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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이재용 재판 증인으로 출석하는 김상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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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의 '삼성 과외선생님'으로 알려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시민운동가에서 장관급 공무원으로 신분이 달라졌지만, 그의 '삼성 저격'은 여전했다.

재판 초반 김 위원장은 "취임한 지 딱 한 달인데, 공직자로서 증인으로 나오는 데에 많은 부담을 가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재판이 이 부회장과 삼성, 한국경제의 미래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시민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휴가를 쓰고 관용차 말고 개인 차량을 직접 운전해 개인 자격으로 왔다"고 했다.

증인 신문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자 그는 거침없었다. 김 위원장은 삼성 뇌물사건의 밑바탕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이 깔려있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이 그동안 비자금 사건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만큼 대통령이 '부의 세습도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원론만 말해도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우호적이지 않으면 승계 작업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거침없는 김상조 "물산 합병 등은 경영권 승계의 부분"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과 미르 등 재단 출연이란 뇌물을 건넸다고 본다. 또 그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무사히 합병시켰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과 변호인단은 이 일들은 승계와 전혀 무관한, 경영활동일 뿐이라고 반박해왔다.

김 위원장은 삼성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문지석 검사 질문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이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개별회사 차원의 경쟁력 제고라는 의미가 없지 않지만, (경영권 승계의) 기승전결에서 한 부분들을 차지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특히 이 작업들이 "그룹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 결정 아래 이뤄졌다"며 주요 사안들의 이사회 결의가 있기 전 김종중 당시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에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국제보험회계기준 변화(IFRS4 2단계 도입)에 맞춰 추진했을 뿐이라는 삼성 주장을 두고는 "잘 모르거나 재판부를 속이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IFRS4 2단계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으로 삼성이 이해 못했을 리 없다. 정확히 알고 있다. 왜냐면 이걸 가장 많이 주장한 게 저다. 삼성은 당연히 (강한 비판세력인) 김상조가 뭘 하는지 안다. 모를 리 없다. 그런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IFRS4 2단계 도입 대비라 하는 것은 재판부를 기만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는 "이 부분이 특검 참고인으로 갔을 때 가장 놀라웠다"고도 했다. "삼성이 정말 너무 무리한 방식으로 일을 추진한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들어서였다"는 것.

김 위원장은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지분과 자산, 부채 등을 정리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하고 유배당 보험계약자 배당문제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삼성이 이 방식을 택한 것을 두고는 "국민이나 보험계약자를 무서워하지 않는 건 이해했는데, 감독당국을 아예 바이패스(우회)하려 한 것 같다, 과연 (금융위원회가) 승인해줄 것이라 생각했는지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묵인 없인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삼성은 강력한 정황증거로 꼽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에 '경영권 승계'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때 '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삼성이 감독당국이나 청와대와 얘기할 때 이 일들을 '경영권 승계 때문에 한다'고 얘기할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는 안종범 전 수석 수첩의 금융지주회사 관련 내용 중 '은산분리'는 '금산분리'의 오기 같다며 "삼성은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주회사를 만들어 국제경쟁력을 높이려 한다는 명분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삼성, 박근혜 정부에서 빨리 승계작업하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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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삼성 에버랜드 사건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건 '기승전결'에서 기에 해당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이 현재 소유구조를 유지하는 한 이 부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CEO가 될 수 없다"며 승과 전에 해당하는 작업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생명 지주회사 전환 등이라고 했다. 이어 결은 바이오로직스 등 새로운 사업부문에서 성과를 내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라며 "삼성이 이 일을 (우호적인) 박근혜 정부에서 빠르게 진행하려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조급함, 그리고 무리수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라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다. 그는 "불가능한 일, 불법적인 것을 만들어주려는 미래전략실 참모들의 판단을 이재용 부회장이 끊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그룹은 아예 이렇게 할 생각을 안 하는데 삼성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 모든 가능성을 사전에 틀어막는 방식으로 일한다"며 "삼성이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이 다시 경영 결정을 할 때 제가 말한 방향으로 간다면 오늘의 불행이 궁극적으로 축복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변호인단은 그가 "정확한 사실을 모르면서 추측과 단정을 하고 있다"며 평가절하했다. 이현철 변호사는 "승계작업의 의미를 굉장히 포괄적이고 막연하게 말한다"며 "이건희 회장 와병 후 이뤄진 일이면 정상적인 구조개편 모두 승계작업이라고 한다"고 했다. 또 "특검 수사와 프레임을 맞추려고 평소 견해를 바꿨다"며 "오늘 진술은 증거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태그:#김상조, #이재용, #박근혜,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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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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