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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갑천 물골에서 만난 장대비, 종일 장댑지가 오락가락했다.
▲ 장마비 강원도 갑천 물골에서 만난 장대비, 종일 장댑지가 오락가락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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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에보대로 장마비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세차게 내린다. 빗줄기가 거세긴 했지만, 물골 할머니를 찾아뵙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우중산책이면 어떠랴 싶어 물골로 향했다. 폭우가 내리기도 하고,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했고, 홍천 섬진강은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물들로 흙탕물이었다. 섬진강변에서는 장마비가 내리는 가운데엣도 천렵을 하는 이들이 보였다.

어렸을 적, 이맘때 비가 오면 아이들과 삼태기를 들고 천렵을 나섯던 기억이 스친다. 미꾸라지와 붕어는 물론이고 지금은 흔하지 않은듯한 '버들붕어'가 있었다. 관상용으로 어항에 키우곤 했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라 들판의 꽃들은 즐겁기만 하다. 그들이 힘을 얻고 뿌리를 힘차게 내릴 수 있을 정도까지만 내리는 단비면 좋겠다.
▲ 개망초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라 들판의 꽃들은 즐겁기만 하다. 그들이 힘을 얻고 뿌리를 힘차게 내릴 수 있을 정도까지만 내리는 단비면 좋겠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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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오기 전 가뭄이 너무 극심했다.
올해 농사는 극심한 가뭄으로 흉작이고, 들깨도 지난 주에난 심었다고 한다. 그래도 강원도로 향하는 국도변에는 햇옥수수를 파는 이들이 곳곳에 있었다. 나는 옥수수매니아라서, 옥수수를 파는 곳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옥수수의 맛은 부드럽고 찰졌다.
가뭄에도 잘 익어준 옥수수가 고맙다.

개망초무리가 가뭄에도 시들거리면서 피어나더니만, 내린 비에 힘을 얻었다. 빗속에서도 활짝 웃는 듯하다. 자연은 빗물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피어나는 것이구나 싶다.

물골 할머니의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새끼 고양이, 적적한 물골에 할머니 말벗이 생겼다.
▲ 새끼고양이 물골 할머니의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새끼 고양이, 적적한 물골에 할머니 말벗이 생겼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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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주니 서슴없이 다가온다. 도시의 길고양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고양이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 새끼고양이 먹이를 주니 서슴없이 다가온다. 도시의 길고양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고양이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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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골에 도착하니 새끼 고양이가 반겨준다.
보는 순간 빠져들게 하는 매력덩어리, 도시의 길고양이 새끼였다면 험난한 삶의 연속이었겠지만 시골에서는 좀 여유롭게, 고양이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골 할머니를 곁에서 지켜주는 개는 세 마리다.
갈때마다 이런저런 간식을 챙겨다 주었더니만 우리 식구만 가면 개들이 먼저 반갑다고 난리법석을 피운다. 제법 크기때문에 묶어 키울 수밖에 없고, 밖에서 키우는 개다보니 장맛비에 몰골이 말이 아니다. 질퍽하게 젖은 발로 달려드니 피할 수밖에 없다.

새끼고양이 두 마리, 어미는 새끼를 낳고 어찌되었는지 알 수 없다. 새끼 두 마리를 물골 할머니가 거두어 키웠다.
▲ 새끼고양이 새끼고양이 두 마리, 어미는 새끼를 낳고 어찌되었는지 알 수 없다. 새끼 두 마리를 물골 할머니가 거두어 키웠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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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고양이는 두 마리였다.

"아이고, 예쁜 것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예쁘고, 모든 것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고양이의 호기심 어린 눈이 그들에게 빠져들게 만든다.

"아침에 나오면 멍멍이들을 밥 달라고 짖어대는 것이 일이니 밥만 주면 그만인데, 이것들은 야옹거리며 졸졸 따라다녀서 말을 걸지 않을 수가 없어요. 요즘, 고양이 덕분에 내가 말을 하고 산다니까요."

홀로 살아가시는 할머니의 말벗이 된 고양이들이 고맙다. 어쩌면 떨어져 사는 자식들이나 가끔씩 손으로 오가는 나보다 새끼고양이들이 훨씬 고마운 존재들이리라.

홀로 적적하게 살아가시는 할머니에게 새끼 고양이들은 소중한 말벗이다.
▲ 물골 할머니 홀로 적적하게 살아가시는 할머니에게 새끼 고양이들은 소중한 말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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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곁에서 재롱을 피자 할머니가 새끼고양이를 안아준다.
▲ 물골 할머니와 새끼고양이 할머니 곁에서 재롱을 피자 할머니가 새끼고양이를 안아준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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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큰 농사는 짓지 못하신다.

큰 농사는 소초에 사는 큰아들이 와서 돕고, 할머니는 밥상에 올릴 푸성귀 정도와 소일거리로 꽃밭을 가꾸시고,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낙이라 하신다.

"요것들이 온 뒤로 내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방에 들이지는 않지만, 얼마나 나를 졸졸 따라 다니는지 사람보다 낫다니까요."

할머니가 고양이를 안아주니 고양이가 오기 전 막내로서 귀염둥이었던 백구가 부러운듯 바라본다. 묶여사는 멍멍이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고양이의 간격은 도시의 길고양이와 시골에 사는 고양이 정도의 간격만큼이라고나 할까?

꽃밭에서 노는 새끼고양이, 그들에게 모든 것은 신비스러운가 보다.
▲ 새끼고양이 꽃밭에서 노는 새끼고양이, 그들에게 모든 것은 신비스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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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놈들, 나름 꽃밭에 숨어서 하늘을 나는 잠자리를 바라보며 사냥할 궁리를 하고 있다. 고양이 본능일 터이다. 가끔씩은 고양이가 새도 잡는다고 하니, 이 놈들도 자라서 할머니의 곳간을 드나드는 쥐도 잡을 터이다.

할머니를 졸졸 따라오는 고양이
▲ 새끼고양이 할머니를 졸졸 따라오는 고양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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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고양이들이 할머니 산책길에 따라나섰다. 고양이들은 이제 막 하늘을 나는 잠자리들과 풀잎에 맺힌 물방울 모두 신비스러움 그 자체다. 나는 또한 그들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본다.
▲ 산책 새끼고양이들이 할머니 산책길에 따라나섰다. 고양이들은 이제 막 하늘을 나는 잠자리들과 풀잎에 맺힌 물방울 모두 신비스러움 그 자체다. 나는 또한 그들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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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집을 나서자 졸졸 거리며 할머니를 따라나선다.
할머니가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니 시무룩 할머니를 따라가며 '야옹'하며 사인을 보낸다. 할머니가 '야옹아!'하고 부르니 부름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풀밭에서 놀던 고양이까지 한 걸음에 달려온다.

참으로 영악한 동물이다 싶다.
일주일 전에도 물골에 들렀다가 새끼고양이를 보긴 했으나 그대만 해도 낯가림이 심해서 그냥저냥 돌아왔는데, 일주일 사이에 할머니와 친해지다보니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는가 보다.

정을 주는 만큼 정을 주는 것이 또한 동물이려니 싶다.
물골 할머니는 고양이들 덕분에 더 환해지셨다. 역시 사람은 대화할 상대가 있어야 삶에 활기가 도는가 보다.

간혹, 우리는 어떤 동물들 보다 못한 삶을 살아갈 때가 잦다.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주는 새끼 양이만도 못한 자식이지만, 또 물골 할머니는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다 주실 것이다. 그것이 또 어머니의 사람이기도 하고.


태그:#물골, #길고양이, #새끼고양이, #도시생활, #시골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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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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