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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앙카스트룀씨는 한국을 모순의 나라라고 평가했다. 강남역 근처에서 사진 촬영하는 요한 앙카스트룀 씨.
▲ "한국의 모순의 나라" 요한 앙카스트룀씨는 한국을 모순의 나라라고 평가했다. 강남역 근처에서 사진 촬영하는 요한 앙카스트룀 씨.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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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김나지움 대신 통합학교로 다녔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김나지움 교육과정이 보수적이라면서 저를 통합학교에 입학시킨 겁니다."

한국의 인문계 중고교에 해당하는 독일의 김나지움(Gymnasium)은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독일에는 김나지움 말고도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5년제 직업학교)와 레알슐레(Realschule, 6년제 실업학교), 통합학교(Integrierte Gesamtschule, IGS)도 있다. 그중에서 1970년부터 등장한 통합학교(5학년~10학년 과정)가 주목받고 있다.

통합학교는 하우프트슐레·레알슐레·김나지움을 통합한 교육기관이다. 세 가지 과정의 학생들이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데 의미를 둔다. 계층과 진로가 다른 청소년들이 함께 학습하고 체험하면서 유대관계를 쌓는 것을 교육목표로 한다.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도시인 괴팅겐의 통합학교에서는 책상그룹(Tischgurppe) 활동을 진행한다. 다양한 학생 6명이 책상을 마주 붙여놓고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제도다. 통합학교에서는 진로를 더 오래 탐색할 수 있고 사회성도 키울 수 있다. 경제적 격차에 따른 교육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학업역량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으로 치면, 독일의 통합학교는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일반고, 전문계고 학생들이 한 학교,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셈이다. 한국에서 독일처럼 통합학교를 운영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외국어고를 폐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맞서 반대 시위를 벌이는 학부모들만 놓고 봐도 그렇다.

"통합학교, 계층상승 기회 많아"

지난 5월 27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부근의 한 찻집에서 독일 통합학교(IGS Aurich-West)를 졸업한 요한 앙카스트룀씨(30)를 만났고, 그가 독일로 돌아간 뒤인 6월 24일과 26일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나지움 졸업생은 여러 차례 취재했지만 통합학교 출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요한씨는 동독 지역이었던 동프리스란드(Ostfriesland) 출신으로, 통합학교를 졸업한 뒤 함부르크대학교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철학을 부전공했다. 지금은 함부르크의 한 물류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함부르크는 독일 제2의 도시로, 7월 7·8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도시다. 요한씨는 한국어로 말하고 쓰는 데 능통해 우리말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요한씨는 독일 교육제도가 보수적이라고 일갈했다. 학교 체제가 옛날의 계급 차별주의적인 관점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요즘도 중·고교 과정에서 학생들을 분배하는 방식은 계급주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원래 김나지움만 보수적인 게 아니라 하우프트슐레·레알슐레·김나지움으로 학생을 나누는 교육제도 자체가 보수적입니다. 김나지움 학생들이 상류층이나 중산층 가족에서 나오고 하우프트슐레와 레알슐레 학생들은 대부분 하류층에서 나온다는 말입니다. 김나지움에서 점수가 너무 나빠지면 레알슐레로 바꿔야 합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다시 김나지움에 오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요한씨가 다녔던 통합학교는 김나지움과 레일슐레 수업이 모두 마련돼 있다. 양쪽 학생들을 모두 포용하는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김나지움 그룹에서 레알슐레 그룹으로 옮기더라도, 점수가 향상되면 다음 학년에 김나지움 수업에 복귀할 수 있다.

"제가 다닌 통합학교는 사회적으로 약한 가정의 학생들에게 계층상승의 기회를 많이 줍니다. 통합학교 교사들도 김나지움 교사들보다 더 진보적입니다. 일부 교사들은 대학생 때 '68er'(1968년 학생운동권)로 활약했을 것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통합학교는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많은 김나지움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요한 앙카스트룀씨에게서 예상을 빗나간 답변이 나와서 흥미로웠다. 겸손하고 따스하고 반듯한 성품이 느껴졌다. 다음은 요한씨와 나눈 일문일답.

