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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뇌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뇌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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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도대체 언제 알았을까?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 첫 독대할 때부터 최씨와 딸 정유라씨 존재를 알았고,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씨 승마훈련 지원을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변호인단은 2015년 7월 25일 두 번째 독대 이후에 최씨의 영향력을 알았고, '어쩔 수 없이' 모녀를 지원했지만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의혹이 불거진 2016년 8월말에야 상황을 파악했다며 그의 결백을 얘기한다(관련 기사 : 2015년 7월, 2016년 8월... 이재용 운명 가를 날짜).

"대통령의 정유라 지원 지시... 너무 쇼킹했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7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와 공모해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인 김 전 차관은 '삼성은 원래부터 최씨 모녀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인물이다.

그는 특검에서 "2015년 6월 24일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당시 대한승마협회장)이 '삼성은 준비가 됐는데 정유라가 최근 애를 낳아서 말을 탈 수 없어 지원 못한다, 상태가 호전되면 바로 승마훈련을 지원할 예정'이라 들었다"고 말했다. 7일 법정에선 이 진술을 유지할 뿐 아니라 새로운 증언도 내놨다.

"2015년 7월 23일 오후 5시 반경 잠실을 지나갈 때 박상진 전 사장에게 전화했더니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직접 연락해 정유연(정유라 개명 전 이름) 선수를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가게 지원해달라고 했다, 삼성이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삼성에 정유라 지원을) 지시한 게 너무 쇼킹해서 선명하게 기억한다."

이날 박 전 사장은 오후 4시 반쯤 김 전 차관에게 '협의드릴 일 있는데 편한 시간에 전화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특검은 이틀 뒤 독대를 앞두고 이 부회장이 7월 23일 오전 10시에 회의를 소집해 정유라씨 지원 상황을 체크했고, 이때 질책당한 박 전 사장이 김 전 차관에게 조언을 구하려 했다고 본다.

김 전 차관은 자신에게 '아시아승마협회 회장선거 준비 문제로 연락했다'는 박 전 사장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박 전 사장과 통화하며 수첩에 'VIP(대통령) 이재용 부회장 정유연 올림픽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 요청'이라 적었다고도 했다.

문제는 이 수첩의 존재 여부다. 김 전 차관은 "7월말, 비가 많이 온 날인데 최순실씨와 조금 언짢게 대화한 뒤 돌아오는 택시 안에 수첩을 두고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수첩에 이 내용을 적은 것은 100%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눈앞에 수첩이 없으니, 재판부가 이 진술을 얼마나 신뢰할지는 불투명하다.

변호인단도 '김 전 차관을 믿을 수 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반대 신문 초반부터 "4월 18일 대통령 뇌물 사건 때 증언 내용과 오늘 말한 게 많이 다르다"며 공세적으로 나갔다. 이들은 김 전 차관이 최순실씨를 알게 된 시기를 2014년 2월이라고 했다가 2013년 12월이라고 바꿨고, 최씨 측근 고영태씨와 처음 만난 때를 두고도 서로 증언이 엇갈리는 점을 지적했다.

-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2014년 2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소개로 최순실씨를 만났다고 했다.
"그 다음 진술에서... 9차례 조사받으며 정정했다."

- 취임 후 김 전 실장이 최씨에게 잘 해주라고 한 건 사실이냐.
"아니다."

변호인이 "또 거짓말을 하냐"고 지적하자 김 전 차관은 "법정에선 거짓말 안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허위진술을 한 이유가 뭐냐"는 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의 물음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흔들기' 나선 변호인단 "또 거짓말하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4월 7일 오전 1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법정 출석하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4월 7일 오전 1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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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과 박상진 전 사장이 말하는 '첫 만남'이 다른 데에도 주목했다. 김 전 차관은 자신의 일정표를 바탕으로 2015년 1월 8일 오전 6시 반 서울시내 한 호텔 식당에서 박 전 사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즈음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승마협회장이 결정됐으니 소개해주겠다'며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연락처를 알려줬는데 장 전 차장에게서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이 연락할 것'이라 했고, 그와 약속한 자리에 박 전 사장이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사장은 같은 해 3월 김 전 차관을 처음 봤다고 한다. 7일 변호인단도 '물증'을 제시하며 김 전 차관의 말을 반박했다. 2015년 1월 8일 박 전 사장의 법인카드 결제 내역은 오후 1시 점심식사뿐이고 임 사장의 경우 이날 아예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김 전 차관은 "박 전 사장 아니면 임 사장이 식사대금을 냈는데, 다른 사람이 따로 결제했는지는 모른다"며 "이날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수사 과정에서 박 전 사장을 만날 때 동석자를 두고 진술이 달라졌던 까닭은 일정표와 실제 상황이 달라서라며 "만난 자리는 분명히 기억한다"고 했다.


태그:#김종, #이재용, #박근혜,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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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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