긴 더 어려운 요즘. 하루하루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의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남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행복한 일을 하며 사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재미있게 살고 있는지, 내가 행복한 일을 하고도 밥은 먹고 살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앞으로 기획 <인터뷰 100>을 통해 행복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작품 <4월>
 작품 <4월>
ⓒ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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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드는 게 무서워 버티고 있었더니 세상의 시선이 곱지가 않다. 아 됐고, 우리는 즐겁다!'

24살 하고도 6개월이 되던 해, "24살이 됐는데도 인생은 그닥 재미있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우울하게 지낼 수만은 없었다".

'재미없는 삶'을 고민하던 두 청년은 '즐거운 청춘을 보내기 위해' <24와 2분의 1>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 명은 그림을 그렸고, 다른 한 명은 엽서 등을 만들어 팔았다. 블로그에 남긴 한 줄의 일성과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는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들었다.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라, 지금도 판매해서 돈을 번다기보다는 다음 프로젝트를 재밌게 준비할 정도만 번다는 생각으로 해요."

이 프로젝트에서 그림을 그린 이슬아(28)씨는 그 즈음에 일러스트레이터 활동도 시작했다. 그의 주요 작품 주제는 여행이다. 수채화로 작업한 그림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4만 1700여 명. 그가 작품을 올리면 수천 개의 '좋아요'가 눌린다.

"제 그림을 좋아해서 피드를 보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들 좋은 말만 해주시는데, 가끔 정말 길게 댓글을 써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가장 마음에 많이 남았던 말은 '지친 하루에 위로가 된다'는 댓글이었어요. 자기만족을 위해 그리는 그림들인데 그럼에도 좋다고 해주시니 감사하고, 그 말에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7살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지만, 미대 2학년 시절에는 "앞이 보이지 않아 잠깐 쉬자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뒀다. "그때 일이 잘 풀려서 지금까지 일러스트레이터로 지내고 있"다는 그는 책 출판과 개인전을 비롯해 제품 디자인, 영화 포스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재미'란 단어를 10번 얘기했다. '재미'가 없어서 여행을 떠났고, '재미'있고 싶어서 친구와 일러스트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했다. 더불어 "재미있게 작업하다 보니 다양한 기회들을 접할 수 있었"단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이슬아 일러스트레이터를 지난 10일 서면 인터뷰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어느날 기계처럼 일하고 공부... 그래서 떠났다"

작품 <도시사람>
 작품 <도시사람>
ⓒ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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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문득, 내가 정말 재미있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동안 꿈꾸던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비행기 표를 끊고 첫 도착지의 숙소만 정한 채 유럽으로 떠났다.' <로맨틱 유럽 컬러링 북> 저자 소개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런 고민과 결정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저 고민을 했을 때가 스물넷이었다. 보통의 저 나이 또래가 그렇듯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크고 작은 고민을 했다.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했고 공부도 했고 전공이었던 그림도 그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재미있지 않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어느 순간 목적이 사라진 채 기계처럼 일만 하게 됐고 공부도 그림도 그렇다 할 방향이 보이지 않았다. 이럴바엔 재밌게라도 지내보자는 생각에 어릴 적 꿈으로만 간직했던 여행을 떠났다."

- 여행을 주제로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서 내 청춘이 갑자기 빛이 난다든지, 앞날이 훤히 보인다든지 하는 큰 변화는 없었'다고 썼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떠나게 되는 이유는 뭔가?
"스물다섯에 처음 떠난 배낭여행이 큰 기폭제가 된 것 같다. 한 달 정도 떠난 여행이었는데,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행자금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어서 비행기 표와 열흘 정도 묵을 첫 숙소만 정한 채 불안한 마음을 안고 비행기를 탔었다. 사실 불안감은 떠난다는 그 자체에서 왔던 것 같다. 가서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보다 '이렇게 큰돈을 들여 떠나왔는데, 그 다음은 어떡하지'가 제일 큰 고민이었다. 그 고민은 내 20대 초반을 지배해 왔는데, 겁만 많고 항상 오늘이 아닌 다음만 생각하던 나에게 여행은 하루하루를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한 달 동안 여행만 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거나 하진 않으니까. 처음이 어렵다고 그 뒤로는 용기를 얻어 되도록이면 젊을 때, 되도록이면 건강할 때 떠나자, 하는 주의다."

