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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 대한 성추행·폭력·협박 등으로 학생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한 전북 부안여고가 반성은커녕 사건을 은폐·축소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장과 가해자인 체육교사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교 측은 이 대화가 교장과 교감 사이의 대화였다고 해명했다.
 학생에 대한 성추행·폭력·협박 등으로 학생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한 전북 부안여고가 반성은커녕 사건을 은폐·축소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장과 가해자인 체육교사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교 측은 이 대화가 교장과 교감 사이의 대화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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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30일 오전 7시 50분]

학생들에게 성추행·폭언·협박 등을 일삼아 논란이 되고 있는 전북 부안여고 측이 반성은커녕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관련 기사 : "성추행부터 협박�폭행까지... 부안여고 피해자 최소 1000명").

의혹의 발단은 지난 28일 공개된 녹취록이다. 여기에는 김강남 부안여고 교장과 가해자인 체육교사 박아무개씨의 대화가 담겨있다. 지난 19일 학생들이 교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녹음한 것으로, 두 교사가 대화하던 곳에 마이크가 켜져 있어 학생들에게까지 그 내용이 들렸기에 녹음할 수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정확한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부안여고 학생들이 기자들에게 공개한 녹취록을 살펴보면 김강남 교장은 '별일 없이 끝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 심지어 가해 교사인 박씨와 함께 크게 웃는 소리도 들린다. 아래는 녹취록 내용을 옮긴 것이다.

교장 : "위에서 까탈 부리는 사람 하나도 없어. 오히려 나를 걱정을 해, '교장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이러고."

교장·체육교사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교장 : "누가 민원 넣는가 아시느냐고, 그래서 모른다고. '모르고요, 알려고 하지도 않고요.' 근데 그 25명(경찰조사 받은 학생들)은 알더만. 어저께 OO(학생)은 여경이 사소한 것도 쓰라고 해서 썼다고, 그래서 발발 떨고 있다고. 놀라가지고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그런다고."

체육교사 : "나는 교장 선생님이 얘기해서 알았어요."

교장 : "애들이 그리고 직인찍으라혔거든…. 아~ 한 통 다들 똑같다니까. 처음엔 슬슬~ 하다가 나중엔 인권센터 그것들도 마찬가지고, 경찰들도 마찬가지고. 나도 그 위치에 있으면 그럴랑가 모르겠지만, 슬슬 하다가 나중에 본론으로 들어가 보니 애들이 사소한 것까지 얘기하라 했더니 얘기했다는 것이여. 그래서 직인까지 찍었대요."

부안여고 교장 "사려 깊지 못해 죄송... 하지만 오해다"

부안여자고등학교 전경.
 부안여자고등학교 전경.
ⓒ 부안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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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녹취록에 대해 김강남 교장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녹취록에 교장이 나오긴 했지만 자신과 대화를 나눈 이는 체육교사가 아니라 교감이라는 주장이다.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김 교장은 "일부 학부모님들이 교장인 나를 비롯 학교에 대해 염려하시는 바가 있어, 그에 관해 얘기를 나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대화 도중 크게 들린 웃음소리는 자신이 낸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교장은 "근처에 앉아 있던 다른 교사들이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다가 웃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은폐나 축소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경찰과 인권센터가 갈수록 깊이 있는 조사에 나선다는 취지로 말했다"라고 해명했다.

김 교장은 녹취록이 공개된 것에 대해 "미흡하고 사려깊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한 심정"이라면서 "학생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겠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녹취록에 등장하는 목소리가 교장과 체육교사 박씨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안여고 학생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언행"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특히 이 녹취록의 대화가 이뤄지고 이틀 뒤인 6월 21일 김강남 교장은 강당에 학생들을 불러 모은 후 "나는 몰랐다, 박씨 거취는 내가 아니라 이사회의 권한"이라며 책임을 회피한 바 있어 공분을 더 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경찰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녹취록에 서술돼 있듯 경찰 진술에 나선 학생 명단을 학교 측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6월 초 진행된 성추행 피해사실 설문조사 이후 학교 측에 '피해사실이 있다'고 답한 학생 25명의 명단을 전달했다. 경찰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부안여고 학생들은 "재학생에 대한 (학교 측) 조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경찰이 이 문제적 시스템을 끊어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입장 없는 이사장... 부안여고 교사, 30일 무릎 꿇고 사과할 계획

이번 사건이 벌어진 뒤 학교법인 이사장은 단 한 번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 점이 학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부안여고 학생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사장의 결정"이라면서 이들의 사과와 명확한 입장표명을 촉구 중이다.

부안여고 측은 "학교법인 이사장은 왜 직접 나서서 입장 표명이나 사과가 없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사장은 타 지역에서 샐러리맨으로 있어서 직장 여건상 학교에 들르기기 어렵다"라고 해명했다.

부안여고 측은 내일(30일) 중으로 교장을 포함한 모든 교사들이 학생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할 계획이며, 재발방지 대책 및 치유 프로그램에 관한 계획도 공개할 예정이다.


태그:#부안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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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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