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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은 거의 마지막 단계에 속해있다. 네안데르탈인 이후에 그로마뇽인이 등장했다. 흔히 네안데르탈인을 고대인류, 크로마뇽인을 현생인류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은 일정기간동안 함께 공존했을 것이다.

체격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두 종이 어떻게 함께 공존했을지 의문이다. 서로 협력하면서 거친 자연과 억센 짐승들에 맞섰을지, 아니면 서로 경계하거나 또는 무시하면서 지냈을지. 또는 극단적으로 전투를 벌였을지. 어찌보면 모두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자신이 속한 무리와 다른 종족이 있다면 일단 경계를 하고 볼테니까.

'선사소설'이라는 독특한 영역의 작품

겉표지
▲ <대지의 아이들 : 동굴곰족> 겉표지
ⓒ 검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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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M. 아우얼의 1980년 작품 <대지의 아이들 : 동굴곰족>은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3만5천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이 공존하던 시기의 유럽이다. 주인공은 채 10살이 되지 않은 '에일라'라는 이름의 크로마뇽인 소녀다.

에일라는 지진을 피해서 자신이 살던 거처를 떠나게 되었다. 그것도 혼자서.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른 채 물로 배를 채우며 걷던 에일라는 동굴사자에게 공격을 받고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쓰러지게 된다. '엄마'를 외쳐부르며.

이런 에일라를, 이동 중이던 약 20명 가량의 네안데르탈인 씨족이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에일라의 얼굴 생김새와 외모가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상처입은 아이를 그냥 둘 수 없어서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계속한다. 그리고 새로운 동굴을 발견해서 그곳에 정착하기로 한다.

이때부터 조금씩 문제가 시작된다. 에일라는 씨족의 한 구성원과 자주 마찰을 빚고, 혼자 숨어서 줄팔매질 연습을 한다. 여자는 사냥을 하거나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씨족의 전통인데.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씨족의 매머드 사냥에 동행하게된 에일라는 우연한 기회에 줄팔매질로 하이에나 한 마리를 쓰러뜨린다. 이제 여자아이가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을 씨족 구성원들이 모두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벌로 에일라에게는 한 달 간의 '죽음의 저주'가 내려진다. 씨족의 동굴을 떠나서 들짐승들이 돌아다니는 황야에서 혼자 생활해야 하는 것. 에일라가 이 저주를 극복하면 씨족 내에서 어떤 위치를 갖을 수 있을까.

작가가 묘사하는 선사시대의 일상들

1936년 생인 작가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결혼 후 직장과 집안일을 같이 해오던 어느 날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써보겠다고 작심, 직장을 그만두고 창작에 매달린다. 수많은 관련 문헌을 읽고 선사시대 유적지로 답사를 다니며 소설을 구체화 시켰다.

작품 안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당시에 어떻게 생활했는지 묘사되어 있다. 여인들은 들판에 나가서 토끼풀과 엉겅퀴, 산딸기 등을 모아두고, 통통한 굼벵이도 잡아서 식용으로 사용한다. 크고 푸른 잎들은 물건을 감싸기에 적당하고, 우엉 같은 식물의 잎은 익혀서 먹기도 한다. 짐승의 골반뼈는 접시나 쟁반 역할을 한다.

남자들은 씨족을 이끄는 책임을 떠안으며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지위가 높은 남자는 불씨가 꺼지지 않게 간수해야 한다. 불씨를 꺼뜨린다면 그의 지위는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사냥에 사용할 창과 주먹도끼, 곤봉 등을 만드는 것도 남자들의 일이다.

<대지의 아이들>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집필기간만 30년 이상이었다니 작가는 그만큼 방대한 지역을 답사하고 사전조사를 철저하게 해온 것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한 소녀의 성장과정도 흥미롭게 느껴지지만, 선사시대의 풍경과 풍습에도 많은 관심이 간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3만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서 이들과 함께 생활해 본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도 하게 된다. 사냥 도중에 심각한 부상만 입지 않는다면, 꽤나 박진감(?)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대지의 아이들> 1, 2. <진 M. 아우얼> 지음 / 정서진 옮김. 검은숲 펴냄.



대지의 아이들 1부 : 동굴곰족 1

진 M. 아우얼 지음, 정서진 옮김, 검은숲(2016)


태그:#대지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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