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 <비긴어게인> 방송캡처

JTBC <비긴어게인>에서 노홍철은 어떤 역할을 할까? ⓒ JTBC 방송캡처


음악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많다. <복면가왕> <판타스틱 듀오> <불후의 명곡>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적 즐거움을 안겨준다. 여기에 JTBC <비긴어게인>이 지난 25일 가세했다.

그런데 '어떤 지점'에서 <비긴어게인>은 기존의 프로그램들과 결을 달리한다. 거창하게 말해서 그 지점이란 '음악에 있어서 관객의 존재'를 부각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프로들에선 가창자가 주인공이었다면 <비긴어게인>은 관객이 동등한 주인공으로서 역할한다. 이 프로그램은 '듣는 사람'과, '듣는 사람' 없이 존재할 수 없는 '부르는 사람'을 한 화면에 함께 담아낸다.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내로라하는 이 뮤지션들의 '몽땅 섭외' 소식에 음악팬들의 마음은 벅차올랐다. 그런데 노홍철의 섭외는 의외였다. 음악인이 아니니까. 친화력이 아마 그의 섭외이유가 아니었나 짐작할 뿐이었다. 그리고 첫 방송, 세 명의 "형님"과 "소라누나"를 살갑게 챙기는 모습과 넘치는 에너지를 보며 '예능'을 위해 그를 섭외했을 거라 덧붙여 생각했다. 그런데 첫 회가 끝나갈 무렵, 노홍철이 어쩌면 '예능을 위한 출연자'가 아닐 수도 있단 생각이 퍼뜩 들었다.

<비긴어게인>에서 노홍철은 충실한 '관객'이다. 세 명의 뮤지션과 한 명의 관객. 어쩌면 노홍철이 맡은 관객이란 역할은 '음악예능'에서 '음악'에 방점을 찍어주는 필수적 섭외가 아니었나 싶다. 세 뮤지션이 버스킹을 할 때, 혹은 숙소에서 버스킹 연습을 할 때 노홍철은 그들의 노래를 '듣는다'. 그냥 듣는 게 아니라 가끔 울먹이기까지 하며 '감동하며' 듣는다. 내 노래를 감동하며 들어주는 사람, 이 존재야 말로 가수에게 있어 최종 목적이자 노래하는 이유 아닐까. 

 JTBC <비긴 어게인>의 윤도현. 유럽의 풍광과 그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윤도현이 부끄러움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버스킹하고 있다. ⓒ JTBC 방송캡처


비긴어게인 <비긴어게인> 방송캡처

윤도현의 노래를 들으며 분위기에 취해 입맞춤하는 한 쌍의 연인. ⓒ JTBC 방송캡처


<비긴어게인>은 지속적으로 이 지점을 담아낸다.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이 펼치는 버스킹의 매 에피소드는 관객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영화 <원스>의 배경이었던 한 공원에서 윤도현이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며 즉석 버스킹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윤도현 본인은 물론이고 지켜보던 유희열과 노홍철 역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윤도현의 노래를 듣는지 민감하게 의식했다. 노홍철은 한 커플을 주시하며 "저들이 입을 맞추면 이 공연은 성공"이라며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유희열은 윤도현이 U2의 'With or Without you'를 부를 때와 '너를 보내고'를 부를 때 관객의 반응을 비교 분석하며 관객 마음을 붙잡을 선곡에 대해 고민했다.

노홍철과 더불어,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결국 <비긴어게인>의 주인공이다. 유희열, 이소라, 윤도현은 앞으로 버스킹을 펼치며 계속해서 이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들의 관심과 사랑과 반응을 갈망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어떻게 노래해야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물론 세 뮤지션은 한국에서도 관객의 존재를 소중히 여겼겠지만, '무명'으로 서게 되는 낯선 거리의 무대는 더욱 사무치게 이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결국 <비긴어게인>은 '노래를 부른다'란 관점에서 '노래를 듣는다'는 관점으로 시선의 범위를 확장한다. 이는 뮤지션으로 하여금 내가 노래를 '왜' 부르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게 만들고, 시청자로 하여금 일상의 삶 속에서 노래 한 조각이 어떤 힘을 주는지 느끼게 해준다. 이제 시청자는 '감정이입할 대상'을 얻었다. 노홍철 혹은 아일랜드 거리의 사람들이 바로 그 대상이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버스킹에 귀 기울이는 아일랜드 사람들, 그들의 시점이 곧 <비긴어게인>을 보는 시청자의 시점이다.

 지난 25일 첫 방영한 JTBC <비긴 어게인>

지난 25일 첫 방송한 JTBC <비긴 어게인>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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