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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교육청은 아이들이 중심인 '잘 놀고, 잘 배울 수 있는' 유아 성장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인권이 존중되는 안전한 유치원, 소통하고 공감하는 유치원을 강조한다. 공교육 현장에서 유아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충남 유아교육 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탐방은 오는 11월까지 월 두 차례 연재 예정이다. [편집자말]
유치원 옆 텃밭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엄사유치원 유아들
 유치원 옆 텃밭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엄사유치원 유아들
ⓒ 서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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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텃밭은 김충식 원장이 지난 2010년 만들고, 가꾸고 있다.
 유치원 텃밭은 김충식 원장이 지난 2010년 만들고,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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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 교실이고 놀이터인 유치원이 있다. 충남 계룡시 두마면 엄사리 성원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엄사유치원(원장 김충식)이다.

엄사유치원 약 30평 옆 뜰에는 녹색 채소가 가득하다. 여러 과일도 주렁주렁 맺혀 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수업을 위해 가꾼 텃밭이다.

'텃밭 수업'이라지만 '텃밭 놀이'에 가깝다. 텃밭에 나온 어린이들이 재잘대기 바쁘다. 흙냄새를 맡기도 하고 열매를 따 먹기도 한다.

"선생님도 보리수 함께 먹어요."
"아기 수박이 너무 더울 거 같아요."

아이들이 텃밭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신들이 관찰하고 있는 식물들을 마치 친구 대하듯 했다.

"선생님 매미가 놀러 왔어요."
"오이 친구들이 힘든 거 같아요. 매달려 있는 것이."

유치원을 들어서자 마자 텃밭과 만난다.
 유치원을 들어서자 마자 텃밭과 만난다.
ⓒ 서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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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사유치원의 한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식물을 들여다 보고 있다.
 엄사유치원의 한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식물을 들여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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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사유치원에서는 96명 아이가 일주일에 두 번씩 텃밭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엄사유치원에서는 96명 아이가 일주일에 두 번씩 텃밭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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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씩 텃밭 수업... 벌레도 중요한 수업 재료

엄사유치원에는 96명 아이가 일주일에 두 번씩 텃밭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각자 학습장을 만들어 자라고 있는 식물을 기록하고, 얼마나 컸나 등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이곳에서는 벌레도 중요한 수업 재료다. 아이들은 어떤 벌레가 있는지도 살핀다.

유치원에서는 어린이들이 식물들의 이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커다랗게 이름표를 붙여 놓았다. 빼곡히 적혀 있는 학습장을 보면, 유아들이 식물을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해 기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텃밭 식물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아이도 있다. 옥잠화를 그린 한 아이는 옥잠화를 유치원에 있는 또 한 명의 친구라고 소개했다. 엄사유치원 아이들에게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은 또 다른 친구였다.

"아이들이 텃밭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것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요. 자연만큼 유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또 있을까요? 호기심과 창의력이 쑥쑥 자라나죠. 부모님들도 텃밭 수업이 아이들의 동심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만족해 합니다."

한 아이가 '내 친구 옥잠화를 그렸다'며 자신있게 그림을 펼쳐 보이고 있다.
 한 아이가 '내 친구 옥잠화를 그렸다'며 자신있게 그림을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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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사유치원 교사가 매미를 보여 주며 설명하고 있다.
 엄사유치원 교사가 매미를 보여 주며 설명하고 있다.
ⓒ 서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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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만큼 아이들 호기심 자극하는 게 또 있을까요?"

김충식 원장이 아이들의 눈으로 본 텃밭 자랑은 끝없이 이어진다.

"텃밭을 가꾸며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식물들과 친구가 돼요. 농민들이 얼마나 힘들게 먹을거리를 만들고 있는지 알게 돼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생기죠. 계절과 날씨의 변화, 자연 사랑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얻게 되죠."

김 원장은 이밖에도 "텃밭에서 자란 상추, 오이, 고추, 보리수 등을 수확해 나누어 먹을 때는 텃밭 가꾸기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수확의 기쁨, 자부심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지난 2010년 텃밭을 처음 만들고, 줄곧 텃밭 돌봄이를 자처하고 있다.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김충식 원장이 아이들의 호기심에 답하고 있다.
 김충식 원장이 아이들의 호기심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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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텃밭 친구들'에게 인사할 때 힘나요"

"첫 텃밭을 만들 때 아주 힘들었어요. 돌아서기 무섭게 자라는 풀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다행히 뜻을 같이 하는 교직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줘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작물 재배 기술지도는 계룡시농업기술센터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제는 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스로 반 농부가 됐다. 그가 환한 웃음을 띠고 텃밭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도 아침 7시에 나와 텃밭을 관리하고 있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유치원에 등교하며 교실에 들어가기 전 텃밭 친구들에게 반갑게 인사할 때 힘이 납니다."


태그:#엄사유치원, #충남도교육청, #텃밭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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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저 스쳐지나가버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의 생각을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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