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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하면 뭐가 생각나는지요" 라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물어보면 대다수가 '이성당' 이라고 합니다. 하기야 SNS상의 대한민국의 맛집 지도에 '이성당' 빵집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만 보더라도 그 위상은 실로 대단하다고 인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 줄 서 있는 이성당 앞을 지나가게 되면 저도 모르게 빵을 먹고 싶어 차를 세우고 '빵을 좀 살까'라고 짧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정말 먹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길게 늘어져 있는 줄을 보고 군중 심리로 인해서 먹고 싶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감성을 곧잘 지배하는 저의 이성 덕에 줄을 서는 수고는 하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빵을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빵집을 자주 찾습니다. 몇 해 전 부터는 담백한 빵보다는 단맛이 나는 빵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빵 중에서도 단팥빵, 땅콩 크림빵, 슈크림 빵을 좋아하지요.

어렸을 적엔 슈퍼마켓에서 파는 빵을 주로 먹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방부제로부터 비교적 자유스러운 '골목 빵집'을 이용하게 되었지요.

자본가들이 만들어낸 프랜차이즈 빵집이 골목마다 들어오면서부터 동네 빵집이 하나둘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저는 그래도 골목 빵집이 좋습니다.

며칠 전 회사 퇴근 후 한 빵집에 들렀습니다. 제가 이용하는 골목 빵집 중에서 가끔 가는 곳인데, 낯선 아주머니께서 빵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고정 아르바이트? 아니면 바빠서 오늘 하루만 도와주러 오신 친구분? 궁금하던 차에 "여기 사모님은 어디 가셨나 봐요"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분께서 답했습니다.

"아, 모르셨구나. 여기 사모님이 제 고종사촌 언니예요. 언니가 몸이 안 좋아져서 빵집을 그만한다길래 저희가 인수를 했어요."

 세련된 미는 없지만, 어릴적 먹던 소박함이 그대로 뭍어난 갖가지 빵이 매대에 놓여져 있다.
 세련된 미는 없지만, 어릴적 먹던 소박함이 그대로 뭍어난 갖가지 빵이 매대에 놓여져 있다.
ⓒ 이생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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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들른 빵집. 시식용 빵이 풍성하게 놓여서 여러 가지 빵 맛을 볼 수 있었던 마음 푸근한 빵집. 단골이라고 꼭 한두개씩 서비스로 빵을 넣어주고는 '또 오라'고 친절한 인사말을 날려주셨던 빵집 사모님.

다소 서운한 마음을 뒤로하고 빵을 이것저것 골랐습니다. 시식용 빵도 맛보며 허기진 배를 채워가면서 말이지요.

빵을 고르고 있던 제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새로 오신 사모님께서 물었습니다.

"이곳 빵집 단골이셨나 봐요."

상냥한 목소리는 이전 사모님과 같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왔어요. 그러면 단골 축에 속하는 거지요?(웃음)"

 오븐에서 갖 구어져 나온빵이 쟁반에서 식혀지고 있다.
 오븐에서 갖 구어져 나온빵이 쟁반에서 식혀지고 있다.
ⓒ 이생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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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쪽에서 30여 년 간 빵 장사를 하다가 사촌 언니의 부탁으로 빵집을 인수하게 됐다고 합니다. 군산에 온 지 이제 일주일밖에 안 되어서 모든 게 다 낯설다고 말씀하십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주방 일을 돌보던 사장님께서 나오셔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먼저 건넸습니다. 소탈하신 웃음과 함께 온 인사말은 낯선 이들에게 느껴지는 긴장감이 바로 사그라지는 효과를 느끼게 합니다.

 "안녕하세요." 란 말과 함께 빵에 대한 자신만의 소신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시는 사장님
 "안녕하세요." 란 말과 함께 빵에 대한 자신만의 소신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시는 사장님
ⓒ 이생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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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를 먼저 청한 사장님. 묵직하면서도 큰 손의 굳은살이 느껴져 왔습니다. 서로 간단히 인사하고, '가장 잘 만드는 빵이 무엇인가'라는 저의 질문에 사장님께서 답했습니다.

"서울에서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워서 경기도를 돌아서 아산에서 터를 잡고 빵 만드는 일을 한 지 거의 30년쯤 되네요. 가장 자신 있는 것은 크림빵과 단팥빵, 특히 튀김소부로예요. 요즘 젊은 제빵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고상한 빵도 잘 만들 수 있는데, 설비가 없어서 만들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지요."

'튀김소보로', 어디서 낯익다 했더니 대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빵집의 대명사 격이 아니던가요. 대전 유명 빵집에서 기술을 전수 받았냐고 물었더니 '제빵사는 다 할 줄 아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합니다.

제빵업에 입문한 이래로 사장님이 지금까지 가장 많이 만들었고 가장 자신 있다는 '튀김소보로'. 나도 모르게 튀김소보로를 쟁반에 몇 개 더 올려놓았습니다.

 신선함을 요하는 케익류 및 샌드위치류의 빵은 냉장실에 보관되어있다.
 신선함을 요하는 케익류 및 샌드위치류의 빵은 냉장실에 보관되어있다.
ⓒ 이생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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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 빵집은 프랜차이즈 빵집 이나 대형 빵집 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골목 빵집은 프랜차이즈 빵집 이나 대형 빵집 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 이생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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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경력 30년이면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세월입니다. 군산에서 그 유명하다는 빵집의 단팥빵 맛을 흉내 낼 수 있는지 짓궂은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그 빵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아닙니까. 백 년 가까운 경험을 가진 빵 맛과 갓 30년 넘은 '빵쟁이'의 맛을 비교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고요. 저 나름대로 말씀을 드린다면 제 빵의 본연의 맛은 제 손끝에서 나온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기계에 의지하기보다는 아직도 손으로 반죽하는 것이 제가 만든 빵의 비결이라면 비결이죠(웃음)."

빵을 고르는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애초 인터뷰를 목적으로 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많은 기록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내용만 적어봤습니다.

 군산 문화동 동네 빵집 사장님 내외분
 군산 문화동 동네 빵집 사장님 내외분
ⓒ 이생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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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에 가득히 담은 빵을 계산대에 가져갔습니다. 예전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덤으로 빵을 두 개나 더 넣어줍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배려심 있는 말씀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빵 하나는 어제 만든 거예요. 신선도가 좀 떨어질 수는 있는데 맛은 똑같으니 걱정 말고 드세요."

 오른쪽 두개의 빵은 덤
 오른쪽 두개의 빵은 덤
ⓒ 이생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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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에서 계산하고 명세서를 보니 결제 금액이 9천 원밖에 안 되었습니다. 고른 빵 숫자에 비해서 적다고 느꼈습니다. 덤으로 넣어주셨던 빵 두 개에 골목 빵집의 인심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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