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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압록강 지하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에 석유를 공급하기 위한 감압소가 중국 단둥 외곽 압록강변에 있다. 단둥 인근 저유소에 저장된 석유는 이곳 감압소를 거쳐 압록강 지하 파이프 라인을 통해 북한으로 공급된다.
 중국이 압록강 지하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에 석유를 공급하기 위한 감압소가 중국 단둥 외곽 압록강변에 있다. 단둥 인근 저유소에 저장된 석유는 이곳 감압소를 거쳐 압록강 지하 파이프 라인을 통해 북한으로 공급된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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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미국시각) 서명한 대북 제재법안의 핵심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 차단이다.

북한에 대한 공식적인 대규모 원유 공급라인은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들어가는 '중조우의수유관(中朝友誼輸油管)'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에게 우선 이 송유관의 밸브를 잠그라는 요구로 집약된다.

직경 377㎜, 길이 30.3㎞(북한과 중국 직접 연결구간은 약 11km)에 연간 최대 송유량 300만톤 규모인 이 송유관은, 1976년 1월부터 중국 단둥시 북쪽 외곽 뤄팡(樓房)의 바싼(八三) 유류저장소에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서쪽 피현군 백마노동자지구 봉화화학공장까지 압록강 하저를 통해 원유를 공급해왔다(관련기사: 압록강지하 11km 석유파이프라인, 북중관계의 상징). 이 송유관 차단이 북한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까.

"상당한 타격 입겠지만...'쌀 없으면 감자 찾는 식'으로 대응할 것"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한 당국자는 이에 대해 "사실 이같은 판단은 서방의 시각일 수 있다"면서 "그 가능성도 낮지만 중국이 설령 원유 공급을 차단한다 해도 북은 '쌀 없으면 감자 찾는 식'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이 파이프를 끊는다면, 관계 단절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크지만, 실제 북한의 숨통을 끊는 수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 박종철 교수도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1997년 이후 북한에 연간 52만톤 정도의 원유를 공급하고 있는데, 국제가격 수준 거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중단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굴복하고 나올 정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에서 '냉전시기의 북중관계-혈맹에서의 이탈'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북중관계 전문가로, 최근에는 '중국의 대북 원유 무역'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소장학자다.

왜 그럴까.

우선 이 '원유 52만톤'이 북한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5년까지 19년간 북한의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석유(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고 11.6%(2015년)부터 최저 4.4%(2006년)로 평균 6.4%수준이다. 대체적으로 석탄 비중이 70% 수준인데 점차 하락하는 반면 수력 비중이 30% 가깝게 증가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7월 4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ICBM 발사와 관련한 국방과학원 문건에 서명하는 김정은의 모습.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7월 4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ICBM 발사와 관련한 국방과학원 문건에 서명하는 김정은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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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박종철 교수는 중국 원유의 비중을 '6.4%'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박 교수는 "이같은 통계들의 원자료가 빈약한 가운데서 나온 추산인 경우가 많은 데다, 원유가 핵심 군사 물자라는 점에서 비중을 높게 볼 수밖에 없다"면서 "10~20%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중국의 대북 공급 원유량이 대폭 감소한 것도 '레버리지' 효과가 축소된 요인 중 하나다. 1996년까지 연간 100만톤 이상을 공급하던 중국은 1997년부터 원유공급량을 '최소화'했다.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大慶)유전에서 생산하는 원유의 점액질 성분 특성상 장시간 송유를 중단하면 송유관이 막힐 위험이 높다. 때문에 기술적인 차원에서 43만톤 이상은 수송해야 한다는 점에서 52만톤은 최저 공급량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기본적으로 석유보다는 자체 보유가 풍부한 석탄 기반 경제인 데다 오래 전부터 액화석유 설비를 갖춰왔고, 중국의 원유 차단 가능성까지 대비해 비공식적인 원유 수입 방법을 강구했을 것이라고 박 교수는 보고 있다. 그는 "일제는 미국의 석유금수조치에 맞서 세계적 석탄 산자인 (함경북도) 아오지에 액화석유설비를 건설해 만든 석유를 관동군에 공급한 바 있고, 소련이 1960년대에, 중국은 1980년대에 액화석유설비를 건설해 주었다"면서 "액화석유시설은 미세먼지 발생 같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지만 북한은 이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은 마을 또는 가정 단위 소규모 태양열 발전도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규모 수력 발전소는 물론 압록강 수계에 있는 기존 4개 발전소 외에 추가로 수력 발전소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대응, 풍부한 석탄·석유액화설비·러시아

중국이 압록강 지하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에 공급하는 석유를 저장하는 저유탱크가 중국 단둥시 외곽에 있다.
 중국이 압록강 지하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에 공급하는 석유를 저장하는 저유탱크가 중국 단둥시 외곽에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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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비공식적으로 러시아로부터도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통치자금 관리 및 외화벌이 기관에서 간부로 일했다는 탈북자 리정호(59)씨도 지난 6월 미국의소리(VOA)방송 및 일본 교도 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유조선을 이용해 매년 20만~30만톤의 러시아산 석유제품을 수입하고 있다"고 밝힌 바 바 있다.

박종철 교수는 종합적으로 "중국도 북한 핵 문제로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때문에, 원유 공급 중단으로 김정은 위원장 통제가 가능했다면 시진핑 주석도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송유관을 포기할 경우,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해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중국의 기술 분야 쪽 논문들을 보면 송유관이 막히지 않으면서도 원유를 덜 주기 위한 연구들이 있다, 또 철도를 통해 공급하면 간단한데도 240명이 넘는(2010년 기준) 직원을 쓰고 관리·유지에도 고비용이 필요한 송유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이 '송유관 카드'로 북한을 통제하기 위해서 이런 불편한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주일미군에 맞서기 위해서는 북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조"라며, 미국이 최근 '슈퍼301조' 발동까지 거론하며 제재 압박을 가하고 있음에도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끊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북한 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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