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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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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일 오후 11시]

"정유라 승마선수인지도 몰라"…"영재센터와 미르·K도 몰라"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 '정유라 승마 지원'도 전면 부인했다.

특검 측이 "2014년 정유라 공주 승마 의혹이 제기됐고, 이 부회장이 승마선수 생활을 했다. 정유라가 승마선수라는 것은 알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전혀 몰랐다"며 "제가 승마를 하긴 했지만 말을 안 탄 지 20~25년이 넘었고, 국내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없어서 이번 재판 과정에서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검사가 "2014년 12월 청와대 문건 사건으로 최순실씨와 정윤회씨가 비선 실세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증폭됐고, 정씨가 딸이라는 사실도 부각됐는데 몰랐나"라고 재차 정씨에 관해 묻자 이 부회장은 "몰랐다. 전혀 들은 바 없다"라고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정씨의 존재를 몰랐으며 승마 지원 과정에도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진술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에서 대한승마협회에 관한 지시와 질책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은 "최지성 실장님께서 챙기겠다고 했고, 제가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그다음 과정은) 팔로업(후속 조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대통령에게 지시를 받은 사람은 이 부회장 본인인데 최지성 실장에게 맡기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거냐"라고 꼬집자 이 부회장은 "더 이상 제가 할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영재센터 또한 몰랐으며 삼성그룹이 후원한 사실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번째 독대가 있던 날인 2016년 2월 15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을 제시하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기재돼있다. 그날 언급되지 않았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아니다. 언론 보도 이후에 처음 들었다"라고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영재센터 또한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나중에 사건이 터지고 언론에서 영재센터 이름이 나오고 나서야 그때(2015년 7월 독대) 말씀하셨던 게 이거였구나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1신 : 2일 오후 8시 3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진술이 맞다면, 삼성그룹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 부회장의 뜻과 상관없이 미래전략실에서 이뤄졌다. 오로지 삼성전자 업무에만 몰두했고 다른 계열사의 일은 전혀 몰랐다는 이 부회장은 "최지성 실장님께 건의 드렸다"는 표현까지 써 가며 최 전 미래전략실장을 거론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진행된 자신 등의 뇌물사건 공판에서 넉 달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상 '삼성 후계자'라는 이 부회장은 자신의 그룹 승계에 결정적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폐지 등 그룹 주요 현안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이 결정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자신의 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모르쇠'로 피해갔다.

김영철 검사가 "(이 부회장이)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자사주 매각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승낙한 게 맞느냐"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저는 그 업계나 경쟁 동향을 모르기 때문에 처음 합병하자고 했을 때 동의하고 넘어갔는데 엘리엇(헤지펀드)이 등장하고 나서 최지성 실장님께 한 번 건의 드렸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엘리엇이 원색적으로 표현하면 악랄한 친구들이라는 얘기가 있어서 우리 경영진들이 이런 데 시간을 많이 뺏겨도 되느냐고 생각했다"며 "실장님이 다시 불러서 그래도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냥 알지 못해 따랐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 검사가 다시 "합병발표 때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는 논란이 있지 않았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당시엔 제가 양사 업무에 대해서도 몰랐고, 양사 합병도 사장님들하고 미래전략실에서 알아서 다 했다"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미래전략실 해체도 최지성 전 실장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국정농단 사태가 막 시작될 때고, 저희에 대한 여론이 굉장히 나빴다"면서 "청문회 휴정 때 실장님이 전화로 제가 미래전략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를 얘기하는 게 좋겠다는 코치를 해서 발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공판 시작부터 "저는 미래전략실에 한 번도 소속된 적이 없었다. 95% 이상 전자와 전자계열사에 관한 업무만 했다"라며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검사가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대외업무들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한 후에 제가 그룹을 대표해 참석하는 행사나 업무가 조금 늘었다. 그때마다 미래전략실 담당 부서의 도움을 받았던 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월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발언했고, 삼성그룹은 2월 미래전략실을 공식적으로 해체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이고,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 업무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상성그룹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미래전략실을 아예 없애버렸다는 얘기다.


태그:#이재용, #박근혜, #최지성, #미전실,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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