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편집자말]
3년 전 DJ석에서 내려왔던 그가 돌아왔다. 대한민국 유일의 논스톱 리믹스로 꾸며진 라디오이자, 주말 라디오 시간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생방송을 책임졌던 < DJ 처리와 함께 아자아자 >(아래 <아자아자>의 신철 말이다. 프로그램만을 위한 전용 문자번호까지 갖고 있었는데, 그 번호로 오는 문자가 SBS 파워FM으로 오는 문자 수보다 많았다는 2013년 통계가 있을 정도.

하지만 이 라디오의 진정한 의의는 다름 아닌 주말에도 근무하는 버스 기사, 택시 기사, 트럭 기사 등 모든 공공운수인의 '친구'였다는 데 들 수 있다. 버스 뒤에 <아자아자> 스티커를 붙이고 운행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실제로 방송이 폐지된다는 소식에 이들 운수인들이 SBS 사옥 앞에 가서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러한 이유는 시경 리포터와 연결하여 실시간으로 변하기 쉬운 주말 교통 소식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로 대화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다양한 돌발퀴즈를 내고 실시간으로 다양한 음성 소스와 음악을 리믹스 하는 등 주말 피곤한 운행을 견딜 수 있는 '박카스'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방송의 귀환에 엄청난 반응이 왔음은 당연했다.

돌아온 첫 방송에 문자 '폭주'... 황제가 돌아왔다

 DJ 처리, 휴가길을 부탁해!의 홍보 페이지 갈무리. 많은 청취자가 기다렸던 순간이다.

DJ 처리, 휴가길을 부탁해!의 홍보 페이지 갈무리. 많은 청취자가 기다렸던 순간이다. ⓒ SBS


"오랜만입니다. 두목 DJ 처리입니다. 오늘과 내일, 12시부터 밤 8시까지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정호승 시인이 이렇게 말했죠.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애청자 여러분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저는 가슴 떨려 죽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이왕 죽을 바엔 죽이는 음악으로, 오늘과 내일 분위기 한 번 죽이게 잡아보겠습니다."

29일 방송 시작 30분 만에 7777문자를 달성하고, 35분 만에 1만 개, 방송 종료 무렵에는 6만20개의 문자를 달성한 '경이로운 속도'로 문자가 쌓였다. 방송권역이 예전과 똑같은 수도권이라지만, 인터넷 라디오를 통해 돌아온 택배 기사, 버스 기사 등이 엄청난 문자를 보내왔다. 신철은 이에 화답하듯 문자를 보낸 각 운수사의 기사 이름을 읊어주며 반갑다는 답을 보냈다.

문자뿐만 아니라 DJ 처리의 능력 역시 '폭주'했다. 단순히 트로트뿐만 아니라 I.O.I, 빅뱅 등 아이돌의 최신곡, 싸이의 신곡과 일렉트릭 곡, 팝송 등을 자연스럽게 섞어 내보냈다. 다양한 멘트나 영화 속 대사, 유행어들도 멘트 중간에 섞었다. 이전처럼 광고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음악 리믹스에 집중했다.

중간중간 이전에 '핫'했던 코너를 다시 꺼내오기도 했다. 돌발퀴즈나 선물 타임부터 시작해서 '미숫가루 먹이기'라든지, '부모님 전 상서' 등을 통해 많은 청취자의 반응을 끌어냈다. 신철 방송의 특점인 '등수놀이'도 같이 이어졌다. 문자를 보내는 청취자가 '몇 번째로 입장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시간이었는데, 등수 초기화를 할 때는 1초에 수십 문자가 쏟아졌다.

중간중간 주유권이나 수제구두, 백화점 상품권 등을 배포할 때 그리고 DJ의 손때가 묻은 직접 리믹스한 CD를 배포할 때는 문자가 그야말로 '폭발'했다.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까지 방송을 내내 8시간씩 반복했다. 그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애청자 그리고 처음 들어오는 청취자들과 전화도 연결하고 초대가수도 부르며 미친 존재감을 뿜어냈다.

