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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건설업계 ‘공정경쟁과 자정실천을 위한 결의대회‘에서 공정경쟁과 준법경영 실천을 다짐하며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등 대형건설사 대표들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건설업계 ‘공정경쟁과 자정실천을 위한 결의대회‘에서 공정경쟁과 준법경영 실천을 다짐하며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등 대형건설사 대표들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 대한건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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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달랐다. 지난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건설사들이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현재 모금 실적은 50억원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건설사에 대한 광복절 특사를 단행했다. 모두 2000여개의 건설업체에 대한 공공공사 입찰 제한 조치를 풀어준 것이다. 특히 4대강사업 등 짬짜미로 공공공사 입찰 제한 조치를 받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78개 대형 건설사들도 입찰 제한이 풀렸다.

광복절 특사에 2000억 사회공헌기금 화답했지만, 50억도 안모여

건설사들은 정부의 특사 조치에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화답했다. 72개 건설사 대표와 임직원들은 광복절 사면 직후 결의대회를 열고 "2000억 규모의 건설공익재단을 출범시켜,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 사업 등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사회공헌기금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50억원도 채 모이지 않았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각 건설사들이 건설산업재단에 출연한 기금은 불과 47억1000만원이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이 각각 10억을 냈고, 포스코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이 각각 3억, 롯데건설과 SK건설, 현대산업개발이 각각 2억, 한화건설과 두산건설은 1억원을 냈다. 납부 시점도 특별사면이 이뤄진 2015년에 한 번씩만 냈다. 이후 지난해 8월 삼보종합건설이 1000만원을 낸 뒤로는 기금 출연 실적이 전혀 없다.

기금 조성 실적이 저조한 것과 관련해 건설사들은 갖가지 핑계를 대고 있다. "실적이 좋지 않았다", "다른 건설사가 내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납부시 배임이 걸릴 수 있다", "건설협회가 움직이지 않는다" 등이다.

실적 안 좋아서, 협회 움직이지 않아서…"언제적 이야기냐" 반응도

오히려 '철 지난 이야기'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하는 건설사도 있었다. GS건설 관계자는 기금 조성과 관련된 문의를 하자, "특별히 할 말이 없고 응대해줄 말도 없다"라고 밝혔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기금조성하기로 하고, 우리도 어느 정도 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납부 실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서는 "작년과 재작년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대림산업은 지난 2016년 한해 영업이익이 4193억8773만원, 2015년에도 2717억6839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수천억대 흑자를 이어가는 곳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1조원대에 달했다. 포스코건설 정도만 5090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이러다 보니 다른 사정을 언급하는 곳도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다른 대형건설사들이 기금 납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납부를 하게 되면 주주들의 배임 문제가 걸릴 수 있다"면서 "(주주 입장에서는) 다른 데는 안 주는데 우리만 기금을 납부하나라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금 조성을 주도한 대한건설협회 임원이 박근혜 정부 사람인데, 현재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있고, 협회 움직임도 지지부진하다"면서 "당시 2000억 조성하겠다는 것도 사실 모든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공공사 입찰 적극 참여 26조 일감 확보, 먹을 때만 '적극적'

건설사들은 기금 납부에는 소극적이지만, 특별사면은 적극 활용해왔다. 공공공사 입찰 제한이 풀린 건설사들은 사면 이후 대규모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해, 막대한 수주를 확보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광복절 사면으로 입찰 제한이 풀린 74개 건설사들이 지난 2015년 8월부터 2017년 5월말까지 수주한 공공공사 총액은 모두 26조1219억6500만원에 달한다.

업체별로 보면 대림산업이 3조6111억원으로 가장 많은 관급 공사를 따냈고, 현대건설은 2조6634억원, 포스코건설 2조5413억원, 대우건설 2조3779억원, GS건설 1조1695억원, 한화건설은 1조349억원을 각각 수주했다.

사회공헌기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금호산업과 태영건설도 각각 2조원대의 정부 공사 일감을 따냈고, 롯데건설도 8681억원, 두산건설이 7636억, SK건설은 5975억원의 관급 공사를 가져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대기업 특혜성 사면 관행 끝내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도덕성과 전문성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도덕성과 전문성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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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사면에 따른 혜택은 누리면서도 책임은 다하지 않는 행태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적했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장관 취임에 앞서 가진 인사청문회에서 "특혜성 사면을 받고 그 대가로 사회 공헌을 하는 반복적인 행태가 재벌 대기업 경제에서 나오고 있다"라면서 "판결 확정 전에 사면조치가 이뤄졌는데,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 관행을 끝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업체들이 4대강 의혹 때문에 재판받다가 대통령 사면 복권 시기에 맞춰서 건설기금 만들고, 뭔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 것처럼 약속했다"면서 "그런데 말은 해놓고 집행을 하지 않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태는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런 관행을 끊어낸다고 말했으니, 앞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건설사 사회공헌,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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