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 현장 사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21주년을 맞이한, 명실상부 '스테디셀러'인 작품이다.

ⓒ 조민형


1990년대, 라이선스 공연보다 '해적판' 식으로 공연되던 뮤지컬들이 더 많던 시절, 정식 라이선스 공연으로 1996년 소개된 이 작품은 초연 때부터 이미 큰 인기를 얻었다. 그 인기는 이 작품이 21년째 공연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이미 하나의 스테디셀러가 되어버린 이 뮤지컬이 다시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 오랜 역사의 일원이었고,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만 세 명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게 된, 현재 메기 존스역의 전수경은 "위스키도 21년차는 되어야 자랑을 하는데, 브로드웨이 42번가도 이젠 21주년 공연을 맞이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말하자면,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작품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일종의 '고전 작품'이 된 셈이다. 지난 8일 오후 3시,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화려한 쇼와 탭댄스

 8일 오후,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 현장 사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21주년을 맞이한, 명실상부 '스테디셀러'인 작품이다.

ⓒ 조민형


 8일 오후,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 현장 사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21주년을 맞이한, 명실상부 '스테디셀러'인 작품이다.

ⓒ 조민형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뮤지컬이 그토록 '롱런'한 게 더 놀라운 이유는, 이 뮤지컬이 '쇼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물론, 요새는 서사에 충실한 극들도 '쇼'로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주로 흥행을 하는 작품들은 대개 방점을 서사에 찍고 있었다. 그런 배경으로 봤을 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여전히 어느 정도의 신선함을 담보로 지닐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있지 않는가, 별 음식이 아닌데도 그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먹고 있는 경우. 사실 내용은 별 것 없는데, 그 이야기를 꾸며내는 사람의 언변이 훌륭해서 나도 모르게 듣고 있는 수다 같은 것. 너무 예뻐서 일단 구매하고 마는 상품 같은 것.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런 뮤지컬이었다. 물론, 전막 시연이 아닌 하이라이트 시연이었기 때문에 프레스콜 현장만 보고 정확한 스토리를 평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서사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화려한 쇼와 탭댄스 때문에 돋보인다. 설령 서사가 취향이 아닐지라도, 이 뮤지컬이 가진 쇼는 '취향을 막론하는' 범주 내의 '화려함'과 '예쁨', 리드미컬한 탭댄스 사운드는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화려한 쇼와 탭댄스를 더욱 돋보이기 위해서 이 뮤지컬은 앙상블들에게 많은 조명을 비춘다. 이미 완벽히 '로딩'된 앙상블들은, 주인공인 줄리안, 도로시, 빌리, 페기 같은 '주인공'들보다도 돋보일 정도로 빛났다.

한국 뮤지컬이 주로 방점을 찍고 있던 것들은 앙상블과 함께 노래를 하는 것보다는 주로 주인공 한 명의 '죽여주는' 넘버였다. 주로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도 서사 진행에 핵심적인 주인공들의 위주의 넘버가 담기곤 했다. 하지만, 극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보여주는 프레스콜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보여준 것은 한 주인공 배우의 넘버보단 앙상블들의 춤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앙상블이 돋보이기 위해서 이 뮤지컬이 선택한 전략은, 처음 막이 오를 때 관객들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탭댄스를 추는 배우들의 발이라는 점이었다.

21년이 지나도, 지겹지 않은 주제, '꿈'

 8일 오후,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 현장 사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21주년을 맞이한, 명실상부 '스테디셀러'인 작품이다.

9일 오후 2시,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 현장 사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21주년을 맞이한, 명실상부 '스테디셀러'인 작품이다. ⓒ 조민형


 8일 오후,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 현장 사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21주년을 맞이한, 명실상부 '스테디셀러'인 작품이다.

ⓒ 조민형


진부할 정도로 오래됐으나, 여전히 사랑 받는 주제들 중에 뺄 수 없는 한 가지가 '꿈'일 것이다. 그래서인가, 많은 뮤지컬들은 여전히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브로드웨이 42번가>도 그 중 하나다.

'헬조선'이라는 자조도 식상해진 시대, 꿈이 이뤄진다는 일은 너무도 희박한 일이기에 감히 꿈을 꾸는 것조차 힘들다. 하지만 그 속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 특유의 낙관성은 빛을 발한다. 실업을 당했지만, 낼 집세가 없지만, 해고 상태지만, 그 속에서 그들은 나름의 위로를 찾는다. 평상시였으면, 저 무슨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 되는 정신 승리일까, 생각할 법도 하지만 이미 그 전까지 무대에서 펼쳐진 수많은 볼거리들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 덕인지, "그래, 그렇지"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8일 오후,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 현장 사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21주년을 맞이한, 명실상부 '스테디셀러'인 작품이다.

ⓒ 조민형


그리고 그들은 그 갑작스레 닥쳐온 <프리티 레이디>(극 중 극)가 막을 내리는 것을 이겨낸다. 직전에 잘렸던 페기를 다시 고용하고 주인공으로 데뷔시킴으로써 말이다. 페기를 자른 줄리안 마쉬가 페기를 다시 고용하기 위해 찾아가는 것은, '갑질'과 '꼰대'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적어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재도약이라는 일종의 꿈을 위해, 또한 자신과 함께 하는 코러스들의 꿈을 위해 행동한다. 그리고 이는 해피엔딩과, 이 뮤지컬을 그토록 유명케 만든 '계단 신'으로 이어진다.

'여름 휴가'로 딱히 손해볼 일 없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8일 오후,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 현장 사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21주년을 맞이한, 명실상부 '스테디셀러'인 작품이다.

ⓒ 조민형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여름 피서용 뮤지컬" "사이다 같은 청량함"으로 스스로 '영업'했다. 생각해보면, 이 제안이 나쁘지 않다. 아니, 그 이상으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자신의 장점을 정확히 알고 그 장점으로 관객들에게 홍보를 하는 듯하다. 이는 일종의 작품에 대한 프로덕션의 자기 이해도가 높기에 가능한 일고, 칭찬할 만하다.

생각해보라. 이 더운 여름에 시원한 극장에서의 2시간 반이다. 굳이 관객이 극을 이해하기 위해서 머리를 잡을 필요가 없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서사는 난해하지 않다. 오히려 쉽다. 가만히 극장에만 앉아있으면, 화려한 무대 위에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나와서 '칼군무'로 탭댄스를 춘다. 눈이 즐겁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꿈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기에 나름대로 관객들이 받을 감동도 닫아 두지는 않은 편이다.

 8일 오후,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 현장 사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21주년을 맞이한, 명실상부 '스테디셀러'인 작품이다.

ⓒ 조민형


물론 아쉬운 점들도 있다. 당장 '브로드웨이 42번가' 팀이 강조하는 '21년'째 공연 중인 뮤지컬이라는 점도 그렇다.

고전적이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이젠 충분히 '낡은' 부분이 있다는 뜻도 포함된이다. 쇼에서는 흠 잡을 부분이 없었지만, 하이라이트 장면만 봐도 몇몇 가사들은 번역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졌고,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낡은 작품 특유의 올드함이 느껴졌다. 조금 더 깊은 논의를 통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보았다. 또한 볼거리가 많은 대신, 어렵지 않게 흘러가는 스토리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느낌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꽤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이 보여주는 쇼가 독보적이고 그 역사성이 짙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다. 이 공연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같이 '휴가'를 즐기고 나온 누군가와 함께 토론을 하며 21년 후의 한국 뮤지컬계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을 테다.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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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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