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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싸웠던 노동자들이 1년 2개월만에 일터로 돌아갔다.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산켄전기) 노동자 16명이 24일 오전 9시 출근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17일 출근하려고 했지만 회사가 생산 라인을 갖추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해서 출근이 1주일 늦춰졌다. 노동자들은 1년 넘게 투쟁해 왔는데, 1주일을 못 기다리겠느냐며 받아들였다.

엘이디(LED) 조명을 생산하는 한국산연은 일본 자본인 '산켄전기'가 설립한 회사다. 1997년과 2010년에 이어 2016년에 노사 갈등이 불거졌다.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생산부문을 폐지하고 영업부만 운영하겠다며 정리해고했고, 2016년 5월 23일 '강제휴업' 초지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다양한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하고, 일본 원정투쟁도 진행했으며, 서명운동은 물론이고 주한 일본영사관·대사관도 찾아가 호소했다.

법적 투쟁도 벌였다. 해고자 34명은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그 결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부당해고'라 판정했다.

그러는 사이 18명이 희망퇴직(추가)으로 회사를 떠났고, 16명이 남아 투쟁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회사가 이들에 대해 '복직'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해고자들은 힘든 나날을 보냈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우리는 조합원 모두 공장으로 꼭 돌아가자는 약속을 했다"며 "암에 걸린 부모님을 간호해야 하는 조합원도 있었고, 아이들 학교와 끼니 걱정에 마음 아파하는 조합원도 있었다"고 했다.

또 이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투쟁일정 결합이 어려웠던 조합원도 있었고, 벌이가 없는 속에 가정경제의 어려움은 이만저만 아니었으며, 특히 부모나 형제들이 사직을 권유하기도 했다"며 "회사도 그렇지만 주변 환경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매일 힘들게 마음을 다잡고 아침마다 가족을 뒤로 한 채 투쟁의 현장으로 달려 나왔다"며 "무엇보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지역의 많은 단체와 동지들이 연대해 주었고, 고마웠다"고 했다.

한국산연은 지난해 5월, 휴업하기 전에는 생산직원이 69명이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런 저런 사유로 일터를 떠났다. 이제는 '끈질기게' 투쟁했던 16명만 남았다.

산켄전기 자본은 지난 21일 한국산연에 대해 새 사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양성모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장은 "평상시 회사 출근하는 느낌이다. 이전에 정리해고 철회 투쟁하며 싸웠던 일들이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며 "1년 2개월만에 첫 출근이라기보다 매일 해왔던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며 정리해고와 강제휴업을 했는데, 이제는 노사가 힘을 합쳐 (이 어려운 시기를) 같이 넘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며 "회사도 욕심 부리지 말고, 노조도 협력하는 자세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자본인 산켄전기가 설립한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일본자본인 산켄전기가 설립한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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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산연, #산켄전기,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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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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