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녹색 영주댐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는 김종술-정수근 기자
 녹색 영주댐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는 김종술-정수근 기자
ⓒ 김병기

관련사진보기


"이 똥물로 낙동강 똥물을 희석시킨다고?"

20일 오전 10시,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 정수근 기자(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가 경북 영주댐 전망대 아래쪽으로 사진기를 들고 내려가면서 혀를 찼다.

"이 드론 영상 좀 봐유. 저기 뽀글뽀글 올라오는 공기방울 발생기(폭기조, 녹조 저감 장치) 주변만 빼고 완전 녹색이네."

녹색 위의 검은 점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 김종술 기자도 드론을 조작하면서 혀를 찼다. 이날 영주댐에 담긴 물은 짙은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흐르지 않는 물 중간에 30개의 공기방울이 올라왔다. 그 부분만 반경 2~3m 검은 색 점을 찍은 듯 녹색 빛이 옅어졌다. 그것도 부족한 지 녹조제거선 한 척이 주변을 맴돌며 비지땀을 흘렸다. 배의 프로펠러로 녹조를 헤집었다.

"금강 녹조제거선이랑 같은 건데, 저거 2억 원짜리야. 이렇게 척척 나와야 하는데, 정수근은 이게 안 돼. 하-하-하."

이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김종술 기자가 찍고 정대희 기자가 편집한 아래 동영상을 보아주기 바란다.



낙동강 현장 취재팀의 다음 일정은 영주댐 위에 투명 카약을 띄워놓고 약식 토크쇼를 벌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악 시나리오였다.

취재팀은 금강마을 2차선 아스팔트 진입도로가 끊긴 지점에서 투명카약을 띄울 예정이었다. 이곳에 살던 40여 가구 주민들은 모두 떠났다. 마을은 물에 잠겼다. 바위로 막아놓은 진입도로를 50m쯤 내려가니 물과 도로가 만나는 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썩은 냄새, 숨을 쉴 수 없었다

그곳부터 코를 틀어막았다. 숨이 막혔다.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물가에는 빈 페트병과 스티로폼 조각, 소주병, 부탄가스, 보온병 등 온갖 쓰레기들이 둥둥 떠 있다. 물빛은 짙은 녹색, 그 위에 희끗희끗하면서도 남색 빛깔을 띠는 것들은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남조류로 간에 치명적인 맹독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남조류 사체가 썩어가는 것이다.

"그만 둡시다."

그 위에 투명카약을 띄우는 것도 문제지만, 코로 숨을 쉴 수 없는 곳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게다가 살인적인 날씨였다. 섭씨 36도. 이 상태에서 물속에 들어가면 살이 푹 삶아질 것 같았다. 햇빛을 가릴 그늘막도 없었다.

그곳에서 다시 50m 올라와서 도로의 나무 그늘에 앉자마자 김종술 기자가 한마디 내던졌다.

"물에 맨몸으로 들어가자니까? 이렇게 전투력이 없어서야... 이래서 안 돼."

뜨끔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냥 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영주댐의 녹조 물에 투명카약을 띄우려다 포기한 두 기자. 썩은 내가 진동하는 영주댐 물을 취재하고 있다.
 영주댐의 녹조 물에 투명카약을 띄우려다 포기한 두 기자. 썩은 내가 진동하는 영주댐 물을 취재하고 있다.
ⓒ 김병기

관련사진보기


내성천 비경 중의 비경에 세운 시멘트 구조물

: 영주댐은 왜 만든 거예요?
: 낙동강 물에 맑은 물을 공급한다는 거죠. 수질 개선 목적이 90%입니다. 이 녹조물로 녹조라떼로 변한 낙동강 물을 희석시킨다는 것, 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근데, 지금 내 말 듣고 있는 거요?

김 기자는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자기 페이스북에 영주댐 녹조 사진을 올렸다.

: 낙동강에 왔으면 낙동강 법도를 따라야지. 뭔 페북이야. 아직 나도 올리지 않았는데.
: 나는 금강에서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기사를 쓰기 전에 페북으로 맛보기 사진을 올려유. 야, 이 사진 봐, 죽이네.  
: 어쨌든 작년보다 더 심하네요, 작년에는 짧게 시험 담수했고, 지금은 물을 최저 수위로 관리하고 있으니 심할 수밖에 없겠지요. 
: 작년에는 전망대 위에서만 녹조를 봤는데, 물가에 오니 너무 심각하네요. 이 썩은 물을 썩은 낙동강에 흘려보내 희석한다는 발상이 놀랍습니다.

