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서정 대표

CJ CGV 서정 대표 ⓒ CJ CGV


CJ CGV 서정 대표의 발언에 영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기업의 상영과 배급 분리를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서정 대표는 지난 18일 용산 CGV에서 열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영비법 개정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배급과 상영을 겸하는 것을 대기업 수직계열화라며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데, 정말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공론의 장을 거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어 "영비법 개정안은 1948년 미국에서 나온 (상영과 배급을 분리시킨) '파라마운트 판결'을 바탕으로 하는데, 70년 전 판결로 지금의 영화산업을 재단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금 한국 영화산업은 규제의 틀 속에서 위축될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화로 갈 것인지 기점에 서 있다"며 영비법 개정안이 영화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다.

영화인들 반발 "영비법 개정 반대는 구체제의 반동"

서정 대표의 발언에 영화인들의 반박이 잇따랐다. 오동진 평론가는 "구체제의 반동"이라며 "어느 누구에게 물어봐도 대기업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점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CGV는 거기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비법(영화와 비디오에 관한 법률) 개정은 이번 정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지금의 대한민국 영화산업 구조가 70년 전 미국처럼 후진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 관계자 역시 "어이가 없다"며 "70년 전 미국의 상황을 자신들이 따라하고 있으니 벌어지는 상황 아니냐. 자신 있으면 서정 대표가 공개적인 토론회 자리에 직접 나와서 그런 주장을 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영비법 개정에는 지금껏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학 교수는 "특정 영화들에 스크린을 몰아주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 때문에 수직계열화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70년 전에 파라마운트 판결도 지나치게 할리우드 메이저들의 영화만 많이 상영하고 시장-업계에 새로 선수들이 진입할 기회를 막아버린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껏 만들어서 개봉해도 첫 주부터 퐁당퐁당 교차상영을 하거나 아예 아침 이른 시간이나 밤늦은 시간대에 상영해버리는 등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며 "반성은 전혀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수직계열화와 스크린독과점 심화 근거 논란

 18일 용산 CGV에서 얼린 미디어포럼에서 한국영화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CGV 관계자

18일 용산 CGV에서 얼린 미디어포럼에서 한국영화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CGV 관계자 ⓒ CJ CGV


CGV 서정 대표의 발언은 영비법 개정안에 대한 대기업의 반대 입장을 밝힌 작심발언으로 읽힌다.

CGV 조성진 전략지원담당은 "국회 토론회에도 직접 참여해 발언할 생각"이라며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상관관계가 없음이 최근 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진위 통합전산망을 통해 매일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고, 매년 영화산업의 공정성을 감시하는 시스템도 도입되었을 정도로 투명해져 밀어주기가 없다는 것이 수치적으로 증명되는 데도 수직계열화가 독과점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이 사라지지 않는데, 상관관계가 있다면 수치로 증명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검찰은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계열사나 계열사가 만든 영화에 스크린 수, 상영 기간 등을 유리하게 제공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했다며 고발된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CJ CGV나 롯데시네마가 계열사 밀어주기가 아닌 자사의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스크린 등을 배정한 것으로 봤다"며 "계열사에서 만들지 않은 영화도 흥행이 예상되면 큰 상영관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은 CGV와 롯데시네마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4년 12월 두 회사는 자사나 계열사 영화에 스크린 수, 상영 기간 등을 유리하게 배정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CGV 32억 원, 롯데시네마 23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두 회사가 계열사나 사업부에 유리하게 하려고 다른 배급사 등에 현저한 차별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문제된 영화들에 대한 차별행위가 일부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그 차별의 정도가 현저했다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기업과 영화계 간 본격 힘겨루기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CGV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CGV ⓒ CJ CGV


CGV는 그동안 영비법 개정안이나 수직계열화 비판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 대신 영화단체들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설득해 왔다. 안팎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행보였다.

그러나 최근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간담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단체들이 요구하는 영비법 개정안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응 방식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다. 영비법 개정안은 국회 전문위원의 부정적 입장과 법안을 발의한 안철수 의원의 사퇴, 도종환 의원의  입각 등으로 인해 추진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었으나, 문체부가 나서기로 하면서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서정 대표의 발언은 일정부분 위기의식이 작용하면서 법개정에 반대 입장을 확실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공론화 자리에도 적극 나서 법원 판결과 상영-배급 분리에 대한 전문위원의 의견 등 우호적인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영화계 역시 CGV의 변화한 움직임에 적극 맞서겠다는 태세다. 제협 관계자는 법안 통과에 적극 힘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고용 사장인 서정 대표보다는 차라리 CJ 오너인 이재현 회장이 토론자로 나와서 수직계열화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겠다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며 "CJ 측이 최근 국회에 인원을 상주시켜 로비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영화계 인사들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영비법 개정안을 놓고 대기업과 영화계가 본격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누가 승자가 될지 주목된다. 영화단체들이 일치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단체들은 법원의 판결과 국회 전문위원의 부정적 입장을 우려해 공정위가 거래법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쪽으로 가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또한 상영과 배급 분리만 강조될 뿐 투자와 제작 분리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비법 CGV 수직계열화 스크린독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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