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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 짠나(가명)씨가 숙소로 사용한 비닐하우스 전경(사진 지구인의정류장)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 짠나(가명)씨가 숙소로 사용한 비닐하우스 전경(사진 지구인의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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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출신의 여성노동자가 비닐하우스에서 철근을 나르고 있다.(사진 지구인의정류장)
 캄보디아 출신의 여성노동자가 비닐하우스에서 철근을 나르고 있다.(사진 지구인의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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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나씨가 사용한 비닐하우스 숙소 외관 (사진 지구인의정류장)
 짠나씨가 사용한 비닐하우스 숙소 외관 (사진 지구인의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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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1~12시간 노동, 휴일은 한달에 이틀만... 최저임금의 60%

그늘에 있어도 30℃를 훌쩍 넘는 한여름 무더위는 사람 숨까지 턱턱 막는다. 그늘이 이 정도 일진대 토마토, 상추, 수박이 자라는 비닐하우스는 어떨까? 농민들은 40℃를 넘는 것은 예사고 50℃까지 오를 때도 있다고 말한다. 농민들은 하우스 농사에 대해 "돈은 되지만 사람 골병을 먹고 사는 농사"라고 부른다.

골병을 먹고사는 비닐하우스는 어느 순간 외국인 이주노동자들로 채워졌다. 이들의 수고스러움으로 우리 식탁엔 값싸고 싱싱한 채소가 오른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실상은 참혹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한달에 이틀만 쉬고 하루 11시간에서 12시간을 일했다.

일부 사업주들은 이렇게 장시간 일을 시키면서도 최저임금도 60~70% 정도의 급여만 지급했다. 사업주는 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했다며 한달에 15만 원에서 4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숙사비 명목으로 가져갔다.

사업주가 기숙사비를 징수하며 이주노동자들에게 제공한 숙소는 다름아닌 비닐하우스 내에 설치된 임시 가건물. 겨울엔 난방도 되지 않고 온수도 나오지 않았다. 한 여름엔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야 했고 제대로 씻을 곳조차 없었다. 이주노동자들은 항의했지만 사업주는 오히려 "불법 체류자로 만들겠다"며 "1000만 원을 가져오라"고 협박했다.

우리 식탁에 오른 채소는 물기를 머금으며 싱싱함을 뽐내지만 이를 기른 이주노동자의 눈에 고인 눈물을 결코 싱싱하지 않았다.

짠나씨의 눈물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닙니다"

 짠나씨가 머물던 비닐하우스 숙소 화장질(사진 지구인의정류장)
 짠나씨가 머물던 비닐하우스 숙소 화장질(사진 지구인의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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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출신의 여성노동자 짠나(가명, 30)씨는 2015년 여름부터 충북 음성군의 한 채소재배 시설하우스 농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E9 취업비자를 받고 합법적으로 취업한 일자리였다. 그가 속한 농가는 21동의 비닐하우스와 2곳의 노지 경작지에서 샐러리, 쌈배추, 당귀, 참나물, 적근대를 재배했다. 이곳에는 짠나씨를 포함해 3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했다.

짠나씨가 일한 비닐하우스는 일터이자 숙소였다. 비닐하우스 내에 5cm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가건물이 그가 사용한 숙소였다.

환경은 열악했다. 가건물에는 냉방과 난방 장치가 전혀 없었다. 겨울에는 전기장판 하나로 버텼고 여름에는 선풍기 한 대가 전부였다.

욕실이 있지만 한 겨울에도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은 임시로 설치된 이동식 화장실이었다. 부엌은 따로 없었고 비닐하우스 내에 설치된 냉장고와 가스렌지에서 음식을 조리해 먹었다.

숙소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에는 작물이 재배됐고 이곳에 농약이라도 치는 날이면 농약냄새가 고스란히 숙소로 스며들었다. 짠나씨는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노동시간도 길었다. 오전 6시 혹은 7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6시까지 일했다. 한 달에 쉬는 날은 고작 이틀뿐이었다. 짠나씨의 근무일지에 따르면 2015년 8월에는 29일 동안 319시간 일했다. 9월에는 28일에 280시간, 10월에는 29일에 290시간을 일했다.

이렇게 해서 그가 받은 임금은 실지급액으로 115만 원에서 130만 원을 받았다.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4100원에서 4300원에 불과했다. 당시 최저임금 5580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견디다 못한 짠나씨는 지난해 8월 과도한 노동시간과 주거시설에 대해 사업주에게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업주는 출근하는 봉고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하면서 "너는 열심히 일하지 않으니까 고용센터에 신고해서 불법으로 만들겠다"라고 협박했다.