- 여행을 떠나면 어디에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
"보통 여행을 하면 한 달 정도 떠나는 편이다. 내 리듬 자체가 빠른 편이 아니라서 짧게 다녀오면 별로 하는 것도 없이 돌아오게 된다. 한 달 동안 그냥 천천히 걷고, 맛있는 거 먹고, 사람 구경하는 걸로 시간을 채운다. 여기서 지내는 것과 별반 다를 거 없다. 다른 게 있다면 한 1만 보 정도는 더 많이 걷는다는 것? 공원을 좋아해서 주로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돗자리를 펴고 누워 있는다. 특별히 매번 가는 곳이 있다면 전공이 전공인지라, 여행지의 화방이라든지 책방은 꼭 들르는 편이다."

작품 <airport>
 작품 <airport>
ⓒ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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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보면 이국적이고 요즘 감성에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듯한데. 작업의 영감을 얻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영감을 특별하게 얻으려고 한다기보다는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매일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이 흐르는 건 똑같아도 매일 같은 하늘이 없고, 같은 색을 띠는 법이 없다. 햇볕에 따라 바뀌는 콘크리트 색, 비오는 날의 짙은 나무 색, 노을이 질 때의 하늘 색 같은 것들은 매일매일이 다르다. 시간이 흐르는 모습을 천천히 관찰하는 걸 좋아해서 특별히 색이 좋다고 생각되는 날은 그림으로 그린다. 다른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 인스타에 작품을 올리면 다양한 반응이 올 것 같다.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 것 같나?
"내 피드를 봐주시는 분들은 내 그림을 좋아해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들 좋은 말만 해주시는데, 가끔 정말 길게 댓글을 써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가장 마음에 많이 남았던 말은 '지친 하루에 위로가 된다'는 댓글이었다. 나는 그리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또 그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라 내 그림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알 수 없다. 그리는 행위 자체가 좋고, 내 개인 작업들은 자기만족을 위해 그리는 그림들인데 그럼에도 좋다고 해주시니 감사하고, 그 말에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 예고를 나오고 미대에 다니면서 서양화를 전공한 걸로 아는데 유화가 아닌 수채화로 바꾸게 된 이유는 뭔가?
"서양화는 말 그대로 서양의 재료와 기법으로 그리는 그림이라, 수채화 역시 서양화에 포함된다. 다만 대학에 가면 캔버스 작업을 하니 유화나 아크릴같은 캔버스에 얹을 만한 재료들을 주로 쓰는데, 아크릴은 특유의 얇은 색감이 싫었고, 유화는 색감이 깊어서 좋지만 빨리 마르지 않아서 작업하기가 힘들었다.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옮길 수 있는 재료를 생각해봤는데, 어릴 때부터 쓰던 수채화 물감이 익숙해서 수채화로 계속 작업을 이어갔다. 물과 물감이라는 재료 자체는 간단하지만 사용법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어서 지금도 여전히 수채화로 작업한다."

- 수채화가 가진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수채화는 재료 자체가 간단해 이동해서 사용하기도 좋고, 기법에 따라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맑은 색감이 아닐까."

미대 2학년에 그만둔 학교...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할 것"

이슬아 일러스트레이터
 이슬아 일러스트레이터
ⓒ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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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살 하고도 6개월가량 살았을 때' 친구와 함께 <24와 2분의 1> 프로젝트를 진행했더라.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 시작한 걸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뭔가를 하자'는 결심이 캘린더 등 제품 생산으로까지 이어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그런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가.

