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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물길이 가로막혀 죽어가는 강이 있다. 낙동강 이야기다. 물길이 트여 살아나는 강이 있다. 미국 엘와강의 이야기다.
 물길이 가로막혀 죽어가는 강이 있다. 낙동강 이야기다. 물길이 트여 살아나는 강이 있다. 미국 엘와강의 이야기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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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터 연어가 되돌아 온 강이 있는가 하면, 물길을 막아 쏘가리가 죽어가는 강이 있다. 경제적 이유로 댐을 철거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목적 없이 댐을 만든 나라도 있다. 미국의 엘와강과 우리나라 낙동강의 이야기다.

댐의 시대는 갔다

엘와강 상류에 건설된 클라이언스 케니언댐.
 엘와강 상류에 건설된 클라이언스 케니언댐.
ⓒ 클랄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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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세기 말, '댐 철거'를 선언했다. 1990년대 미 내무부 연방개척국장 댄 비어드는 "댐의 시대는 갔다(The era of dams is over)"고 했다. 더 이상 댐의 효용가치가 사라졌다는 거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30년간 1172개의 댐을 철거했다. 지난해도 물길을 막고 있던 74개의 댐이 해체됐다. 지금 이 시각에도 강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콘크리트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나라엔 총 1만 8,000개의 댐이 있다. 이 중에서 높이 15미터를 넘는 대형댐은 1300개이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는 댐을 철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니, 오히려 댐을 지어 물길을 막았다. 20세기 미국에서 막을 내린 시대가 21세기 한국에서 다시 등장한 거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댐을 철거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지난 4월 기자는 '4대강 독립군' 이름으로 수천킬로미터를 날아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비슷한 상황을 미국도 수십 년 전에 겪었고, 그 결과 댐 철거를 선택했다.( 기획: 적폐청산 1호, 이명박 4대강)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비교해봤다.

네 개의 댐 철거되는 클라마스강(Klamath River)

철거를 앞둔 클라마스강의 아이언게이트댐
 철거를 앞둔 클라마스강의 아이언게이트댐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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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마스강(Klamath River)은 미 북서부 오레곤주와 캘리포니아주를 걸쳐 흐르는, 길이 469㎞의 강이다. 여기엔 총 6개의 댐이 건설됐는데, 그 중에서 2020년까지 총 4개의 댐이 철거될 예정이다.

앞서 클라마스강에 들어선 대형 댐들은 원주민의 삶을 망가뜨렸다. 오리건 주 이레카(Yreka)의 카룩족 사무실(Happy Camp)에서 만난 카룩부족 정부 천연자원부 리프 힐만(Leaef Hilman) 국장은 댐이 어떻게 생태계를 망치고 부족 공동체를 망쳤는지 이렇게 말했다.

"시누크 연어 떼는 봄에 대이동하고, 7종의 연어 떼가 시기별로 대이동을 한다. 그런데 댐이 들어선 이후에 물고기 떼는 사라졌다. 강에 기대어 생활하던 5개 부족 간 유역 공동체 활동도 모두 차단됐다.

녹조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도 과학적인 조사를 거쳐 밝혀진 사실이었다. 물을 가두니 녹조가 엄청나게 번성했다. 그 녹조 물속에서 폴리킷이라는 기생충이 번성했고, 바다로 나가야 할 연어들이 집단으로 감염됐다. 우리가 기생충과 관련된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바로 그들의 과학을 써서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을 규명하자 그들도 두 손 들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물고기 씨가 말라가고 있다며, 물고기 배에서 기생충을 끄집어내는 낙동강 어부의 모습이었다.

지난 2016년 낙동강에서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 수천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4대강사업의 과도한 준설도 피해를 키워 물고기의 산란지와 서식처를 훼손하고 망가뜨렸다. 그때부터 낙동강 어부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미국은 오는 2020년부터 아이언게이트(Iron Gante)와 그 상류로 이어진 콥코1(Copco 1 dam), 콥코2(Copco 2 dam), 제이시 보일댐(JC Boyle Dam) 등 4개의 대형댐들을 철거할 예정이다.

