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지난 25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상주 상무의 경기. 상주 김호남(왼쪽)이 역전골로 팀 2-1 승리를 견인한 뒤 포효하고 있다.

▲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지난 25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상주 상무의 경기. 상주 김호남(왼쪽)이 역전골로 팀 2-1 승리를 견인한 뒤 포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시즌 초반 재미없는 경기의 연속으로 도마에 올랐던 K리그는 이제 없다. 지난 주말 전국 각지에서 열린 K리그 경기는 '아침드라마' 급의 반전을 선사하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지난 24·25일 이틀 간 펼쳐진 K리그 클래식 경기는 주말에 쏟아진 비처럼 한국 축구에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지난 한 달간 한국 축구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먼저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한 제주 유나이티드가 우라와 레즈와 가진 16강 2차전에서 참패를 당했다. 경기 막판에는 우라와 선수들과 난투극이 있었고, 소수의 선수는 결국 아시아 축구 연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국가대표팀도 암울했다. '도하 참사'를 막지 못한 슈틸리케 감독과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가대표팀은 내년에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지난 16일에는 '심판 매수' 사건에 연루되었던 전북의 전직 스카우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한국 축구의 우울한 흐름은 연속은 24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이날 승부는 경기 전부터 결과가 확실해 보였다. 시즌 내내 꼴찌를 달리고 있는 인천이 원정을 떠나 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울산을 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예상대로 울산은 인천을 압도했다. 날카로운 중거리 슛과 측면 공격으로 인천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전반 37분 터진 한승규가 멋진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 득점을 신고했다. 하지만 꼴찌 탈출을 위한 인천의 반격을 처절했다. 후반전 인천은 동점골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서서히 골에 가까워지던 인천의 공격에 방점을 찍은 것은 웨슬리였다.

후반 22분 왼쪽 측면에서 길게 크로스가 넘어왔다. 웨슬리는 수비 두 명에 에워싸인 상태였지만 침착한 가슴 트레핑 이후에 입이 떡 벌어지는 '시저스 킥'을 구사해 울산의 골망을 갈랐다. 분위기를 탄 인천은 후반 39분 기어코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프리킥 상황에서 최종환이 환상적인 킥으로 울산을 무너뜨렸다. 중계 캐스터의 말처럼 야신상을 받은 골키퍼가 와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그림같은 프리킥 골이었다. 울산 원정에서 기막힌 역전승을 일궈낸 인천은 광주FC를 꼴찌로 끌어내리고 드디어 '탈꼴찌'의 성공했다.

25일 열린 세 경기, 모두 '반전'

울산과 인천의 경기는 서막에 불과했다. 25일에 열린 세 경기는 모든 경기가 반전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서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강원FC의 경기가 가장 뜨거웠다. 올 시즌 상위권 팀에게 유독 약하고 홈 구장에서 부진을 거듭 중인 수원이 상승세의 강원을 맞아 고전할 것이라 예상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주포' 조나탄의 폭발적인 속도에 데뷔전을 치른 유주안의 맹활약이 더해진 수원이 강원의 수비벽을 손쉽게 허물었다. 전반 3분 만에 유주안의 크로스를 조나탄이 선제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전반 26분 이근호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곧바로 전반 29분에 곽광선이 헤더로 추가골을 터뜨리면서 수원이 한 발 앞서 나갔다.

전반 막판에는 유주안이 조나탄과의 멋진 호흡을 통해 '데뷔전 득점'을 성공시켜며 수원이 차이를 벌렸다. 그러나 강원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예 유주안의 등장과 수원의 홈 경기 부진 탈출로 쉽게 맺어질 것 같은 경기는 이근호의 활약으로 반전을 맞이했다.

전반전부터 빠른 스피드와 돌파로 수원의 수비수들을 괴롭혔던 이근호의 활약은 후반전에도 계속됐다. 교체 투입된 디에고와 함께 날카로운 공격으로 수원의 골대를 위협한 이근호의 노력은 후반 32분 결실을 맺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짧은 패스를 받은 이근호는 크로스 대신 과감한 슈팅을 시도했다. 슈팅을 시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각도와 거리였지만 이근호의 판단이 옳았다. 힘이 잔뜩 실린 슈팅은 수원의 신화용 골키퍼를 얼어붙게 만들며 수원의 골망을 갈랐다.

이근호의 맹활약에도 수원의 끈질긴 수비로 인해 강원은 후반 막판까지 2대3으로 뒤지고 있었다. 패색이 짙어진 순간 의외의 장면이 강원을 구했다. 수비 강화를 위해 교체 투입된 조원희가 자책골을 기록한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막기 위해 조원희가 머리를 갖다 댔는데, 하필 그 공이 수원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자책골을 터뜨린 조원희를 탓하기 어려울 정도로 '운이 나쁜' 골이었다. 강원 입장에서는 '운 좋은' 자책골이 후반 44분에 터졌고, 덕분에 강원은 수원 원정에서 소중한 승점 1점을 챙겨 갔다.

수원과 강원 경기 못지 않게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 FC서울과 상주 상무의 경기도 반전의 연속이었다. 홈에서 하위권 팀인 대구를 상대로 가벼운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던 전북은 전반 5분 만에 김우석에게 선제 골을 허용했다. 전북은 전반 26분 터진 에두의 동점골로 역전에 흐름을 만들었지만, 후반 초반 오히려 신창무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후반 33분 수비수 김민재의 데뷔골이 터지며 패배는 면했지만, 경기 막판 대구에게 몇 번의 결승골 기회를 헌납했을 정도로 어려운 경기를 한 전북이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상주 상무의 경기. 서울 선수들이 1-2로 역전패를 당한 뒤 고개를 숙인 채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상주 상무의 경기. 서울 선수들이 1-2로 역전패를 당한 뒤 고개를 숙인 채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서울은 지난 '슈퍼매치' 승리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무색한 역전패를 당했다. 서울은 홈에서 이석현의 골로 앞서 갔지만, 후반 6분 만에 황순민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승리가 절실한 서울은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결정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의 공격을 버티고 버틴 상주는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김호남의 극적인 역전골로 승리를 쟁취했다. 경기 내내 서울에 시종일관 밀렸던 상주의 기가 막힌 반전 드라마를 김호남이 완성시켰다.

반전의 희생양이 된 클럽의 팬들에게는 씁쓸한 주말이었지만, 올 시즌 유독 부정적인 뉴스만 접했던 K리그 팬들 대부분에게는 행복한 주말이었다. 늦었지만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K리그. 아직 절반도 마치지 않은 K리그 클래식이 앞으로 어떤 드라마를 팬들에게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케 만드는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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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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