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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출판노동자들의 퇴사기를 엮은 비정기 간행물 <퇴사의 이유> 창간호가 출간됐습니다. 출판사 바깥에서 우리끼리 책을 만들어보자는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한 이 독립출판물은 회사를 떠난 '누군가'의 속사정과 풍문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호기심 때문인지, 다행히 어영부영 초판을 소진해갔고 첫 호가 나온 지 4개월쯤 지나, 그러니까 지난 3월 두 번째 호가 발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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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호의 주제가 한 노동자의 생애에서 가장 결정적인 숫자인 급여(라 쓰고 저임금이라 읽는다)에 대한 넋두리였다면, 두 번째 호는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우리의 심신을 갉아먹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창간호를 낸 뒤 이제 남은 일은 다음 호를 연달아 내는 일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강 틀도 잡혔고, 원고 입수부터 편집, 제작까지 한 번 해봤으니 전보다는 수월할 것이라고 안심했죠. 전에 10만큼 했으니 이번에는 적어도 11 정도는 하겠구나, 살짝 기대도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기세 좋게 일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쉽게 들어오지 않았고 책 발행을 위한 모금도 더디기만 했습니다.

필자 신청을 해준 분들에게 답신을 보내고 틈틈이 글을 쓰고 펀딩 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리고 벽보를 만들어 출판단지 정류장에 붙이고 방금 전에 들여다본 필자 신청 메일함을 다시 열어보고. 분명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기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으니 제때에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초조함마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허공에 대고 팔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어디선가 글은 계속해서 들어왔습니다. 아주 천천히. 끊이지 않고. 그렇게 이야기 몇 개가 모였습니다. 간만에 들어온 원고를 회사에서 읽으며 히죽거리기도 했고, 이런 게 좀 더 모이면 그럴듯하겠구나, 하며 조금 우쭐한 생각도 해봤습니다.

표지가 나오자 우리가 하는 일이 세상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무언가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는 책을 만들까 궁리하고 후원 사이트를 통해 제작비를 마련해준 독자들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죠.

 <퇴사의 이유>
 <퇴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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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의 이유>는 한 노동자의 생애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이자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일지도 모르는 '퇴사'를 다루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이야기들을 엮는 과정은 꽤 경쾌했습니다.

작업에 참여하는 팀원 모두 회사에서 갖은 고초를 겪거나 겪었던 전력이 있고, 또 앞으로도 그 고초는 쭉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적어도 잡지 준비를 하며 회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 끝에는 늘 이런 대사가 함께 했습니다. "재밌다!"

먹다 남은 음식물(우리는 이것을 '음식물 쓰레기'라고 부릅니다)을 부하 직원에게 건네는 찌질한 상사부터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듣기 싫다고 직원 관자놀이에 유리병을 던진 회사 대표까지, <퇴사의 이유> 2호에는 실로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런 다이내믹한 인간들과의 조우는 '이 업계는 쓰레기'라는 초탈적 혐오로 사람을 내몰지만, 때론 명쾌한 교훈을 주기도 합니다.

"'애가 영악해서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한다'는 말까지 듣고 나서야 더 이상 나이스한 태도와 말이 필요 없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설마 이 잡지를 만드는 나(우리)도 이 안에 있었던 건 아닐까? 이런 섬뜩한 생각이 들었지만 대답을 미루고 막바지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겨울이 물러가고 따듯한 바람이 불 무렵 책이 나왔고, 걷기만 해도 땀이 옷을 적시는 지금 3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퇴사의 이유> 두 번째 호가 나오자 진지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기분이 좋다는 경쾌한 감각만 몸에 남았네요. 이 감각은 꽤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적어도 3호가 나올 때까진 말이죠.

3호는 올해 11월에 나옵니다. 3호의 제목은 이렇게 지어봤습니다. "나야 나!"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직접 확인해주세요. 그나저나 그땐 좀 더 많은 부수를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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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출판소모임 ㅎㅈㅁㅈ 편집 후기]


기병: '사람'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이번 호 작업에서, 우리는 지난번보다 조금 더 진지한 마음으로 원고를 들여다봤다. 개별적으로 쪼개진 이 '상냥한 폭력'의 여러 사례를 모으며 우리 작업이 사회적인 활동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업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진지함을 한 움큼 입에 물기도 했다. 원고를 다 읽고 난 뒤에는 그저 안타까웠다. 그들이 겪은 일터와 그곳의 사람들은 서로의 행복을 착취하며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토록 악할 필요가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 궁금증 때문에라도 이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

나비: <퇴사의 이유> 두 번째 이야기를 작업하면서,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이야기를 접했다. 그 속에는 분명 내가 겪은 사람과 내가 있었다. 나는 나의 시간들이 아주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이 출판업계만큼은 아주 평범한 보통의 경험일 뿐이었다. 앞으로 세 번째 작업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나는 나를 닮은 또다른 출판인을 만나게 되겠지. 나는 그 만남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그래도 피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마주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 어딘가에서 또다른 나의 모습으로 책을 만지며 일하고 있을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노보노: 사실 출판업계에서 비정상적인 일이 비일비재로 벌어지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생생하게 구체화된 모습들을 접하고 할 말을 잃었다.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이 업계에서 일하다보니 이건 꿈이 아니라 이룰 수 없는 무엇, 설화 속에 나오는 샹그릴라나 유니콘의 뿔처럼 현실감이 없는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봉 동결을 통보하는 회사에 한 마디 말도 못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왜 우리나라에서는 일을 한다는 것이 이다지도 고달픈 것인가 다시금 생각해본다. 

※ <퇴사의 이유> 3호는 11월에 제작되어 배포될 예정입니다. 1호, 2호와 더불어 독립서점 몇 곳에서 곧 만나보실 수 있고, 조만간 텀블벅(tumblbug.com)을 통해 제작비를 모을 예정입니다. <퇴사의 이유>와 관련한 소식은 페이스북(facebook.com/HALZMALZ)과 트위터(@hjmj9to6)를 통해 계속해서 공유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궁금하신 점은 언제든 메일(hjmj9to6@gmail.com)로 보내주세요!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ㅎㅈㅂㅈ는 비정형 출판소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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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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