두목님부터 '다양한 방송언어'까지... 기사들의 '비타민'

DJ 처리는 방송 중 "이 방송은 휴가를 떠나는 분들도 듣고 계시지만, 휴가를 떠나지 못하고 각계에서 일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듣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애초에 이 방송은 주말에 일하는 사람들, 특히 그중에서도 개인택시, 회사택시, 시내버스와 고속/시외버스, 도시철도 등 운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주로 듣는 방송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리믹스하는 음악을 통해 잠이 깰 수도 있고, 내부의 콘텐츠를 통해 지루한 운전을 견딜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애청자 중에는 DJ신철이 나이와 직업, 어디서 일했는지를 그대로 아는 경우가 많아, 방송 내내 "오래간만입니다, 친구"를 외치거나 "언제 거기로 가셨대?"를 외치는 경우가 많았다.

방송 말미 DJ 처리는 '서울 동아 운수 대표에게 문자가 왔다'며 '안전운전하십시오'라고 전하라며 성화를 했다는 그의 사연을 전할 때는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다른 동아 운수 기사의 사연을 소개하더니 이윽고 방송할 때의 단골 멘트였던 "앞차는 너무 달아나지 말고, 뒤차는 너무 밀지 맙시다!"를 복창했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이 기사들에게 주는 의미는 각별했다.

일요일에는 특별히 <아자아자> 방송 진행 당시 애청자들의 근황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는데, 방송 당시 마을버스를 몰던 기사가 시내버스나 고속버스로 옮겼거나, 법인택시 기사가 개인택시를 마련했다는 등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아자아자>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가장 큰 이유에는 단순히 애청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애청자를 아꼈다는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노동강도 센 운전기사들에게 유일한 낙

 29일과 30일, DJ 신철이 진행하는 'DJ 처리, 휴가길을 부탁해!'가 진행되었다.

29일과 30일, DJ 신철이 진행하는 'DJ 처리, 휴가길을 부탁해!'가 진행되었다. ⓒ SBS


"(이틀간 방송을 진행하며) 설레고 가슴떨리고 흥분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렇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오늘 4054명에게서 5만9538개의 문자가 왔습니다. 여러분과의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두목 DJ 처리는 다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만나자! 꼭 다시 뵙겠습니다."

일요일 방송 말미 그는 이러한 멘트를 남겼다. 프로그램 메시지와 문자에는 '다시 돌아오면 꼭 매일 듣겠다'는 약속과 다짐이 담긴 청취자들의 글귀가 가득했다. 또 그는 단 이틀 뿐이었지만 방송 마지막 날이 아쉬웠는지, 애청자들과 모이는 '번개'를 서울 장안동에서 갖기도 했다. 단 이틀동안, 애청자들은 다시 <DJ처리, 휴가길을 부탁해>로 돌아온 <아자아자>에 빠졌다.

이렇듯 단 8시간, 이틀간 진행했던 방송으로 잠시 돌아온 데 그치지 않고 이 방송이 부활하기를 바라는 여론이 꽤나 많다. 더욱이 이러한 프로그램이 부활해야 될 이유는 다름아닌 '기사들의 친구라는 데' 있다. 대부분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이들이 나들이객을 보며 가장 애환을 느낄 시간인 주말에 생방송이 아닌 것도 있지만 실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아자아자> 가 늘 방송을 듣는 것이 일종의 '낙'이 된 운전기사들의 애환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하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실제 운전직종 종사자들의 근무 강도와 애환은 '광역버스 추돌사고'나 '기관사 자살'로 드러나기 이전부터 극심했고, 한 통계에서는 이들 운전직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비율이 다른 직종에 비해 높다는 결과를 만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방송 폐지 때 SBS의 각성을 요구하며 애청자들이 연일 시위를 벌였다는 사건이 다시금 생각난다. 운전하거나, 주말에 홀로 일하는 모든 이들은 이 방송을 청취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애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친구'가 사라지는 것이 큰 문제였으리라.

여하튼 처리는 돌아온다고 약속했다. 언제 돌아와서 청취자들에게 '미숫가루를 먹이고', '곤장을 치거나' '팥빙수를 먹일지', 그리고 애환이 담긴 사람들에게 가득한 피로와 노고를 풀어주는 역할을 다시 할지 기대된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SBS와 같은 방송에서, <아자아자> '시즌 3'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신철 DJ처리 라디오 운전기사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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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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