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신(神) 하백은, 도깨비를 넘어설 수 있을까?

27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tvN 새 월화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하백의 신부 2017>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물의 신 하백(남주혁 분)과 인간 소아(신세경 분)의 판타지 로맨스를 그릴 예정이다. 

하지만 아름답고 신비로운 수국(水國)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2017년 서울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연출을 맡은 김병수 PD는 원작에서 차용한 것은 "신과 인간의 멜로, 주인공들의 이름과 직업, 이야기에 줄기가 되는 하나의 큰 서사" 정도라고 말했다.

왜 <하백의 신부>인가? 


"수국을 드라마로 구현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원작의 요소를 차용한 스핀오프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수국은 이야기의 서사를 설명하기 위해 아주 조금 들어가는데, 그 부분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수국 부분은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같은, 다른 콘텐츠에 양보하는 거로…." (김병수 PD)

<하백의 신부>가 드라마화된다고 했을 때, 많은 원작 팬들의 기대는 '어떻게 수국을 표현할 것인가'로 모였다. 사실 신과 인간의 사랑, '하백'이라는 물의 신의 존재 등은 여러 만화, 소설, 신화 등을 통해 익숙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흔한 판타지를 매력적으로 표현해낸 건 윤미경 작가가 그려낸 아름다운 수국과 캐릭터들의 힘이 컸다. 수국을 구현할 수 없었다면, 굳이 <하백의 신부>여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김병수 PD는 "신과 인간의 멜로를 다룬 작품들은 많지만,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작품을 택한 것"이라면서 "이야기 중반부 큰 서사가 되고, 캐릭터들의 변환점을 주는 중요한 요소를 차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굉장하다. 원작을 좋아하셨던 분들은 원작과의 차이점을 낯설어하시겠지만, 수국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 바에는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으실 것"이라며 원작 팬들의 마음을 달랬다.

"<하백의 신부>를 통해 '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신은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내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신이다, 라는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병수 PD)

물과 남주혁의 궁합, 이번에도?



남주혁은 <후아유> <삼시세끼> <역도요정 김복주> 등, 물과 관련된 작품에서 유독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엔 아예 물의 신 역할이다. 남주혁은 "어머니가 사주를 보셨는데, 제 사주에 물이 없다더라. 사주에 부족한 물을 작품으로 계속 채워지는 게 아닌가 싶다"며 물과 유별난 인연을 전하기도 했다.

고어를 사용하는 극 중 남주혁의 말투에서 <도깨비> 공유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혹시 공유의 연기를 참고했느냐는 질문에 남주혁은 "대본을 느끼는 대로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톤(유사한 톤)이 나왔다"면서 "저만의 하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송이 시작되면 전혀 다른 모습의 캐릭터가 나올 것 같다"고 답했다.

물의 신과 사랑에 빠질 인간, 소아는 신경정신과 의사로 1200년 전 물의 신과 계약을 맺은 '신의 종' 가문의 후손이다. 소아 역의 신세경은 "원작과 싱크로율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데 참여한다는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신세경은 "어릴 때 데뷔해 언제나 막내였는데, 제가 누나, 언니 입장이 돼 촬영하는 현장은 처음"이라면서 "걱정도 많이 되고, 잘해야겠다는 의무감, 책임감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주혁이 현장에서 굉장히 성실하게 잘 해주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스스로 반성할 때도 있다. 서로 이끌어주고 도와주고 하면서 재미있는 연기 잘 해보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미모로 채워지는 신들의 판타지




김병수 PD는 남주혁, 신세경, 임주환, 정수정(크리스탈), 공명 등 주연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로 "판타지를 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미모와, 고정된 이미지가 없는 풋풋한 배우들"을 택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이 세상 아름다움이 아닌' 비주얼을 중점적으로 봤다는 이야기. 이 같은 감독의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배우들도 특별한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인간계에 파견된 수국의 관리 신이자, 인간계에서는 '국민 여배우' 헤라로  사는 무라 역의 정수정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미팅할 때, 감독님이 요구하는 게 굉장히 많으셨다"고 전하며 "화려하고 컬러풀한 의상들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어 "드라마에서 '여신' 캐릭터가 등장한 게 처음인 걸로 안다. 그만큼 잘 해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걸음걸이나 말투, 눈빛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명은 인간계에 파견된 천국의 신 비렴 역을 맡았다. 캐릭터에 맞춰 은발로 염색한 공명은 "여러 번 탈색하고 염색만 세 번 했다. 머리카락이 너무 상해 드라마 끝나면 삭발을 해야 할 지경"이라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공명은 "만화 원작 캐릭터라 부담도 됐지만,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설렜다"며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띠동갑 후배 연기자들과 미모 경쟁을 벌이게 된 임주환은 "포기했다. 술만 좀 안 마시려고 노력 중"이라며 웃었다. 그는 "신과 같은 미모는 포기했지만, (후배들보다) 나이와 경험이 있다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예 역은 원작과 이름 외에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면서 "캐릭터가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어, <이누야샤> 등 애니메이션을 참고하면서 만화적인 요소를 지닌 캐릭터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도깨비> 넘을 수 있을까?


인기 원작 드라마는 끊임없이 원작과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드라마 <하백의 신부>는 원작 외에도 판타지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도깨비>와도 비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과 인간의 사랑'이 <도깨비>만의 독창적인 설정은 아니지만, 불과 6개월 전 워낙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 PD 역시 "요즘 판타지 드라마 작가와 감독들이 <도깨비> 때문에 부담이 심하다"면서 "<도깨비>가 나온 뒤 비슷한 서사를 많이 수정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럼에도 비슷한 부분이 나온다면 포괄적인 부분일 것"이라면서 "판타지의 탈을 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등을 연출하며 '타임슬립' 열풍을 불고 온 김병수 PD의 신작 <하백의 신부>. 물의 신과 인간의 아름다운 판타지는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써클: 두 개의 세계> 후속으로 방송되는 <하백의 신부>는 오는 7월 3일 오후 10시 50분 첫 방송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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