카룩족 부족 정부의 천연자원부 산하 수질문제국 수질전문가인 수잔 프리키(29, Susan Fricke)의 말이다.

"맨 하류에 있는 아이언 게이트 댐은 발전용이 아니다. 하류로 강물을 흘려보내려고 만든 댐이다. 물이 갇히고 여름에 수온이 올라가면서 녹조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심할 때는 독성 남류조로 인한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성물질의 농도가 최고 10,000ppb까지 나타났다."

영주댐의 녹조와 정확히 맥을 같이 하는 지점이 있다. 낙동강 수질개선용으로 내성천 중류에 들어서는 영주댐은 원래는 1급수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었다. 하지만 이곳을 막아버리자 지난해부터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는 더 짙은 녹조가 피어오르고 있다. 녹조로 녹조를 희석시킨다는 아주 독특한(?) 발상을 한 거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수잔 프리키의 말이다.

"지금 이 저수지(아이언케이트)는 크고 깊고 따뜻한 욕조나 마찬가지다. 바로 댐이 강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강이 막힌 상태라서 수온이 올라갔다. 상류의 축산농가 등에서 발생되는 비점오염원들이 있기 때문에 녹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1964년에 댐이 만들어진 뒤부터 계속 녹조가 발생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클라마스강에서 동시에 4개의 댐을 철거하는 건 멸종위기종인 연어를 보호하고 원주민의 삶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다. 또 녹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클라마스강의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하루이틀 동안 내린 결정이 아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부족정부들과 지역 주민들이 수년에 걸쳐서 논의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2개 댐 철거한 엘와강

댐 해체 당시의 모습
 댐 해체 당시의 모습
ⓒ 클랄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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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주 포토엔젤리스(Port Angeles)의 엘와강(Elwha River)에는 제지공장의 전력 공급을 위한 수력발전용으로 엘와댐(Elwha Dam 1914년)과 글라인스 캐니언댐(Glines Canyon Dam. 1927년)이 건설되었다. 하류에서 9km 지점의 엘와댐은 높이 33m였고, 24km 지점의 글라인스 캐니언댐은 높이 64m인 대형 댐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이 대형 댐들은 철거의 길로 들어선다. 엘와댐은 2011년에, 글라인스 캐니언댐은 2014년에 각각 해체됐다. 미국 역사상 최대 댐 철거 작업이었다.

표면상 엘와댐 철거는 1978년 댐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단초였다. 또 1963년에는 멸종위기종법이 통과돼 일부 연어가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이유도 있다. 여기에 더해 1992년 엘와강 생태계와 어장 복원을 위한 법('엘와강 복원법')이 통과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진짜 철거 배경은 따로 있다. 엘와강은 태평양 연어 5종의 중요 서식처이자 산란처였는데 댐 건설 이후 산란지의 90% 이상이 감소했다. 연간 28만 마리의 핑크 연어가 회기했으나 댐건설 후 200~500마리 수준으로 급감해버린 것이다. 또, 하류 원주민들의 생존 문제도 발생하면서 댐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무엇보다 클라이언스 캐이언댐이 국립공원 안에 존재하는 점과 두 댐이 생산하는 전력도 그리 크지 않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거다. 미 환경보호청(EPA) 자료에 따르면, 엘와댐 등의 철거비용은 2690만 달러(약 305억), 강 복원에는 수력발전소 매입비용, 어류 산란장 개설 등 총 3억2470만 달러(약 3676억)가 들어갔다. 즉, 댐을 유지하는 것보다 철거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란 판단이다.

그 결과 엘와강 두 개의 대형 댐이 사라짐으로써 '산 후안 데 푸카(Strait of Juan de Fuca)' 해협으로 이어진 자연스러운 유사 흐름이 복원됐다. 하구에 350만㎥의 퇴적토가 쌓이면서 거대한 삼각주가 형성됐다. 재자연화가 이루어진 거다.

이명박 씨가 꼭 기억해야 하는 말이 있다. 미국 엘와강 클랄람 부족 '프란시스 찰스' 부족의회 의장이 현장을 찾은 '4대강 독립군'에게 한 직설이다.