: 여기 내성천은 전형적인 모래강입니다. 낙동강 물의 50%를 공급하는 1급수 맑은 물입니다. 내성천 비경 중 최고인 곳에 거대한 콘크리트 댐을 세웠어요. 이곳에서 쫓겨난 금강마을 주민들이 와 본다면 땅을 칠 겁니다. 자기가 살던 집이 녹색 페인트에 수장된 모습을 보면 어찌 생각할지 암담하죠. 작년 말에 1조 1천억 원을 들여서 준공했기에 당장 부술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우회수로를 열어서 물과 모래가 흘러가도록 해야죠. 
: 사람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있어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밀어붙였어요. 국가 폭력입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되돌려야죠.

수문개방 후 2달, 4대강은 지금

지난 6월1일 4대강 수문을 일부 개방했다. 그 뒤 2달이 다가오고 있다. 김종술 기자는 거의 매일 금강에 출근하면서 수문 개방 이후 변화된 생태계를 기록해 왔다. 아니, 지난 8년여 동안 그는 금강의 모습을 생생하게 취재해 기사를 써 왔다. 그 기사가 무려 1000여 개에 달한다. 정수근 기자도 낙동강에 살다시피 했다. 그가 쓴 기사 수 또한 300여 개에 달한다. 블로그에 올린 글까지 포함하면 1000여 개는 족히 된다.

<오마이뉴스> 2017 전국일주 기획의 일환으로, 낙동강을 함께 취재하는 이들의 차에 올라타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정권교체 2개월 동안 4대강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4대강 부역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지난 6월1일 일부 구간이지만 4대강 수문개방을 했다. 금강과 낙동강 수문 개방 상황은 어땠나?

: 수문 개방을 한 게 아니라 공주보만 20cm 눕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녹조와 수질 문제 를 지적하면서 수문 개방을 지시했는데, 수문을 들어 올리는 4대강 가동보 문을 열어야 했다. 그래야만 바닥에 깔린 펄이 쓸려 내려간다. 금강은 3개 보 중간의 공주보 고정보 위쪽 전도식 가동보를 20cm 눕혀서 부유물만 흘려보냈다. 이게 무슨 수문 개방인가? 수위만 낮춘 거다. 수질 개선을 하려면 공주보가 아니라 상류 세종보나, 하류 백제보 수문을 열어야 했다.

: 낙동강 8개 보 중에서 4개 보 수문을 개방했다. 강정고령보부터 아래쪽으로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다. 여기도 금강과 비슷하다. 가장 많이 낮춘 곳은 강정고령보(1.25m), 가장 작은 곳은 창녕함안보(20cm)다. 평균적으로 60~70cm 낮췄다. 국제 대형댐 위원회의 기준으로 보면 강정고령보 경우는 높이 10m정도에 달하는 대형댐이다.   

'4대강 관피아'의 항명

- 왜 '찔끔' 개방했다고 보나?
: 딱 하나다.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국토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등 '4대강 관피아'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증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문 개방을 지시했는데 4대강 부역자들이 항명했다. 그동안 저지른 일을 축소하려고 수문 개방 효과가 가장 적은 선택을 한 것이다. 수문을 열어도 별 볼 일 없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한 꼼수다.  

: 보를 개방한 날 강정고령보 주변에는 현수막이 잔뜩 걸렸다. '이 가뭄에 보 개방이 웬말인가'라는 달성보 이장협의회 현수막이었다. 사실 보를 개방해도 올해 농사를 짓는데 지장이 별로 없다. 정치적 저항이라고 볼 수 있다. 

- 수문을 일부 개방한 지 2달이 지났다. 환경운동연합이 얼마 전에 발표한 것으로 아는데 유속은 개선됐나?

: 금강 홍수통제소가 측정한 유속을 보면, 공주보의 경우 10시간만 효과가 있었다. 다음 날부터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20cm 수위를 낮출 때만 효과가 있었다. 펄을 내보낼 수 있는 가동보가 아니기에 수위가 내려간다고 해도 수질 개선 효과는 없다. 눈속임용이다.

