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캐나다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나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러 가지 의문점 중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거창하게도 '과연 캐나다가 독립국가가 맞나?'하는 '국가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캐나다는 여전히 영국의 식민지인가?

잘 알다시피 캐나다의 수반(The Head of Canada)은 캐나다총리(Prime Minister)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영국여왕이다. 여왕을 대신해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인 총독(TheGovernor General of Canada)도 총리의 조언에 따르긴 하지만 여왕이 지명한다. 이렇게 보면, 캐나다인들의 선거로 선출되는 총리는 권력 구조상 3위 정도에 머무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여왕과 총독은 실질적이 권력이 없고 명목적이고 의전적인 면에서만 권력서열 1, 2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백 번 감안하고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권력구조가 아닐 수 없다. 이 시스템을 처음 본 보통 한국 사람의 십중팔구는 단번에 "어찌 이런 일이..."하며 놀랄 수도 있다. 엄연한 독립국가이며 G7의 선진국 반열에 있는 캐나다가 이 개명 천지, 아니! 빛의 속도로 세상이 변화해 가는 첨단 시대에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고는 용납이 안 될 권력구조를 어떻게 아직도 가지고 있을 수 있나 하는 탄식을 절로 하게 된다.

비슷한 듯 다른 미국과 캐나다의 동전

 캐나다 동전
 캐나다 동전
ⓒ 김태완

관련사진보기


영국 여왕을 정점으로 하는 이러한 독특한 정치체계는 캐나다인들의 일상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는데, 이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동전이다. 캐나다와 비슷한 뿌리를 가진 미국의 동전과 비교하며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 동전과 캐나다 동전은 그 단위와 크기가 아주 비슷하다. 미국은 1센트, 5센트, 10센트(다임), 25센트(쿼터), 50센트 등 5가지의 동전을 사용한다. 캐나다는 미국에 비해 50센트짜리가 없는 대신 그 위에 1달러(루니), 2달러(투니) 두 가지가 더 있어 6가지 동전을 가지고 있다. 크기 면에서는 1센트에서 쿼터에 이르기까지 단위가 커질수록 동전이 커지지만,  예외적으로 5센트짜리가 10센트보다 큰 점도 두 나라가 똑같다.

하지만 동전에 들어 있는 콘텐츠를 보면 두 나라 사이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미국의 동전은 5가지 모두 다른 인물이 들어가 있다. 1센트에는 링컨, 5센트에는 제퍼슨, 10센트에는 루즈벨트, 쿼터에는 조지 워싱턴, 50센트에는 케네디(J.F.K.)가 들어 있다. 반면, 캐나다 6개의 동전에는 단 한 사람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얼굴이 똑같이 박혀 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동일 인물이지만 동전에 나온 여왕의 모습이 동일하지는 않다. 즉 동전이 만들어진 시기에 따라 여왕의 얼굴이 동전 속에서 나이를 먹어 가는데, 예전에 만들어진 동전에서는 젊은 여왕이, 최근에 만들어진 동전에서는 나이 든 최근의 여왕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영국 여왕이 캐나다의 모든 동전에 등장하는 것을 영연방 국가의 하나인 캐나다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의 차이 때문이라고 십분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다만 한가지가 궁금하다. 여왕의 얼굴을 나이에 맞게 변화 시킬 만큼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는 동전에서 왜 여왕폐하는 한결같이 60여 년을 오른쪽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반면 미국 동전은 1센트를 제외하곤 모든 인물들의 얼굴이 왼쪽을 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 보면, 캐나다 동전의 '우향우 현상'은 그냥 우연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만만찮은 문화적인 비밀코드가 숨겨져 있을 것 같다.

동전에 나타난 캐나다의 '영국 사랑'?

영국에서 대서양을 건너와 북아메리카대륙 동쪽에 안착한 미국인이나 캐나다 사람들에게 동쪽(오른쪽)은 자신들이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잊지 못할  고향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서쪽은 그야말로 황량하기 그지없는 미개척의 황무지였던 것은 두 나라 사람 모두에게 주어진 공통적인 환경이었다.

어쩌면 두 나라 사람들이 과거와 미래를 보는 인식의 차이와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의 차이가 두 나라의 동전에 은연 중 나타나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 동전 속 인물들이 서쪽(왼쪽)을 바라보는 것은 서부개척의 파이오니아 정신과 미래 지향적인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말해 주고 있다. 반면, 캐나다 동전의 여왕폐하가 한결같이 오른쪽(동쪽)을 바라보는 것은 대서양 건너 마음의 고향 대영제국(GB)을 동경하며, 뿌리와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캐나다인들의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차이가 결국은 같은 듯 완연히 다른 현재의 두 나라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다.

캐나다에 온지 몇 개월 되지 않았던 어느 날인가 "너희는 왜 남의 나라 여왕을 국가수반으로 모시냐?"고 캐나다 여성에게 순진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녀가 냉소인 듯 답답함인 듯 보여 주었던 무언의 응시가 오늘 동전 속 여왕의 옆모습을 통해 나에게 이렇게 대답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이해하겠느냐?"고, "제대로 이해가 되어야 진정한 캐나다인이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이는 글 |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만, 같은 내용의 글이 캐나다 한국일보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저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김태완입니다. 이곳에 이민와서 산지 9년이 되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동안 이민자로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그때그때 메모하고 기록으로 남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민자는 새로운 나라에서뿐만이 아니라 자기 모국에서도 이민자입니다. 그래서 풀어놓고 싶은 얘기가 누구보다더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