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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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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출발하셨어요?"

2016년 9월에서 10월 사이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한국인 순례자를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 떨어짐과 동시에 일종의 평가가 이어졌다.

"천천히 걷고 계시네요."

많은 순례자는 생장(St Jean Pied de Port)이란 프랑스의 국경 마을에서 순례를 시작한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순례를 시작했지만, 출발한 날은 다르고, 따라서 누군가는 3일 만에, 누군가는 7일 만에 생장에서 100㎞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짧은 몇 마디의 말이 오갔을 뿐이지만, 나는 '천천히 걷는' 또는 '느린' 순례자가 되어버렸다.

내가 천천히 걷고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그 자체로 넉넉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종의 불쾌함을 느꼈던 나의 모습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느림'이라는 의미는 나에게 '여유'보다는 '뒤처짐'과 더 가깝게 느껴졌고, 마음의 안식과 평안을 찾고자 온 순례의 길에서조차도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야만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었다.

"언제 출발하셨어요?"란 질문은 "몇 살이세요?"란 질문과도 닮아있다. '최연소', '최단기', '초고속'과 같은 유형의 명예로움 가득한 수식어가 가득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시간과 나이는 끊임없이 나를 압박하고, 누군가의 삶을 편견을 갖고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이 모인, 그런 사회를 살아가는 것은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공상일 뿐일까? 나는 수천 년 묵은 이 오랜 인류의 소망이 언젠가 이 땅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그리고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서 나이에 관해서 묻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조금이라도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더 빠른 삶도, 더 느린 삶도, 더 좋은 삶도, 더 나쁜 삶도 없다.'
'나의 삶, 우리의 삶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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