"질문 그대로다. 지금도 이어오고 있는 <24와 2분의 1> 프로젝트는 유치원 때부터 한동네에 같이 살던 친구와 시작하게 됐다. 스물넷이 되어서도 인생이 그닥 재미있지가 않아서 '이렇게 우울하게 지낼 수만은 없다'라는 생각에 만들게 된 프로젝트다. 뭘 하는 게 재밌을까 생각해봤는데, 나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렸고, 그 친구는 편집하는 걸 좋아하니 내 그림으로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게 첫 프로젝트였고, 둘 다 돈이 없으니 적은 돈으로 시작해 볼 수 있는 엽서를 만들어 카페 한편에서 판매했다. 그때만 해도 일러스트가 이렇게까지 대중성을 띠진 않을 때여서, 판매를 기대했다기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만들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했다.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라 지금도 판매를 해서 돈을 번다기보다는 다음 프로젝트를 재밌게 준비할 정도만 번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엽서 다음이 카드, 그리고 달력이었는데 처음에 사실 하고 싶었던 건 달력이었다. 엽서를 만들면서도 친구와 달력을 계속 얘기했다. '우리가 6월부터 시작했으니 반년 달력을 만드는 건 어떨까, 내년 달력을 6개월치만 만드는 건 어떨까'라며 하고 싶은 걸 얘기했으나 앞서 말한 대로 달력을 제작할 만한 돈이 없어 엽서부터 시작했다. 첫 해 달력은 둘이 알바비를 모아 300부를 만들었는데, 300부를 팔아서 얼마를 남기겠다는 생각보다는 달력을 만들어서 포장하고 배송한다는 그 자체가 재밌어서 신나게 했었다. 둘 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많이 만들었지만 일을 진행하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았고, 햇수로 5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우는 중이다."

- 미대를 다니다 2학년 때 그만둔 걸로 안다. 남과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게 두려운 일인데, 걱정되지 않았나?
"'앞으로 어떻게 살지' 하는 걱정은 사실 학교를 다니나 안 다니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미대를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그림이 좋고,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서 갔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서 잠깐 쉬자는 생각에 했던 휴학이었는데 그때 일이 잘 풀려서 지금까지 일러스트레이터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곳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싶다. 학교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간에 배우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고, 어떤 방법으로든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 학교를 그만둘 당시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
"엄마 아빠의 교육방식은 '믿어주는 것'이었다. 특히 아빠는 공부나 피아노, 미술 모두 억지로 강요해서 시키신 적이 없었고, 선택은 나에게 맡기되,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가르쳐주셨다. 학교를 못 다니겠다고 했을 때도 선택을 존중해주셨는데, 아마 속으로는 속상하셨을 거다. 엄마도 걱정이 많으셨다. 내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앞에서 말씀은 못 하셨지만 정말 걱정이 많으셨다. 내가 맏이라 처음 키워보는 자식이었기에 부모님도 고민이 많았고 나도 내 진로를 얘기할 길이 없어 방에서 의미 없이 그림만 그릴 때도 많았다. 그래도 한 번도 앞에서 큰소리 내지 않으시고 믿어주셔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 학교를 그만둔 게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좀 더 열심히 일하게 됐던 것 같다. 돌아갈 곳이 없으니 일이 들어오면 최대한 열심히 재밌게 했었고, 프로젝트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

- 지금도 그 결정을 후회하진 않나?
"후회하지 않는다. 그 결정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되돌리고 싶지 않다.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다."