"댐은 장벽(Barrier)이었다. 모든 걸 차단했다. 연어가 강에 오르는 것을 막았고, 연어가 다른 생물들과 만나는 것을 가로 막았다. 또 연어가 우리 부족과 만나는 것을 막았고, 우리 부족의 문화적인 전통 가치를 후대들이 접하는 것을 막았다" 

"4대강 복원, 퇴적토 공급해야"

미국의 석학 콘돌프 교수
 미국의 석학 콘돌프 교수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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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씨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 또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UC 버클리 대학 마티어스 콘돌프(G. Mathias Kondolf) 교수의 말이다. 그는 하천지형학과 환경설계학을 전공한 세계적인 석학이며, 2010년과 2014년 한국을 방문해 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UC버클리 대학을 찾은 4대강 독립군에게 이런 말을 했다.

"미국에선 4대강사업 같은 일을 결코 할 수 없다. 1950~1960년대였다면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절대 불가능하다. 강을 연구하는 전문가라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모를 수가 없다"

4대강의 에너지를 높이는 방안으로 강변 제방 등 직강화 부분의 복원도 고려해야 한다. 침식의 공간(erodible corridor)이자, 강의 자유 공간(space of liberty)인 홍수터를 복원해야 한다

4대강 준설에 의해서 강의 퇴적토가 너무 낮아진 상황이며, 퇴적토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제대로 된 강이고, 복원된 강이라고 할 수 있다. 4대강 보 수문을 완전 개방하거나 철거를 하더라도 4대강사업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하려면 50년 정도는 지나야 한다."

강은 흘러야 한다

투명카약을 탄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와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를 비롯한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2015년 8월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앞 녹조 가득한 낙동강에서 멸종위기 물고기 '흰수마자' 그림에 '나는 살고 싶다' 글을 적은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투명카약을 탄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와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를 비롯한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2015년 8월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앞 녹조 가득한 낙동강에서 멸종위기 물고기 '흰수마자' 그림에 '나는 살고 싶다' 글을 적은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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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독립군이 미 서부 워싱턴 주에서 시작해 오리건 주, 캘리포니아 주에 이르는 수 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확인한 것은, 필요 없는 댐을 철거하고 강을 복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댐으로부터 얻는 편익보다 복원의 편익이 더 높기 때문이었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에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4대강사업의 목적도 거짓임이 밝혀졌다. 따라서 4대강을 복원하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강 생태계 특히 연어를 기반으로 하는 강 생태계 복원과 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생존 문제 그리고 녹조 문제의 전면적인 개선을 위해서 댐을 허물기로 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낙동강만 하더라도 멸종위기1급종 흰수마자는 낙동강에서는 거의 전멸했다. 쏘가리, 동자개, 메기 같은 전통적인 물고기도 씨가 마르면서 낙동강 어민들은 지금 생존의 나락에 떨어져 버렸다. 녹조 또한 매년 심각하게 창궐하면서 수돗물 불안마저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낙동강에 들어선 댐들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미국의 현명하고도 결단력 있는 선택에서 배워야 한다.

또한 4대강 보는 형태는 댐이면서 보 설계로 건설했기 때문에 댐의 안전성 문제 또한 심각하다. 수문만 열면 일어나는 바닥 세굴현상과 수문의 고장이 그것을 증명한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은 4대강 보, 강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4대강 보는 해체하는 것이 옳다.

보 철거시 우려되는 문제(취·양수 문제나, 지하수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빨리 만들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홍수터 등의 복원을 통해, 하루빨리 4대강 보를 허물어 강을 강답게 만드는 것이 옳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강은 흘러야 한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지난 7월 12일 오후 4시 "4대강 보 철거, 미국 사례를 통해 배우다"에서 발제한 내용을 대폭 수정한 글이다. 기자는 지난 8년 동안 낙동강을 기록하며 4대강사업의 진실을 고발해오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를 희망한다.



태그:#미국 댐 철거, #4대강사업, #엘와강, #클라마스강, #퇴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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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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