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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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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를 앞두고 김장 배추 씨앗을 넣었습니다.

살인적인 무더위입니다. 방송에선 찜통 더위도 모자라 가마솥 더위라 합니다.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라고 합니다.

움직이지 않고 선풍기 밑에서 책을 보는데, 잠이 쏟아집니다. 더위에 잠은 사람을 늘어지게 합니다.

오후 들어 나무그늘로 들어가니 바람이 솔솔 붑니다. 선풍기 바람보다는 자연에서 부는 바람이 한결 좋네요.

이웃집 아저씨가 놀러 오셨습니다.

"김장 배추씨 안 넣나?"
"벌써요?"
"뭐가 벌써야, 낼 모래가 입추인데!"
"그렇게 되었나요!"
"나 왔을 때 얼른 같이하자고!"

졸지에 할 일감을 찾으니 늘어진 몸이 꿈틀대는 느낌입니다. 사람은 일감이 있어야 생기가 도는 모양입니다.

농협에 가서 상토와 씨앗을 사왔습니다. 상토(床土)는 씨앗을 싹 틔우기 위해 사용하는 배양토를 말합니다.

모종용 포트를 준비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몇 포기나 김장하는데, 포트는 이리 많이 준비하는 거야?"
"글쎄요. 사돈네랑 하니까 150여 포기는 하죠."
"그럼 세 판이면 되겠구먼?"
"콜라비도 심고, 가을상추씨도 넣어보죠. 모종이 남으면 여러 사람 나눠주기도 하고요."


아저씨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저씨네는 50포기만 김장할 거라고 합니다.

아저씨는 포트에 상토를 꾹꾹 눌러 채웁니다. 나는 상토가 채워진 곳에 씨를 넣습니다.

"한 구멍에 두 알씩 넣으라고. 혹시 하나가 잘못되는 수도 있으니까!"

나는 한 포트에 조심스럽게 두 알씩 씨를 떨어뜨리고, 살짝 덮습니다. 작은 씨앗이라 씨 넣는 일도 만만찮습니다.

마지막으로 조루에 물을 담아 뿌려주는 걸로 일을 마칩니다. 상토가 물을 먹으니까 많이 다져집니다. 한 사나흘 뒤에는 예쁜 싹이 고개를 들 것입니다.

아저씨가 당부를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물 마르지 않게 잘 하라고! 세상 없어도 싹이 터야 김장 배추가 되는 거니까!"

며칠 뒤 고개를 내밀 예쁜 새싹이 기대됩니다. 마음은 벌써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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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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