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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1등이었습니다. 2년여 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2015년 7월 20일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권 후보 중 김 전 대표 지지율은 22.9%로 1위였습니다. 새누리당 지지율 역시 37.4%로 1위를 달리고 있었으며, 지금의 대통령은 그때만 해도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정의당 상황 역시 그때와 비교하면 그렇습니다. 2015년 7월 21일, 정의당 지도부 이취임식 당시 천호선 전 대표가 "이젠 정의당원으로 커밍아웃해도 될 때"라고 말했는데요. 그로부터 6개월 전만 해도 정의당은 존망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한 언론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득표율은 3.6%였다"며 "이 득표율로 2016년 총선에 나선다면 비례대표 2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2015년 7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지도부 이·취임식 당시 모습. 당시 심상정 신임 대표가 천호선 전 대표로부터 당기를 전달받고 있다. ⓒ 연합뉴스
그래서일까요.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3·4기 지도부 이·취임식' 분위기는 그때와 확실히 달라 보였습니다. 배준호 정의당 전 부대표는 "2년 전과 비교하면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다"면서 "그 때는 기자들도 적게 오고 뭐랄까 위기에 빠져있는 당을 구출하라는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훨씬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이·취임식을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그 때 보도에서 "추운 겨울에 이불 하나 있는데 곁에 있는 사람들과 체온을 나눠야 하나 못 미덥다는 느낌도 들었다"며 과거를 돌아봤던 문정은 전 부대표는 2기 지도부 활동 영상을 보며 눈물도 흘렸다고 하는데요. 2017년, 이 날은 시종일관 이·취임 지도부뿐 아니라 참석자들 얼굴에서 어떤 비장함보다는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흐르는 3기 지도부 동영상을 보며 곳곳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당기 전달 받는 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 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심상정 전 대표으로부터 당기를 전달받고 있다. ⓒ 유성호
당기 흔드는 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 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심상정 전 대표으로부터 건네받은 당기를 흔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심상정 전 상임대표 얼굴 또한 시종일관 밝았는데요. 입장하자마자 "어구야, 어이구 축하합니다"란 말과 함께 이정미 신임 대표를 꼭 껴안았던 심 대표는 이임사에서도 "걸핏하면 당 대표 사임하고 비대위가 일상화된 정치 풍토에서 2년 임기 다 채우고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전·현직 지도부가 이·취임하는 풍경은 아마 정의당만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심 전 대표는 "마무리 소감을 누가 물어보면 시원섭섭하다고 해야 하는데, 시원하기만 하지 조금도 섭섭하지 않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대표를 비롯한 4기 지도부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2년 전 정의당이 아니고, 1년 전 정의당이 아니다. 내일이 다르고 모레가 다른 곳"이라면서 "담대한 포부를 갖고 거침없는 실천을 할 때다. 제1야당은 우리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이 대표 체제를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의당 이취임식, 하트 날리는 이정미-심상정 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심상정 전 대표와 함께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보이며 당직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지도부 구성에서도 2년 전과 차이가 분명합니다. 이날 이·취임식에서 인사한 4기 지도부를 보면 이정미 대표를 비롯 강은미 부대표, 정혜연 부대표 등 한창민 부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여성입니다. 이에 대해 나경채 전 공동대표는 이임사에서 "지도부의 75%가 여성이다. 진보정당 역사상 이렇게 여성 정치인들이 당 전면에서 앞장섰던 적은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다"며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지도부가 탄생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는 이정미 신임 대표가 내걸었던 '얼굴 있는 민주주의'란 캐치프레이즈와도 그 맥락이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사에서 "지난 선거 과정에서 유령처럼 살아가는 노동자, 여성, 청년, 농민, 소수자 등 정치 바깥으로 밀려난 시민들이 비로소 대표되는 '얼굴 있는 민주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그것은 우리 정당이 '유력 정당'으로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우리 당을 '국민의 비상구'로 만들고 당을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호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으며, 또한 "젠더 평등은 인권이며 민생이다. '여성주의 정당 정의당'은 차별과 혐오, 폭력의 위험 속에 살아가는 수백만 '82년생 김지영'의 손을 잡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믿음직한 언니들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그의 각오가 지도부 구성에서도 나타났다 볼 수 있는 것이죠.
정의당 4기 출범한 새 지도부 정의당 이정미 신임 대표와 새 지도부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기 지도부 이취임식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당직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창민, 정혜연, 이정미, 강은미 부대표) ⓒ 유성호
임기 마친 정의당 3기 지도부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와 3기 지도부인 나경채, 이병렬 부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기 지도부 이취임식에 참석해 임기를 마치며 소회를 밝힌 뒤 당직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그리고 2015년 이·취임식과 또 하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국민의례를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르고 민중 의례도 했는데, 이 날은 그런 시간이 없었습니다. 국민의례만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노회찬 원내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집권의 길'로 가는 '포석'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라고 할까요.

"저는 집권의 길로 감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우리끼리 의지만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정당은 하나의 그릇입니다. 빈 그릇, 뭘 채우나, 우리 욕심이 아니라 민심을 채워야 합니다. 그릇을 키워나가는 건 더 많은 민심을 담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뽑은 새로운 대표와 부대표를 앞세워 정의당이란 큰그릇에 민심을 가득 담아내야 할 것입니다. 민심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약속한 걸 행할 때 힘의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행사장 전면에 펼쳐져 있는 "얼굴 있는 민주주의"와 함께 "집권을 꿈꾸는 유력정당"이란 글이 눈에 다시 들어왔습니다.

2015년 7월 20일, 앞서 소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5.1%였습니다. 지난 10일 리얼미터 발표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6.2%였습니다. '정체성'과 '확장성' 사이에서 앞으로 정의당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두 주먹 불끈 쥔 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 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포부를 밝힌 뒤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태그:#이정미, #심상정, #천호선, #김무성,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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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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