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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불안을 생각해 하루 이틀 더 미뤘어야 했다."(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
vs.
"대통령 휴가는 노동 문제와 관련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추혜선 정의당 대변인)

상반된 목소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 휴가를 두고서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국민들의 불안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고 지금은 실질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때가 아닌가"라며 "미사일 발사 하루 만에 휴가를 가는 것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상황의 심각성에 있다"며 "(미국, 중국 등)급변하는 국제 관계나 사드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행동의 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의당은 문 대통령 휴가를 반겼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는 일을 정말 많이 하는 사회다. 노동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의지를 갖고 물꼬를 트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문 대통령의 휴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추 대변인은 이어 "중요한 것은 죽어가는 노동자들에게 지금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바캉스란 말 자체도 노동의 휴식과 관련 깊다"고 설명했다. 추 대변인은 하루 이틀 정도 더 휴가를 미뤘어야 한다는 바른정당 측 비판에 대해선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29일 예정이던 휴가일정을 하루 미루고 지난 30일 휴가를 떠났다.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다른 당과 달리 공식 논평(바른정당 30일/정의당 31일)을 통해 문 대통령 휴가를 언급했고, <오마이뉴스>는 31일 두 당의 대변인과 통화했다. 다음은 두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바른정당 이종철 "미사일 발사 하루 만에... 이틀만 미루지"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
ⓒ 바른정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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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30일) 문재인 대통령 휴가 일정을 비판하는 논평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상황의 심각성에 있다. 대통령께서 하루 이틀이라도 미뤘다 가셨다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휴가를 갖고 뭐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미사일 발사 하루 만에 휴가를 가는 것은 의아하다. 국민들 불안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고 지금은 (대통령이)실질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때가 아닌가.

국제사회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과 미국에서도 크게 문제가 됐지 않나.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에 몇 번이나 트윗을 하면서 불만을 표시했고, 사드 문제는 중국과 특히 민감한 문제이다. 조기 배치를 추가적으로 지시했으면 이왕이면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시점이라고 본다. 사드 배치 지시는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겠다는 것이고, 동북아 정세의 근본 변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일반환경영향평가 발표 하루 만에 사드 추가 지시를 했다고 하면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투영됐다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충분히 여러 가지 대처를 해서 풀어가야 하는데 하루 만에 휴가를 가시니까 그런 문제를 미루겠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민한 대응이 부족하고, (미국, 중국 등)급변하는 국제 관계나 사드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행동의 때를 놓친다는 것이다."

- 이럴 때일수록 예정대로 휴가를 가는 게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도 어폐가 있다. 일견 일리 있는 얘기라고 볼 수도 있고 대통령이 중심을 잡는 모습이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실질적인 대응을 통해 안정감을 줘야 할 문제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으로 안정감을 줄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임기 첫 해고, 휴가를 다 쓰자고 하셨으니, 가지 말라는 건 아니고 한 이틀 정도만 미루고 갔어도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너무 갑자기 하루 만에 휴가를 가신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 이틀 후에 떠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나.
"조금 달랐을 것이다. 솔직히 대통령이 휴가가 어딨나. 어디에 있든 사안을 다 파악하고 보고 받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움직임을 통해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국민의 안정감이나 정서가 있다. 예를 들면 메르스 사태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휴가를 바로 안 갔다. 대통령이 없다고 해서 일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의 움직임이 신호가 되고 국민과의 교감이 된다는 것이다."

- 우리 사회에 부족한 휴가 문화 정착 관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데.
"인정한다. 대통령도 이전부터 그렇게 얘기해왔었지 않나.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때를 잘 잡아서 휴가를 갔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대통령 말고 다른 사람들이 지금 이 상황에서 휴가 갈 수 있겠나. 물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휴가 가고 그러는데... 다른 당 대표까지 제가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안보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들은 이 국면에서는 휴가 얘기를 못 꺼낸다는 것이다."

정의당 추혜선 "휴가 2∼3일 늦춘다고... 국민 불안과는 무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해직 경험과 언론인의 인권 보호'를 주제로 열린 언론인권포럼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해직 경험과 언론인의 인권 보호'를 주제로 열린 언론인권포럼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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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 휴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사일 발사 때문에 대통령 휴가 일정이 하루 늦춰졌다. 바른정당을 비롯해 일각에선 엄중한 상황에 대통령이 휴가갔다는 비판을 하는데, 대통령이 지금까지 일관되게 말해 온 휴가 문화 장려 취지가 있지 않나. 휴가는 노동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일을 정말 많이 하는 사회이다. 이번 정부가 노동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의지를 갖고 문제 해결에 물꼬를 트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 바른정당 측에선 이틀 정도만 늦게 갔어도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었다고 보는데.
"문 대통령이 미사일 발사 후 신속하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우리 정의당은 사드 추가 배치 등 정부 대응책에는 비판적 입장이지만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한 규탄과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지 않았나. 그런 부분에서 보면 단순히 휴가를 2~3일 늦춘다고 근본적으로 국민들이 안심하거나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도 그런 부분을 고려해 휴가 때에도 보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의) 기존의 휴가 장려 취지를 무색하지 않게 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본다. 바른정당에서 얘기하는 국민 불안이나 이런 부분들이 휴가가 며칠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진 않는다."

- 휴가 문화 정착에 대한 평가라는 얘기다.
"그렇다. 집배원 경우만 해도 작년부터 한 달에 한 명 꼴로 돌아가셨다. 나는 지난 1년간 의정생활을 하면서 내내 상을 치르는 중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정의당에 가장 가까운 분들인데, 이분들의 죽음을 강요하는 시스템과 문화가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죽어가는 노동자들에게 지금의 이 문화를 바꾸겠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가 시스템 개혁의 실천 행동과 함께 이어진다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바캉스란 말 자체도 노동 휴식 문제와 관련이 깊다. 오늘 아침 회의에서 김영훈 '노동이당당한나라' 본부장이 바캉스 어원이 노동자의 휴식에 기원한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나. 대통령 휴가는 노동 문제와 관련해 상징적 의미가 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아침 5차 상무위에서 "지금으로부터 80여년 전, 1936년 프랑스 노동자의 총파업 투쟁을 통해 입법·도입된 '2주간 연속 휴가 및 유급화 제도'가 바로 바캉스의 기원이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장시간 노동 국가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4개월 이상 더 일한다는 발표가 계속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태그:#문재인, #휴가, #추혜선, #이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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