: 찔끔 개방했을 때 잠깐 유속이 빨라진 건 사실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녹조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속이 빨라지면 녹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유속은 수문 개방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한 삽에 깔다구 100마리

4대강에 건설된 일부 보에서 상시 수문 개방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강정보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강바닥에 쌓인 뻘에서 붉은깔따구가 발견되었다. 붉은깔따구는 수질 최하등급인 4급수 지표종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 속에서 삽으로 떠낸 시커먼 뻘과 붉은 깔따구를 들고 있다.
▲ 낙동강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 4대강에 건설된 일부 보에서 상시 수문 개방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강정보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강바닥에 쌓인 뻘에서 붉은깔따구가 발견되었다. 붉은깔따구는 수질 최하등급인 4급수 지표종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 속에서 삽으로 떠낸 시커먼 뻘과 붉은 깔따구를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낙동강에서 최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수질 악화 때문인가?
: 지난 7월 13일부터 함안보, 칠곡보, 우곡교 아래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낙동강 수심이 깊어졌고, 아래쪽에 무산소층이 생겼다. 장맛비로 물의 위아래가 뒤집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그때 산소 고갈 상태에 처한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한 것이다. 낙동강 수심이 깊어져서 수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 금강에서는 100여만 마리 물고기가 죽었다. 김익수 교수(전북대 명예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김 교수는 유속과 수심의 변화로 생태계가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했다. 유속이 느려지고 수심이 깊어지면 여울종이 전멸한다. 2012년도에 60만 마리가 죽었고, 2013년에 수만 마리, 2014년에 수천마리, 그 뒤에 수백 마리가 죽었다. 숫자가 줄어들지만 집단폐사는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주검이 그쳐야 담수성 어종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최근 환경부가 지정한 4급수 수생태 지표종인 붕어, 잉어, 미꾸라지들도 죽어나가고 있다.

- 수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보나?
: 펄이 계속 쌓인다. 얼마 전 신학생들이 금강에 온 적이 있다. 한 학생이 녹조 밭에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팔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올해에는 4급수 오염 지표종인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작년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한 삽 푸면 깔따구 100마리가 나오기도 한다. 2015년에는 한 삽에 두세 마리, 2016년에는 10여 마리였다. 지난 4월에 세종보가 고장 났을 때 수문을 개방해서 펄 바닥이 드러난 적이 있는데, 펄을 뒤집었더니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엮인 실지렁이가 있더라. 수를 셀 수가 없었다.

나빠지는 식수원, 불안감 가중

낙동강 본포취수장 녹조.
 낙동강 본포취수장 녹조.
ⓒ 마창진환경연합

관련사진보기


: 녹조가 심화되면서 강변을 조금만 걸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중하류의 강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펄이 쌓인 곳에는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있다. 매곡 취수장 상류에서도 발견된다. 대구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 원수가 4급수로 전락하고 있어서 매번 섬뜩하다는 생각을 한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 식수원이다. 식수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 2015년에 금강물을 보령댐으로 가져가는 도수로 공사를 했다. 640억 원이 들었다. 사실 이 물은 금강 물이 아니라 대청댐에서 흘려보낸 물이다. 도수관 유지관리비가 96억 원이다. 올해 가뭄이라고 해서 이 물을 가져갔는데 수익금이 12억 원이었다. 엄청난 적자이다. 대청댐의 맑은 물을 백제보 하류의 똥물에 적셔서 먹는 셈이다. 이 물은 그나마 비싸서 농민들은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로 보내는 도수로 공사를 하는데, 취재해 보니 긴급 재난 상황에만 사용한다고 들었다. 1년에 많으면 며칠 이용하려고 988억 원을 들여서 공사를 하고 수십억 원의 유지관리비를 쏟아 붓는 게 상식적인가?

- 수질 문제에 있어서 수문 개방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는가?
: 더 악화됐다. 올해 가뭄이 들어서 지난 6월에 수문 개방을 했지만, 지천에서 유입되는 물 양이 줄었다. 정체된 강물은 수온이 올라가고, 수량까지 줄어서 수질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 없다.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김-정 : 수문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

적폐세력이 4대강 수문 막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의 주역으로 손꼽은 인물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김건호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 본부장,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이재오 전 국회의원, 차윤정 전 4대강 추진본부 환경 부본부장,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박재광 미국위스콘신대 교수)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의 주역으로 손꼽은 인물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김건호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 본부장,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이재오 전 국회의원, 차윤정 전 4대강 추진본부 환경 부본부장,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박재광 미국위스콘신대 교수)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 빨리 4대강 사업 부역자 찾아내서 죄를 물어야 한다. 훈포상을 준 것도 되돌려 받아야 한다. 정권은 교체했지만 적폐 세력은 그대로다. 적폐 세력이 수문 개방을 막고 있다.

: 작년 가을에 문재인 대통령이 내성천 회룡포를 다녀갔다. 맨발로 회룡포를 함께 걸으면서 내성천 문제를 직접 말씀드렸다. 그때 문 대통령이 내성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말씀했다. 만신창이가 된 내성천의 영주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 대구 글쓰기 특강 신청하러 가기




태그:#4대강, #영주댐, #녹조, #10만인클럽
댓글2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