그 이후로 사업주는 더 이상 짠나씨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 이에 짠나씨가 다시 항의하자 "내일 불법(체류자)을 만들겠다, 불법 하기(되기) 싫으면 1000만 원을 가져와라, 그러면 합법으로 만들어주겠다"라고 협박했다.

이 일을 겪은 짠나씨는 이주노동자들의 돕는 인권단체인 '지구인의 정류장'(대표 김이천)을 찾아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기숙사비 대신 2시간 더 일하라고?

또 다른 캄보디아 출신 여성 A씨는 2014년 한국에 입국해 지난해 말까지 음성군의 한 채소 재배 시설에서 일했다. 그가 일한 곳은 짠나씨가 일했던 곳보다 더 많은 29동의 시설하우스였다. 이곳에는 A씨 외에도 5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했다.

A씨도 짠나씨와 마찬가지로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가건물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가 사업주와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기로 돼 있다. 이중 휴게시간이 1시간 부여돼 하루 11시간을 일하기로 약정한 셈이다. 그런데 임금을 계산하는 월 노동시간이 이상하게 작성됐다.

사업주는 근로계약서에 '11시간 ×28.3일 = 224시간'으로 명시했고 224시간의 임금만 지급했다. 실제로는 '11시간×28.3일 = 311.3시간'이지만 사업주가 눈속임으로 월 90시간의 임금을 주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허위의 근로계약서는 법률에 따라 노동부에 신고됐지만 이 기관은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어느 날 사업주에게 왜 매일같이 10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사업주는 "숙소 사용료로 하루 2시간씩 무상노동을 하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하니 따라야 한다"라며 A씨의 항의를 묵살했다.

이런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노동부는 '농축산업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가이드라인'에서 '숙식제공 근로자 부담기준 상한'을 정해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임시주거시설에 대한 상한은 월 정액임금의 8%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기숙사비 명목으로 10만9000여 원을 넘을 수 없지만 사업주는 매달 임의로 31만 원 정도를 가져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업주는 A씨가 기간이 만료돼 퇴직했지만 퇴직금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A씨도 결국 '지구인의 정류장'의 도움을 받아 노동부에 진정을 제출했다.

 짠나 씨가 숙소로 사용한 비닐하우스 욕실. 한겨울에도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사진 지구인의정류장)
 짠나 씨가 숙소로 사용한 비닐하우스 욕실. 한겨울에도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사진 지구인의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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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물도 못 마시게 해... 노동권 사각지대 '농업 이주노동자'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에 소재한 외국인 농업노동자 중 10명이 이 단체를 찾았다. 그들이 호소한 내용은 인간의 기본권마저 침해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한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는 작업 도중 화장실이 없어 몸을 감출 수 있는 비닐하우스 뒤편 사이 밭둑에서 소변을 봤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와 상추 수확 작업을 하려 하자 사업주가 "뭐해! 화장실에 왜 그렇게 자주가?"라면서 상추를 들고 있던 손을 때렸다.

무더위가 한참인 지난해 8월, 또 다른 외국인 여성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려 하자 "물 먹지마! 상추를 조금 땄으니까 먹지마"라면서 물을 마시지 못하게 했다. 이에 항의하자 "니네 지금 장난해? 니들이 일하기 싫으니까 고용센터에 얘기해서 다 캄보디아로 보내겠어, 얘들 집으로 데려가"라고 협박했다.

김이찬 대표는 "이주노동자들 중 특히 농업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가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주 농업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한 달에 이틀 정도만 쉬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그러면 한 달에 300시간 이상의 임금을 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220시간 정도의 임금만 준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금액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사업주들은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의 약점을 잡아 협박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주 농업노동자들의 60% 정도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임시 가건물에서 생활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부 자체 조사결과 절반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정식 주거시설이 아닌 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안다"라며 "어떻게 비닐하우스에 거주하게 하고 수십만 원의 기숙사비를 받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나마 충북지역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며 "충남 지역의 경우 충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례가 많다"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농업 노동자들의 경우 모든 근로계약서가 노동부에 제출돼 있지만 엉터리로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대해 노동부가 모른 척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여름 50℃를 오르내리는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철근을 나르고 채소를 수확하는 고된 노동을 대신하고 있다. 이들이 없다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저렴한 채소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 저렴하고 싱싱한 채소 뒤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숨겨져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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