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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국회 청소노동자 종례가 열렸다. 주요 골자는 신문 등 짐을 운반할 때 '일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말라'였다. 

"어제(3일) 갑자기 종례를 하면서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던데요. (의원실에 전해 줄)신문 가져올 때도 비상용 엘리베이터만 타라고요. 우리가 의원님들 방에 신문을 가져다 주는데, 우리가 신문을 갖고 가면서 의원들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데 떠들었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의원들이 타는 일반 엘리베이터에는) 타지 말래요."

국회 청소노동자 A씨의 말이다. 그는 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신문 가져다 주는 일을 해서) 한 달에 돈을 조금 받기는 하는데, 안 하면 의원들 눈치보여서 한다"라고 설명했다. 300개에 달하는 국회의원실에 신문을 가져다 주는 일은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본래 업무가 아니라 '추가 업무'에 해당한다. 청소노동자들은 월 3만 원을 받고 하루 2번 의원실에 신문을 나르고 있다. 한 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십여개의 의원실을 전담하고 있다.

A씨는 "우리도 인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집에 가면 아이 엄마"라며 "그냥 간단하게 (신문 가져다 주는 일을) 안 시키시면 된다, 그럼 그냥 안하고 말지, 더러워서..."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회 측 "가급적으로 이용 삼가달라는 것, 강압적으로 막는 건 아냐"

 비상용 엘리베이터 문이 굳게 닫혀있다.
 비상용 엘리베이터 문이 굳게 닫혀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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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 2층 안내도. 빨간 동그라미 친 4곳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다.
 국회 의원회관 2층 안내도. 빨간 동그라미 친 4곳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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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회관에는 총 26대의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이다. 이 가운데 4대만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다. 두 곳은 무거운 철제문을 밀고 들어가야 이용할 수 있고, 나머지 두 곳도 반쯤 철제문이 닫힌 상태다. 게다가 비상용 엘리베이터 4대 모두 의원회관 건물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로는 무겁고 부피가 큰 작업용 물품이나 화물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청소노동자들에게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온 건 국회 관리과 설비국에서 올린 '공고문'에 따른 것이다. 3일 오전 국회 내부 직원 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공고문이 올라왔다.

"의원회관 일반용 승강기 이용 시 작업용 물품 및 화물 운반 등으로 인하여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작업용 물품 및 화물 운반 시 비상용 승강기를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해당 공고문을 올린 국회 관리국 설비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일반용 엘리베이터를 쓰는 사례 때문에 국회 관리과에 민원이 접수 됐다고 한다"라며 "설비과는 민원 내용을 전달 받아 안내문으로 올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급적이면 일반 엘리베이터 이용을 삼가달라는 것이지 강압적으로 막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국회 미디어담당관실 측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 관리과에 문의하니) 특정인이 민원을 제기해서 그런 게 아니고 불특정 다수가 간간이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미디어담당관실 측은 또 "날카롭거나 부피 큰 물건이 일반용 엘리베이터에 들어오면 발을 찧거나 다칠 수 있으니, 서로 배려 차원에서 가급적 화물 운반은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청소 노동자들이 눈치 보고 타지 않겠나"

 국회 내부직원 게시판에 올라온 승강기 이용 안내문. "작업용 물품 및 화물 운반 시 비상용 승강기를 이용해달라"고 적혀있다.
 국회 내부직원 게시판에 올라온 승강기 이용 안내문. "작업용 물품 및 화물 운반 시 비상용 승강기를 이용해달라"고 적혀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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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내부 직원 게시판에 올려진 공고문을 본 순간, 국회의원실에서 근무하는 박아무개 보좌관은 지난 주에 겪은 불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목요일 쯤, 점심 먹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화분 배달 기사님이 타셨어요. 다음 층에서 탄 어떤 사람이 배달 기사님께 '이건 사람 타는 엘리베이터니 화물은 화물칸에 타세요'라는 겁니다. 60~70대 되신 기사님이 연신 '모르고 탔다, 죄송하다'는데 마음이 너무 불편한 거예요. 그래서 기사님께 '이거 타고 다니셔도 괜찮아요, 서로 양보하고 타면 되죠'라고 했는데 오늘 출근해서 보니 이런 게 떡하니 올라와 있는 거예요."

박 보좌관은 "공고문에 '가급적'이라고 전제해도 청소하는 분들이 앞으로 눈치를 보지 않겠냐"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잘 보이지 않는 건물 안쪽 엘리베이터를 화물 전용으로 이용하라는 건데, 택배 기사님들은 어디 있는지 찾기도 어려운 위치"라며 "10년 전 국회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가 권위주의 잔재라고 없앴는데, 이제는 사람과 화물을 나누고 있다, 도대체 기준이 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회가 일하는 모든 분들을 생각하는 곳이 되기엔 너무 갈 길이 멀다"라며 "이런 거야 말로 특권에 갑질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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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독립편집국 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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