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때때로 우리를 위로해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당신의 마음에 다가올 29곡의 노래를 추천합니다. [편집자말]
 'Under Pressure'가 수록된 퀸의 앨범, < Hot Space >.

'Under Pressure'가 수록된 퀸의 앨범, < Hot Space >. ⓒ EMI


귀여운 펭귄들이 탭댄스를 추면서 불렀던 바로 그 노래. 우리에게는 영화뿐만 아니라 광고 음악으로도 익숙한 'Under Pressure'의 전주는 언제 들어도 귀에 감긴다. 마치 절규처럼 들리기도 하는 프레디 머큐리와 데이비드 보위의 외침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아기자기한 펭귄과 부드러운 인트로의 이미지와는 달리,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Under pressure


'Under Pressure'의 뮤직비디오에는 드라큘라처럼 보이는 괴물이 짤막짤막하게 등장한다. 도대체 왜, 무슨 관계가 있다고 뮤직비디오의 분량을 차지하면서까지 등장하는 걸까. 아마 노래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Under pressure, 말 그대로 갑갑하고 삭막한 세상의 압력 아래서 우리는 짓눌려간다. 절대 그 누구도 바라지 않았음에도. 하루하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를 받고 스트레스를 쌓아간다. 무감각하게 자기 일에만 몰두해있는 사람들과 그 속에서 느끼는 이유 모를 불안감은 우리에게 어떤 공포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 천천히 다가온다. 마치 뮤직비디오 속의 드라큘라처럼. 그리고 그 두려움은 곧 가정과 사회에까지 침투해 "빌딩을 불태우고, 가족을 갈라놓고, 사람들이 거리에 내몰리도록" 만든다.

Tomorrow gets me higher

그런데도 우리는 내일을 바라본다. 내일은 좀 더 나아질까, 기대하면서 거리에 나서고, 또다시 기대를 저버리는 현실에 대해 패배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엄청난 압력이 내리누르고 있고, 각각 저마다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은 타인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압박을 감당해내기에 바쁘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내일을 바라본다.

곧이어 노래는 프레디 머큐리의 익살스러운 보컬로 넘어간다. 머리는 혼란스럽고, 비는 퍼붓는 상황 속에서 어쩌면 이미 미친 것도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프레디와 데이비드, 두 시대의 천재는 그런 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이렇게 익살이라도 피워주는 것밖에는 해주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Why can't we give love that one more chance?

그들은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우리 자신에게, 또 사람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없는 거냐고 외친다. 사랑을 주어야 한다며 "Give love"를 연발하는 프레디의 목소리는 어쩐지 간절하기까지 하다. 왜 우리는 사랑을 외면하는 걸까?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노래하는 모습.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노래하는 모습. ⓒ Queenonline


'Cause love's such an old-fashioned word

그토록 절절한 프레디의 외침에 따라오는 보위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사랑 같은 말은 구식이니까"라며 어째서 사랑을 줄 수는 없는 거냐는 질문에 반론하는 그는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어둠의 끝자락에 서 있는 사람들을 신경 쓰게 만들고, 우리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사랑 같은 건 쓸모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내뱉는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무엇보다도 전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짓눌린 세상과 그 속에서 지쳐있는 사람들을 향해 외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들은 우리에게 '사랑'이 우릴 바꿔줄 거라고. 우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거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랑을 냉소하는 것으로 오히려 우리에게 그 의미를 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결국, 우리 자신을, 그리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세상이 내뿜는 압박감 아래에서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전부이기 때문에.

노래는 점점 페이드아웃 되어간다. 시작할 때와 같이 'Under Pressure'라는 가사를 부르고 있지만 어쩐지 처음의 그것과는 다르다. 마치 절규와도 같았던 첫 가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조용하고 한층 더 작아진 목소리로 가사를 부른다. 사랑 때문에, 혹은 사랑 덕분에 사람들을 누르고 있던 압박감이 조금은 누그러진 것일까. 어쩌면 오늘 집에 돌아가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노래도 함께 끝이 난다.

UNDER PRES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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