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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시 가사데라(笠寺) 전철역 부근에 있는 야키니쿠 식당 장수원(長水苑)의 하루는 정오 무렵 시작된다. 가게 문을 연 70대 중반 백발 주인은 식당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손님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주인은 부지런히 고기도 나르고 빈 그릇도 치운다.

늦은 밤손님 발길이 끊긴 뒤 고기 굽던 불판까지 다 닦고 나면, 장수원의 하루는 막을 내린다. 하지만, 70대 중반 백발 주인의 또 다른 시간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식당 옆 자신만의 작업실로 가 음악을 듣고 자료를 확인하고 글을 쓴다. 불판의 시간이 지나고 음반, 즉 소리판의 시간이 온 것이다.

 재일 대중가요 연구가 박찬호씨
 재일 대중가요 연구가 박찬호씨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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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니쿠 식당 주인이자 한국 대중가요 연구가이기도 한 재일한국인 박찬호씨의 일과는 지난 3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일흔넷 나이와 몇 해 전 암 수술 여파로 예전처럼 새벽 작업을 길게 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불판과 소리판 사이를 오가고 있다.

그런 그가 오는 6월 28일에는 모처럼 장수원 실세인 부인의 양해 아래 휴가를 내고 서울 공연장 무대에 선다.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마련한 올해 상반기 기획 공연 <담담풍류(談談風流)>의 세 번째 주인공이다.

 <담담풍류> 포스터
 <담담풍류> 포스터
ⓒ 한국문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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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반락(盤樂)> 이후 6년 만에 한국문화의집에서 박찬호씨의 무대를 다시 준비한 이유는 올해 2017년이 그의 대표 저서 <한국 가요사>가 세상에 나온 지 꼭 30년이 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1987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한국 가요사>는 당시 일본 언론의 주목과 호평을 받았고, 1992년에 증보, 번역되어 한국에도 소개가 되었다.

이어 2009년에는 1945년 이전까지를 다루었던 기존 내용을 재차 증보한 것은 물론, 1945년부터 1980년까지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도 새롭게 추가해 두 권으로 간행되기도 했다. 부정확한 회고나 주관적 비판에 머물러 있던 한국 대중가요 연구는 실증적인 <한국 가요사>의 성과에 힘입어 새로운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고,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계속 유효하다.

 2009년에 출간된 <한국 가요사> 1, 2권
 2009년에 출간된 <한국 가요사> 1, 2권
ⓒ 미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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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한국인 2세 박찬호씨가 1987년 당시 한국에서조차 누구도 쓰지 못했던 시대의 노작을 내기까지는, 당연히 많은 사연과 난관이 있었다. 이번 공연 <담담풍류>는 <한국 가요사> 30년을 기념하고 그 성과를 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책과 저자의 삶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를 그야말로 담담히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다.

민족정체성 자각과 민족운동 헌신이 연구와 집필 결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굽이마다 사연과 노래가 있다. 경계인일 수밖에 없었던 재일한국인의 삶에도 가슴 저릿한 이야기와 눈물겨운 노래가 있다.

박찬호씨의 이야기와 함께 공연을 채우는 주 내용인 한국 고전 대중가요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과 백난아의 <직녀성> 등은 오리지널 SP음반이 무대에서 직접 재생되고, 고복수의 <짝사랑>과 남인수의 <울며 헤진 부산항> 등은 아코디언과 기타의 합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릴 예정이다.

일본 최고의 테너로 활약하다가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간 뒤 사람들 뇌리에서 사라진 가수 김영길, <한국 가요사>를 통해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 그 김영길의 모습과 노래는 귀중한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전설의 테너' 김영길
 '전설의 테너' 김영길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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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이 불판과 소리판 사이의 지난 세월만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 아니다. 2009년 <한국 가요사> 두 권 내용을 다시 보완해 일본어판으로 출간할 계획, <한국 가요사>의 정확한 30주년(2017년 9월)을 기념해 준비되고 있는 '박찬호 컬렉션'의 윤곽도 이번 <담담풍류> 무대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에 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한국문화의집 홈페이지 안내(관련 링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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