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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암스테르담(Amsterdam)의 핫 플레이스 중 하나라는 '요르단(Jordaan)' 지구를 찾아나섰다. 스마트폰의 지도앱을 들여다보며 한참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Bicyle!"을 외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비켜섰다. 암스테르담에 온 지 나흘 째인데 아직도 자전거 도로에 완전히 적응을 하지 못한다. 첫 날은 정말 자전거 도로에 대한 의식조차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바이커들에게 여러 번 호통을 들었는데, 네덜란드는 특히 여성들이 더 드센 것 같다.

아무튼 겨우 목적지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심상찮다. 큰 벼룩시장이라도 열리는 듯 사람들이 부산스레 자리를 잡고 행사 준비에 열심이다. 한 행인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요르단이 맞는데 바로 오늘(4월 27일)이 빌렘 알렉산더 (Willem-Alexander) 왕의 생일이라는 'Koningsdag(King's Day)'라서 도시 전체에 축제가 벌어진단다. 4월 후반이라는 날짜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춥고 간간이 비인지 우박인지 모를 것들이 쏟아지는데도, 거리는 점점 오렌지 색으로 물들어 가고 사람들의 표정은 간만에 열리는 축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 있었다.

난 솔직히 번잡스런 축제 같은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 지역에 있는 '안네 프랑크 집(Anne Frank Huis)' 예약 입장 시간이 12시 30분이라 싫든 좋든 그때까지 여기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일찍부터 나와 물건을 판매할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분주한 시민들
 일찍부터 나와 물건을 판매할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분주한 시민들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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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는 노래하고 동생은 드럼 치고 아빠는 수금하시고
 누나는 노래하고 동생은 드럼 치고 아빠는 수금하시고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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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국가 기념일인데 이왕 축제를 할 거면 최소한 시 차원에서 뭔가 더 큰 이벤트를 열어주진 않고, 왜 시민들이 직접 장터를 열고 공연을 해야 하는 걸까 싶었지만, 점점 늘어가는 사람들 틈을 헤집고 다니며 어느새 나도 조금씩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내놓은 물건들을 보면 정말 어떻게 이런 걸 팔려고 내놨을까 싶은, 한국 같으면 공짜로 줘도 욕먹을 만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오래되고 꼬질꼬질한 식기류나 때가 잔뜩 낀 완구류, 낡디 낡은 CD들... 이런 물건들을 배짱좋게 내놓는 것은 분명 사는 사람들이 있어서일 터, 네덜란드 인들이 유럽에서 가장 짠돌이로 소문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유리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접시
 유리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접시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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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함께 전통의상을 입고 나와 와플을 파는 소녀
 엄마와 함께 전통의상을 입고 나와 와플을 파는 소녀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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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는 먹을 것, 마실 것, 음악을 갖춘 배들이 함께 즐길 사람들을 계속 '모집'하며 흘러다니는데, 어떤 배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어떤 배들은 인기가 없어 썰렁하다. 차라리 저렇게 자기네들끼리만 배를 타고 노는 대신 배를 이용해 퍼레이드를 할 생각은 왜 안 하는 걸까. 국가별 혹은 각종 캐릭터별로 색다르게 꾸민 배들이 자신들만의 음악과 개성을 선보이며 단체로 지나가면 반응이 훨씬 좋을 텐데 말이다.

 보트를 타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보트를 타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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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운하와 운하로 연결된 도로의 특성 상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부족한 탓에, 점점 모여드는 사람들이 좁은 도로에 뒤엉켜 제대로 즐기기도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다들 뭔가 한 판 놀아보자는 기대를 안고 꾸역꾸역 모여들지만 성격 상 엉거주춤 확 폭발하지 못하는 답답함이랄까.

'안네 프랑크의 집' 관람을 마치고 온갖 중고물품들과 먹거리들이 즐비한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나마 넓은 담 광장(Dam Square)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끼리끼리 전통 춤을 추며 한창 흥을 내고 있었다. 차라리 여기다 대형 스테이지 하나를 설치해서 공연을 하거나 대규모 댄스파티를 하면 좋을 텐데, DJ 부스들도 골목골목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바람에 사람들도 여기저기 조금씩 모여 춤을 추긴 하는데 그닥 열기를 느끼지 못하겠다. 다 날씨 탓인가보다.

 흥미진진한 소세지 깨기 게임
 흥미진진한 소세지 깨기 게임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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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본델 공원(Vondel Park) 역시 나름 축제 분위기로 후끈하다. 여기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이 네덜란드 전통 게임인지 뭔지 모를 망치로 음식 깨뜨리기다. 돈을 걸고 타이밍에 맞춰 긴 파이프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소시지나 감자를 정확히 깨드리는 건데, 보기엔 쉬워 보여도 성공하는 사람이 없다. 대체 이게 뭐라고 다들 난린가 싶어 잠깐 구경만 하려다 어느새 나도 두 손에 땀이 배어갔다.

평소엔 무뚝뚝하고 차가워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이날만큼은 다들 가장 밝고 즐거워 보였다. 다만 뻣뻣하고 엉거주춤한 모습들을 보면 한국에 원정이라도 와서 진짜 신나게 춤추면서 노는 법이라도 배우고 갔으면 싶을 정도다.

어쨌든 네덜란드에 머무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런 오렌지 색 물결의 축제의 장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도 나름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름다운 암스테르담의 정경
 아름다운 암스테르담의 정경
ⓒ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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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추후 제 개인 블로그 http://arinalife.tistory.com/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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