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미가 29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앞두고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7월 12일까지 공식 기록으로만 370 편의 영화에 출연, 한국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배우 김지미의 데뷔 60주년을 맞아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준비했다.

배우 김지미가 29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앞두고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7월 12일까지 공식 기록으로만 370 편의 영화에 출연, 한국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배우 김지미의 데뷔 60주년을 맞아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준비했다. ⓒ 한국영상자료원


77년의 생에서 60년을 영화인으로 산 사람은 대체 어떤 얼굴을 갖고 있을까.

누군가는 그를 '영화계의 여장부' 혹은 '매혹적인 팜파탈'이라 부르고 또는 '영원한 스크린의 여왕'이라 부른다. 한 사람의 이름 앞에 붙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칭호이나 김지미를 보면 이 몇 가지 수식어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된다.

배우 김지미가 출연한 영화의 공식 기록만 370여 편, 김지미가 말하는 비공식 기록까지 합하면 700편여, 한국영화사에 남을 대기록이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배우 김지미의 영화계 데뷔 60주년을 기념해 이 중 <티켓> <길소뜸> 등 20편을 추려 7월 12일까지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준비했다.

기자회견 차 상암 영상자료원에 들른 김지미는 흐트러지지 않은 얼굴과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서두를 열었다. "사실 나는 나타나지 않는 배우로 유명하다. 언론에 노출되는 건 상품으로 따지면 별반 값어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 마디 말로도 현장에 모인 취재진을 긴장시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배우 김지미가 29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앞두고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7월 12일까지 공식 기록으로만 370 편의 영화에 출연, 한국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배우 김지미의 데뷔 60주년을 맞아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준비했다.

배우 김지미가 29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한국영상자료원


그는 "한 배우가 60년 동안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해왔다면 '대단한 건 아니지만'"이라는 말로 겸양을 보이면서도 "오로지 영화만 60년을 따라다녔다고 하면 '스스로도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그 공을 일부러 축소하지는 않았다.

동시에 무척이나 단단한 어투로 "아직 철이 안 들었다. 모든 걸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100살을 먹어도 영원히 철이 안 들 것 같다"는 그는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도 배우면서 산다고 그러는데 철이 다 나면 배울 게 하나도 없다. 배우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그 말에서 배우 김지미가 가진 깊이를 엿볼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오랜만의 공식석상. 배우 김지미는 하나의 질문에 오랜 시간을 할애해 답변을 했다.

김기영, 임권택, 신성일

"작은 어머니가 명동 시공관 옆에서 다방을 하셨다. 아버지를 만나러 그곳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김기영 감독님이 집까지 따라와 영화 출연을 제의하셨다. (중략) 그게 평생의 길로 이어졌다." (영화천국 VOL.56)

이것이 배우 김지미의 첫 영화인 <황혼열차>(김기영, 1957)의 시작이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는 바로 그 이듬해 <별아 내가슴에>로 역대 흥행 1위에 오른다.

그 후로 그는 '인생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티켓>과 <길소뜸>의 임권택 감독을 만난다. 그에게 임권택 감독은 인간적으로도 소탈하고 사람다운 사람이다. 누구와 호흡이 잘 맞느냐는 질문에 김지미의 입에서는 임권택 감독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때는 논 팔고 집 팔아서 제작비를 감당하던 시절이었기 떄문에 인간관계를 끈끈하게 맺어오면서 60년을 살다 보니 아직까지 관계가 특별하다."

 배우 김지미가 29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앞두고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7월 12일까지 공식 기록으로만 370 편의 영화에 출연, 한국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배우 김지미의 데뷔 60주년을 맞아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준비했다.

임권택 감독이 조감독이던 시절부터 김지미와의 인연이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 한국영상자료원


그리고 많은 작품에서 김지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신성일은 원래 이날 김지미 특별전에 참석하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오지 못하게 됐다. 김지미는 "상당히 가슴 아프다"면서 "건강하고자 노력하는 분으로 알고 있다. 잘 회복될 거다"라는 말을 남겼다.

막힘없이 질문에 대답을 하던 김지미는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대사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거듭 만류했다. 60년간 배우로 살아온 그는 "어느 작품이든 촬영을 해놓고 시사회에 가보면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뒤에 항시 온다"며 "(완벽하게) 완성된 작품은 아직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잘 된 작품과 못 나온 작품은 관객인 여러분들이 정해주셔야 한다."

"흥미 위주의 영화 다수 생산돼"

김지미는 최근 한국 영화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영화계 흐름이 많이 달라져 액션이나 흥미 위주의 영화가 생산되기 때문에 영화 제작하는 분들도 그런 방향의 영화를 계속하는 것 같다"며 "우리 같은 나이가 많이 든 배우들이 설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생을 살다 보면 자기 경험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있다. 배우도 많은 경험과 작품을 한 사람이 작품에 대한 이해력도 높아 좋은 작품을 배출할 수 있을 거다"라며 폭넓은 배역이 주어지지 않는 최근 영화계의 풍토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700편 이상 출연했기 때문에 안 해본 역할이 있을까? 난 700가지 인생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배우 김지미가 29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앞두고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7월 12일까지 공식 기록으로만 370 편의 영화에 출연, 한국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배우 김지미의 데뷔 60주년을 맞아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을 준비했다.

그는 제작사 '지미필름'을 만들었지만 후배들에게 제작을 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내가 제작을 해봤고 고통이 얼마나 컸고 희생이 얼마나 있었는지.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이시켜서는 안 되지 않나." ⓒ 한국영상자료원


김지미는 "최근 후배들이 영화를 잘 만들어 세계적으로 한국 영화를 많이 알리고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 선배로서 박수를 보낸다"고 하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예술 영화가 많이 생산돼 영화가 사회에 기여도 하고 관객의 폭을 넓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후배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종종 하고 있다. 배우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해라. 배우는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소재다. 그 소재가 있어 영화가 완성되기 때문에 소재를 값싸게 굴리지 말고 항시 소중히 해야 좋은 영화가 생산된다. 또 그럼으로 인해 그 상품이 값어치 있어지는 거다. 아무데나 허투루 자기 명예나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마라."

김지미 매혹의 배우 김지미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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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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