"아시아 학생들이 창의력 안 키운다? 인종차별주의적 선입견"

함부르크대학교 글쓰기센터에서 주최한 글쓰기 행사에서 학생들이 글을 쓰는 장면.
▲ "집중 글쓰기, 집중 논술" 함부르크대학교 글쓰기센터에서 주최한 글쓰기 행사에서 학생들이 글을 쓰는 장면.
ⓒ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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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받았나요?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활동을 위주로 했습니다. 강의 내용을 외우는 게 아닙니다.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스스로 생각해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고교 과정부터는 김나지움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 학생들이 열심히 수업에 참가하겠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20명이 수업에 참가하면 5명 정도만 토론에 참여할 때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심심해하면서 잠을 자기도 합니다. 독일학교 수업의 장점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기 바랍니다."

-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주입식 교육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교육방식에는 서로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서양식 교육방식이 동양식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서양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들은 아시아 학생들이 유럽 학생들보다 사색도 덜 하고 창의력도 키우지 않는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아시아 사람들에게 그런 역량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인종차별주의를 품은 선입견이요, 헛소리입니다."

- 곁에서 지켜본 한국 학생들은 어떤가요?
"한국 학생들은 독일 학생들보다 목표를 향해 더 노력합니다. 경쟁이 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한국 학생들이 독일 학생들보다 노동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부지런하고 목표를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절제력이 있더라고요."

- 독일 대학 입학을 위한 고교 졸업자격 시험인 '아비투어'는 어떻게 실시하나요?
"독일에서는 주(洲)에 따라 문제를 달리 출제됩니다. 제가 살던 니더작센(Niedersachsen)에서는 다섯 과목을 봐야 했습니다. 논술시험 4과목, 구술시험 1과목이었습니다. 전공 논술이 3과목 있고 부전공 논술이 1과목 있습니다. 구술시험은 부전공 시험에 한정합니다. 전공 논술시험은 과목당 6시간, 부전공 논술시험은 4시간 걸립니다. 고등학생들은 아비투어 2년 전에 전공과 부전공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각자 필요한 수업을 받습니다. 졸업시험을 보는 과목도 각기 다릅니다."

- 전공과 부전공 논술을 어떤 과목으로 치렀나요?
"고2 때 핵심전공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5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인문학을 핵심전공으로 하고 세부적으로 역사와 정치, 문학을 선택했습니다. 전공 논술시험은 역사와 정치, 문학으로, 부전공 논술시험은 영어로 치렀습니다. 구술시험은 물리학으로 봤습니다."

- 인문학 외에 어떤 핵심전공이 있나요?
"외국어를 핵심전공으로 택하면 독일어와 영어는 필수과목이고 제2 외국어를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외국어는 영어와 프랑스어, 라틴어, 네덜란드어였습니다. 자연과학을 핵심전공으로 하면 수학과 물리학, 생물학, 화학 중에 3과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미술을 핵심전공으로 하면 미술과 독일어를 필수과목으로 배웁니다. 운동을 핵심전공으로 하면 체육 외에 생물학을 무조건 선택해야 합니다."

"6시간 시험 보면서 자유롭게 간식 먹고 화장실 가고"

요한 앙카스트룀씨가 다닌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교정.
▲ 함부르크대학교 풍경 요한 앙카스트룀씨가 다닌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교정.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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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전공 시험은 어떻게 보나요?
"자연과학을 핵심전공으로 하지 않았으면 부전공 시험 중에 적어도 한 과목은 과학을 선택해야 합니다. 자연과학이 핵심전공이면 부전공 시험 과목 중에 최소 하나는 다른 분야의 과목으로 치러야 합니다."

- 한 과목당 6시간이나 논술시험을 보면 힘들겠네요.
"물과 음식은 마음대로 먹어도 됩니다. 아예 간식을 싸 오라고 합니다. 화장실에는 한 번에 한 명만 갈 수 있습니다. 화장실에 먼저 간 학생이 있으면 다른 학생들은 기다려야 합니다."

- 답안 분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정해준 분량은 없습니다. 자연과학보다 인문학의 분량이 더 많을 것 같지만 논제와 학생에 따라 다릅니다. 적은 분량으로도 복잡한 논제를 잘 설명했으면 무조건 길게 답한 학생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습니다. 분량보다 내용이 중요한 겁니다."

