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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G-200, 2018,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 행사에 참석해 "2018 평창! 하나 된 열정!, 하나 된 대한민국!, 하나 된 세계!"란 응원 메시지를 작성, 김연아 홍보대사(전 피겨 국가대표)와 SNS 홍보캠페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G-200, 2018,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 행사에 참석해 "2018 평창! 하나 된 열정!, 하나 된 대한민국!, 하나 된 세계!"란 응원 메시지를 작성, 김연아 홍보대사(전 피겨 국가대표)와 SNS 홍보캠페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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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홍보대사까지 맡았다. 이전 대통령들이 국제경기대회 홍보대사를 임명하거나 명예대회장을 맡는 건 흔히 있는 일이지만, 홍보대사를 직접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 여름 휴가지도 평창이었다. 28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로 하루 늦춰지기는 했지만, 30일 오전에 애초 계획대로 평창으로 가 올림픽 경기장 시설을 관람하고 관계자들을 만나 격려했다.

단순히 평창올림픽의 성공 때문이 아니다

그는 앞서 지난 달 24일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도 제안했다. 장웅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등 북한 관계자들도 참석한 자리였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접견 등 관련 있는 자리마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공동 응원단 구성 등 북한의 참가 문제에 대한 얘기를 빼놓지 않고 있다. 

북한 장웅 IOC위원은 이같은  '스포츠 교류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라고 했다. 이런 불쾌한 반응에도, 또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탄 실험까지 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독일 방문 중에 발표한 '베를린 구상'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해 IOC에서 협조를 약속한 만큼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다시 북한의 참가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처럼 '국제 경기대회의 흥행과 성공'이라는 목표와 함께 북한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더 구체적인 지점이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 A씨는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바로 이어서 열리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키리졸브 훈련과 딱 겹치는 시점이다. 이때 남북관계가 불안하면 패럴림픽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물론 북한도 이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내년 2월 9일~25일) 직후인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제12회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열리는데, 이 시기가 한미 키리졸브 군사훈련과 겹친다는 것이다.(보통 키리졸브훈련은, 전쟁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위주 지휘소훈련(CPX)인 키리졸브 연습과 실기동훈련(FTX)인 독수리연습이 한 세트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내년 '한미연합 키리졸브 연습․독수리 훈련'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올해는 3월 13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됐고, 2016년에는 3월 7일~4월 30일, 2015년에도  3월 2일~4월 24일까지가 훈련기간이었다는 점에서 내년 2018년에도 평창 동계 패럴림픽과 상당 기간이 겹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분야 정책 수립에 참여한 B씨도 "정부는 평창 동계 패럴림픽시기와 한미훈련이 겹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북 접촉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애초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무대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행사라는 점을 이용해 북한의 총리급 인사를 초청하는 이벤트등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구상은 큰 장애물에 막혀 있다. 북한이 호응하기는커녕 초대형급 군사행동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인도지원단체들과 6.15남측위원회가 적극 방북을 추진했으나 북한은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민간이 아닌 정부가 직접 나서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으나 묵묵부답이고, '특수 관계'인 고 정몽헌 회장의 금강산 추모식 행사를 위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요청까지 거부했다. 여기에 미국 본토까지 사거리를 확대한 ICBM급 미사일 발사 시험을 두 차례나 했다.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과 키리졸브(KR) 훈련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지난 3월 14일 한반도 동남쪽 공해상에 도착한 미국 제3함대 소속의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 비행갑판에 F/A-18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과 키리졸브(KR) 훈련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지난 3월 14일 한반도 동남쪽 공해상에 도착한 미국 제3함대 소속의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 비행갑판에 F/A-18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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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한미 군사훈련 축소'안, 아직 살아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동시에 잠정중단'한다는 이른바 '쌍중단'을 다시 주목하게 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지난 6월 중순 미국 방문 중에 원래의 '쌍중단'보다 낮은 수준인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한미 군사 훈련 축소'안을 꺼낸 바 있다. 국내 보수층이 기다렸다는 듯 맹공하고 애초 별 관심이 없던 미국 정부까지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쌍중단'은 안 된다고 정리한 바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A씨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다가오면 결국은 한미훈련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고, 그 맥락에서 쌍중단 문제도 봐야 한다,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렵지 않은가"라면서 "북한은 쌍중단과 평화협정까지 같이 묶어서 요구하기 때문에 쌍중단만 갖고도 어렵지만, 물꼬를 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잘 안다는 점에서, UFG 훈련때 전략핵폭기 등 이른바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 내에 이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꽤 된다"고 덧붙였다. 

B씨 역시 "정부도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만들기 위해 훈련 축소를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중동과 보수세력의 맹폭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쌍중단'론이 완전히 사그라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도 지난 달 21일 계춘영 주인도 대사를 통해,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북한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군사훈련과 핵․미사일 실험 중 어느 쪽을 먼저 중단할 것이냐는 선후 문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협상의 실마리는 있는 셈이다. 그리고 애초 문 특보의 주장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의 발언을 재반복한 것이기도 하다.

상황이 악화되면 될수록 그만큼 대화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태그:#평창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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