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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8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열렸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8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열렸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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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폭염에도 장화에 앞치마, 토시,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일을 합니다. 지금 여기 서 있기만 해도 등에서 땀이 계속 흐르고 있는데, 급식 조리실에서는 조금만 일해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장화에 땀이 흥건하게 차오릅니다. 이언주 의원은 이 복장을 입고 조리실에서 5분만 있어봐야 합니다. 어디 아줌마 이야기가 나오는가 말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아래 노조)가 18일 오전 10시 인천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학교급식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안전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에 옮긴 말은 기자회견에 참가한 학교급식 조리 실무원의 발언이다.

기자회견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전국 대학생들의 모임인 '반신자유주의 선봉대' 소속 학생들도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의 욕설에 가까운 폭언과 급식노동자 비하 발언으로 인한 깊은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급식조리실의 열기와 폭염으로 지난 12일과 13일 충청북도와 경기도 지역에서 급식노동자들이 탈진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폭염과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때문만이 아니라 교육기관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터무니없이 인력을 배치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기업 식당의 경우 보통 손님 50~60명 당 조리사 1명을 배치하고 있는데, 전국 시·도교육청은 조리실무원 1명이 평균 학생 150명을 담당하게 배치 기준을 정하고 있다. 특히 인천시교육청의 경우 조리실무원 1명이 평균 155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리실무원들이 짧은 시간에 1000명이 넘는 학생의 식사를 감당해야 하는 살인적인 노동이 강요되고 있고, 살인적 노동 강요가 폭염과 만나면서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아찔한 사고가 이어진 것이라고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

또한 조리실에 에어컨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한 대뿐인 경우가 많아, 시·도교육청의 안전 관리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노조의 호소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조리실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영숙씨는 "튀김을 할 경우 인원이 부족해 혼자 도맡아 하다 화상을 입기도 하고, 전을 부칠 때는 3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물도 마시지 못하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기와 기름 냄새로 어지러움과 울렁증이 발생하기도 하고 탈진으로 응급실에 가기도 하지만, 인원이 부족해 누구 하나 교대해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학생들에게 모두 배식하고 나서 점심을 먹으려면 온몸에 힘이 빠져 제대로 식사하기도 힘들고, 식사 후에는 쉬는 시간 없이 바로 청소해야 한다"며 "기름을 닦기 위한 약품은 고약한 냄새와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데다, 약품이 팔에 흘러내려 피부가 벗겨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시교육청에 ▲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 폭염 대비 급식노동자 안전대책 매뉴얼 수립 ▲ 급식실 인력 배치 기준 개선 ▲ 전처리실과 세척실을 포함해 조리실 전반 냉방장비 점검과 설치 ▲ 위생 점검 평가항목에 냉방기구와 급식노동자 안전대책 반영 ▲ 급식노동자 휴게시간 확보와 사용 현장 관리감독 ▲ 학교 현장 안전 점검 위한 노사 합동 점검단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학교급식팀 관계자는 "조리실무원을 늘리는 문제가 정원·인건비 등과 연관한 문제이기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며 "중앙정부에 개선 건의 등, 요구한 사항들이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학교급식, #학교비정규직, #인천시교육청, #이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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