- 구술시험은 어떻게 보나요?
"15분 정도 걸리고 채점관은 2·3명입니다. 시험 전에 주제를 2개 선택하고 답변 내용을 구상합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면접실에 입실해 일대일로 채점관들 질문에 답합니다. 저는 원자물리학으로 구술시험을 봤습니다. 준비를 많이 못 해 걱정했는데 점수가 낮았어도 합격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학생들이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합니까?
"한국 학생들처럼 많이 공부하진 않습니다. 평소 수업에 열심히 참가했으면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목표에 따라 원하는 점수는 다릅니다. 대도시의 법대나 의대에 가고 싶으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므로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고득점을 하지 않아도 되면 적절하게 공부하고 맙니다. 저는 물리학 구술시험이 걱정됐지만 날마다 친구들과 놀고 술도 마셨습니다. 아비투어를 준비하던 고교 시절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 아비투어 시험장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하게 고사장을 지정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시험을 봤습니다. 감독관도 학생들이 잘 아는 교수였습니다. 시험장까지 격려하러 온 학부모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한국의 수능시험장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학부모들이 노심초사하면서 기다리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 기자 주)."

- 채점은 어떻게 합니까?
"학교에서 평상시에 보는 시험은 담당 교사가 채점합니다. 아비투어는 그 학생을 지도한 담당 교사와 주 교육위원회에서 지정한 채점위원이 맡습니다. 두 사람이 채점해서 평균점수를 냅니다. 마지막 시험 몇 주 뒤에 점수를 받는데 구술시험은 시험 직후에 바로 알 수 있습니다."

- 점수가 좋지 않게 나와도 승복합니까?
"만족스럽지 않으면 추가채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추가채점으로 점수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더 까다롭게 채점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채점을 공정하게 했다고 믿는 겁니다. 설령,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방법이 있지는 않습니다. 변호사도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채점 때문에 문제가 된 일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논술 글쓰기 방식의 시험이지만 공정한 채점방식이 구축됐고, 그 결과를 서로 신뢰하는 '믿음'이 독일 사회에 형성되었다고 보면 된다 - 기자 주)."

"고교 졸업 때 소논문 작성... 교사가 직접 지도"

요한 앙카스트룀씨가 독일 통합학교 재학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독일 통합학교의 장점은" 요한 앙카스트룀씨가 독일 통합학교 재학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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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유형은 어떤가요?
"에세이와 같은 논술형 시험문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역사와 정치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분석해서 글로 써야 합니다. 인용할 때는 정확하게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국어시험도 비슷합니다. 제시문을 분석해야 하고 서로 다른 제시문의 문체를 비교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중학교 고학년부터 영어 수업은 국어 수업처럼 문학 작품으로 공부합니다. 그냥 영어로 된 국어 시험 같습니다. 국어보다 더 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과 과학 시험은 선택형 문제도 일부 출제되고 글로 쓰는 문제도 함께 나옵니다."

- 객관식, 선택형 시험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것에 관해 특별한 의견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독일에서도 과목에 따라 일부 문항은 선택형 문제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객관식은 짧은 시간에 질문을 많이 할 수 있어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객관식으로 시험을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서 글로 쓰는 문제를 섞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고교 시절에 소논문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까?
"졸업 전에 소논문을 제출해야 했습니다. 대학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추가로 내주는 과제라서 소논문 쓰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관심 분야로 자유롭게 연구주제를 선택할 수 있어 좋습니다. 호기심을 갖고 탐구할 수 있도록 주제 선정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는 않습니다."

- 어떤 주제로 소논문을 작성했나요?
"나치가 열등 유전자를 지녔다고 본 '반사회적인 사람(Asoziale)'들을 어떻게 박해했는지 연구했습니다. '반사회적인 사람'은 나치 반대주의자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사회 구조를 해치는 습관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장기 실업자와 매춘부와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등 하류층을 지칭합니다. 나치는 이들이 교육을 못 받아서가 아니라 열등 유전자를 갖고 있어 그런 처지에 빠진 걸로 생각했습니다. 가난을 사회경제구조가 아니라 우생학의 문제로 봤습니다."

