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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사건으로 2014년 2월 23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으로 2014년 2월 23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강기훈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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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한 국가 등이 강기훈씨와 그 가족에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기로 했다. 신임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정책기조에 따른 검찰의 태도 변화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4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사건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1심은 국가와 김형영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실장의 책임을 인정해 6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고, 사건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이었던 강신욱 전 대법관과 주임검사였던 신상규 변호사의 배상책임은 시효가 지났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국가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돼 이에 따라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고 분쟁의 조기 종식을 통한 신속한 권리구제 등을 고려하여 항소를 포기했다"며 "향후 재심 무죄 선고로 인한 유사한 국가배상청구소송에 있어 국가는 적정하고 신중한 상소권 행사를 통해 신속한 피해회복 및 인권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국가의 잘못이 명백히 드러난 과거사 재심 사건과 법원의 배상 판결이 난 각종 국가배상사건에 대해 검찰은 마치 강제규정이라도 있다는 듯이 항소·상고를 제기해왔다. 이로 인해 국가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동시에 국가배상도 늦춰져 사건 피해자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검찰의 항소 포기는 정권교체로 인한 변화로 보인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심 무죄 사건에 대한 (검찰이나 법무부의) 무조건적인 항소나 상고는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에 대해서도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강기훈 측은 항소 "검찰 가혹행위에 소멸시효 판단은 부당"

하지만 강기훈씨와 가족들은 이날 국가배상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 이유는 "1심 법원은 강기훈에 대한 수사가 가상의 유서대필범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행위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무시했고, 각 행위들을 개별적으로 나누어서만 판단했다"며 "검찰의 가혹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판단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유서대필자로 지목돼 고통을 겪는 아들을 지켜보면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한 강씨의 부모에 대한 위자료로 2000만 원을 인정한 부분도 항소 이유가 됐다. 강씨와 가족들은 항소를 제기하며 부담해야 한는 거액의 인지대 등을 감안해 1심 때 청구한 31억 원보다 적은 19억5000만 원을 청구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란, 1991년 김기설씨가 분신자살하며 '노태우 정권 타도' 내용의 유서를 남겼는데 검찰이 강기훈씨가 유서를 대신 써주고 김씨의 자살을 방조했다며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박홍 서강대 총장이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했고, 김지하 시인은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기고문을 쓰는 등 사회 전반에 공안 분위기가 형성됐다.

징역 3년을 살고 만기출소한 강씨는 2008년 재심을 청구, 2015년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강씨는 현재 간암 투병중이다.


태그:#강기훈, #유서대필, #국가배상, #항소, #박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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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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