- 대기업과의 작업, 제품 디자인, 강연, 책, 영화 포스터, 개인전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전방위 그림 작가'라는 별칭도 있던데,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여러 작업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
"사실 운이 좋았다. 처음 독립출판물에서 일이 들어온 것도, 그 뒤에 일들이 잘 이어진 것도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한다. 일이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 재밌어 보이는 일들은 가리지 않고 했다. 일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일을 만들어서 하기도 하고, 다음 일을 기다리며 개인작업에 매진하기도 했다.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비결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이 일 자체가 작업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것들이라 재밌게 작업하다 보니 다양한 기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 일반 직장에 다니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불안했던 적은 없나?
"지금도 불안하다. 프리랜서는 다 똑같은 마음일 거다. '이번 달은 일이 있지만, 다음 달은 어쩌지, 다다음 달에 일이 안 들어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지금도 한다. 다만 쉬는 텀이 없도록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다. 일이 없는 달에는 개인 작업에 집중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든지, 책이나 영화를 보며 다음 작업을 구상한다. 작업을 구상하는 일이 쉬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새 작업을 생각하다 보면 '다음에 좋은 작업으로 재밌는 일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함도 줄어든다. 작은 불안감들은 일을 하는 데 있어 원동력을 주기도 하지만 불안함에 잠식되면 일의 리듬 자체가 깨져버려서 되도록이면 좋은 방향으로 생각한다."

"정말 하고 싶다면 길은 만들면 된다"

작품 <우리는 바다 앞에서>
 작품 <우리는 바다 앞에서>
ⓒ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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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처럼 활동하길 꿈꾸지만, 경제적인 불안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지금 활동하는 걸로 '밥은 먹고 다닐' 수 있나? 이런 분들에게 조언해줄 내용이 있다면?
"지금 활동으로 밥은 먹고 다닐 수 있다. 나 역시 아무런 경제적 뒷받침 없이 작업했기에 불안한 마음은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 밥은 먹고 살 수 있으니 이 일을 하세요!'라고 하긴 힘들 것 같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겠지만 밤을 새야 할 때도 많고 정신적인 것 외에도 의외로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일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힘든 일이기에, 밥 먹고 살 수 있으니 이 일을 하라고 권유하고 싶진 않다. 다만 정말 하고 싶다면 길은 만들면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남들과 비슷한 그림이 아닌 자신의 색이 있다면 길은 많을 거다."

- 다른 사람이 작품을 표절해 판매한 일이 있던데. 맘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법적인 처벌이나 보상도 못 받은 것 같던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하면서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나?
"그 일에 관해서는 아직도 정신적으로 힘들다. 그 일 때문에 아직도 힘들다기보다는, 그 뒤에 비슷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트라우마처럼 그때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것. 하지만 개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이 모호했다. 법으로 해결하고 싶었으나 해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쳤고, 소송을 하기에는 변호사 고용부터 앞으로 혼자서 대처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막막했다.

피의자의 사과 하나 받자고 작업시간이며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게 더 힘들었다. 한국엔 아직도 저작권에 대한 개념없이 맹목적으로 따라 그리는 사람들이 많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일러스트'라는 것 자체를 가볍게 여겨서인지 모르겠지만 보기에 쉬워 보인다고 그냥 따라서 그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 그림을 그리기까지 재료 연구며 많은 드로잉들이 있었다는 걸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 그림과 글을 담은 책을 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그림책을 정말 좋아한다. 여행 가서 밥은 굶더라도 책은 살 만큼 그림책이 좋다. 그림과 출판은 또 다른 작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림을 인쇄해서 그저 묶어내는 게 아닌, 작가마다 다 다른 그림들을 개성에 맞게 책이라는 형태로 다시 작업하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작업도 언젠가는 내가 생각하는 형태로 작업해보고 싶다. 사실 작년에 도쿄에서 첫 개인전을 하면서 전시했던 그림들로 책을 만들어 전시장 한편에 뒀었는데, 혼자서 처음 만든 출판물이라 내 생각대로 만들지 못했다. 좀 더 공부해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출판물을 만들고 싶다."

-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나?
"크게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심은 없으나, 나이가 많이 될 때까지도 꾸준히 그리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꾸준히 하는 것'인 것 같다. 꾸준히 오래오래 그리고 싶다. 지금처럼만, 꾸준히."


태그:#인터뷰 100, #청년 인터뷰, #이슬아, #일러스트레이터, #인터뷰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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