-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어떻게 박해받았나요?
"강제노동과 강제불임을 당해야 했고 사살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제가 논문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점은 이들이 특수하게 희생된 집단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을 박해하면서 나치 이념을 더 강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 연구를 마무리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이들을 박해한 역사를 독일 국민은 대부분 잘 모릅니다. 반사회적인 사람들로 몰려서 희생당한 사람들이 나치 반대주의자들보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사회적인 사람들을 다룬 서적과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의 슬픈 사실은, 당시 독일인 대부분이 끝까지 나치정부에 충성한 것입니다. 이것을 잊어버리고 독일이 나치에 저항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 논문 작성법을 어떻게 배웠습니까.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지도해 주십니다. 어떻게 자료를 인용하는지, 서론, 본론, 결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가르쳐 주십니다. 논문을 완성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렸고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 가장 인상 깊은 글쓰기 시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가 쓴 소논문의 주제는 나치가 '반사회적인 사람'을 어떻게 박해했는지를 연구한 겁니다. 그 주제는 정말로 자유롭게 선택한 겁니다. 각자 호기심이 가는 주제로 소논문을 씁니다. 그런데 아비투어의 역사시험에서 '반사회적인 사람'에 관해 글을 쓰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에서는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해 놓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로 저는 '답안을 작성하지 못하겠다'고 썼습니다. 원래 역사시험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답하는 바람에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대도시와 시골, 전통과 혁신... 한국은 모순의 나라"

인터뷰를 마친 요한 앙카스트룀씨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어가 아름답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요한 앙카스트룀씨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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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어떤 나라로 보십니까?
"한국은 모순의 나라입니다. 신나는 대도시와 시골의 모순,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나라의 모순, 오랫동안 권위주의를 경험하고도 민중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룬 나라의 모순…. 한국의 큰 매력이지요. 아주 다양하고 특별한 나라입니다. 이런 모순이 없다면 한국이 아닐 겁니다."

- 한국에 왜 관심을 기울였지요?
"어렸을 때부터 아시아에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일제강점기와 민주화운동이 흥미로웠습니다. 같은 아시아라고 해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은 색다릅니다. 특히 한국말이 아름답습니다."

-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일제강점기가 왜 흥미롭습니까?
"아시아에서는 대만과 한국만 자기 힘으로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배우면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더 깊게 생각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어느 나라에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서양 국가들만 식민지를 둔 줄 알았는데 아시아 국가인 일본도 식민지를 두었다는 게 뜻밖이었습니다."

- 한국어를 잘하시는데 한국어의 특징을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남자가 하는 한국어는 아주 남성스럽고 여자가 하는 한국어는 정말 여성스럽습니다. 독일어는 항상 남성스럽고 프랑스어는 여성스럽기만 하거든요. 한국어는 그때그때 남성스럽기도 하고 여성스럽기도 해서 신기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쓰레기'입니다! 의미가 아름답지 않지만 발음과 생김새가 마음에 듭니다."

- 하필 '쓰레기'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뭔가요?
"한국의 시골 풍경을 그려보게 됩니다. '쓰레기'의 글자 모양새를 보면 산과 강 옆에 있는 농촌마을 같습니다. '쓰'는 산과 강 같고, '레'는 시골 마을 같고, '기'는 논과 밭처럼 보입니다. 한국의 산과 바다에 가면 평화와 고독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일의 시골도 아름답지만 한국 같지는 않습니다. 강원도 미산마을과 경남 남해군 상주마을, 전남 고흥군 대전해수욕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부산 장산도, 설악산도 좋았습니다."

- 독일 사람들은 인터넷 댓글을 어떻게 답니까?
"한국 사람들과 똑같습니다. 난민 위기를 겪으면서부터 독일의 인터넷 토론 문화가 더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독일 정부는 '인터넷 증오연설 금지법'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증오연설을 응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상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이런 법을 비판적으로 봅니다."

덧붙이는 글 | <독서신문>에도 원고를 보냈습니다.



태그:#독일 교육, #독일 글쓰기, #교육혁명, #논술, #함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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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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