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시즌중임에도 과감한 선수단 개편 작업을 추진하며 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한화는 23일 포수 조인성, 투수 송신영, 외야수 이종환 등 3명의 선수에 대하여 KBO에 웨이버 공시(방출)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8일 투수 이재우, 외야수 이양기를 내보낸데 이어 이달에만 5명의 선수를 정리했다. 모두 30대를 넘긴 베테랑들이다.

한화는 최근 몇 년간 선수단 운영이 지나치게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김성근 전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는 '즉시전력감'을 핑계로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유입된 반면 반대급부로 유망주들의 유출이 늘어나며 선수단의 고령화가 심각해졌다는 평가다. 진작에 정리대상이 되었어야할 선수들도 혹시나 1군에서 쓸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하며 무리하게 잡아두는 바람에 내부 경쟁과 세대교체가 오히려 정체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시즌중 선수방출은 지난 몇 년간도 한화에서 지속적으로 있었던 일이었지만 올시즌은 의미가 좀더 남다르다. 한화는 최근 박종훈 단장 부임 이후 프런트가 팀운영의 주도권을 회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단 정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에 정리된 선수들 대부분이 모두 김성근 감독이 중용하거나 직접 데려온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고참 조인성은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2014년 6월 트레이드로 한화에 입단해 한동안 주전 포수로 활약해 왔다. 프로통산 성적만 1948경기에 나서 타율 0.252, 186홈런, 801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40대를 넘기면서 몇 년전부터 기량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고 올해 어깨부상까지 주로 재활군에 머물렀다. 한화 포수진이 이미 기존의 차일목-허도환에 최근 최재훈까지  영입하면서 입지가 줄어들었고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1군에서 말소된 상태였다.

'저니맨' 송신영은 2001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여 17시즌 동안 709경기에 등판해 1132이닝을 소화했고 60승 51패 47세이브 77홀드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2015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이적, 재기를 꿈꿨지만 한화에서는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올시즌 1군에서 5경기에 등판해 6.1이닝 평균자책 4.26을 기록했다.

대타 전문 이양기는 2003년 2차 지명으로 한화에 지명된 이래 상무 복무 시기를 제외하고 통산 12시즌을 한화에서만 활약했으나 한번도 주전으로 뛰어본적이 없고 통산 성적도 309경기에서 180안타 6홈런 75타점 타율 .264에 그쳤다. 지난 2016년 말 김성근 전 감독이 뜬금없이 이양기를 "김태균의 후계자가 될만한 잠재력을 지닌 선수"로 평가함으로서 잠시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으나 정작 이양기는 김태균보다도 1살이 더 많다. 마지막 시즌이 된 올해도 17경기에서 타율 .227 3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채 유니폼을 벗게 됐다.

최근 한화를 둘러싼 일련의 선수단 개편 행보는 팀 재정비를 위하여 불가피한 상황임에는 틀림없지만 시점 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없지않다. 늦어도 지난 겨울에는 반드시 단행했어야할 현안들이 너무 지체된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세대교체와 리빌딩은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한화의 오랜 숙원이었다. 한대화-김응용 전 감독 시절을 거치며 비록 팀 성적은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내부 육성을 통하여 조금씩 리빌딩의 기틀을 잡아나가던 상황이었다. 그런 흐름을 한번에 뒤집어버린 것이 바로 김성근 감독의 등장에서 비롯됐다.

김 전 감독은 체질 개선과 성적 향상을 핑계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즉시전력감 선수들을 외부 FA 영입과 트레이드 등으로 대거 끌어모았다. 이 과정에서 한화의 선수단 평균 연령과 몸값이 크게 폭등했고 한화는 졸지에 최고령-최고연봉팀이 됐다. 공들여 쌓아오던 1,2군의 체계적인 선수육성 체제까지 무너지면서 유망주들마저 줄부상-이적 릴레이가 이어지며 한화는 졸지에 미래가 없는 팀으로 전락했다.

한화에서 자리를 잡지못하고 떠난 선수들중 최근 다른 팀에 가서 펄펄 날고 있는 선수들의 소식은 한화 팬들의 속을 더욱 쓰리게 했다. FA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기아로 건너간 임기영은 올시즌 KBO 정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김민수, 김태완, 노수광, 오준혁, 조영우 등도 김 전 감독 시절 한화를 떠나 다른 팀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들이다. 반면 한화에서 올해 부활한 배영수나 이성열같이 성공사례도 없지는 않지만,  FA 최악의 먹튀로 전락한 송은범이나 최근 방출당한 이종환같이 본전 생각이 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한화가 이미 지난해 프런트야구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1,2군 운영의 분리, 현장과 프런트의 역할 분담을 천명했을 때부터 구단이 원하는 방향성은 분명했다. 하지만 한화는 정작 지난 2년여간 구단 운영에 있어서 가장 큰 '적폐'를 초래했던 김성근 감독의 계약기간을 1년 남기고 유임하기로 결정해 분란의 씨앗을 남겼다. 우려한대로 김 감독과 프런트는 지난 겨울부터 끊임없는 엇박자를 드러냈고 이는 한화가 추진해야할 구단 정상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결과로 나타났다.

지속적으로 구단과 갈등을 빚던 김 감독은 결국 지난 5월에야 자진사퇴같은 경질로 구단을 떠났고 한화는 이후 이상군 감독대행체제를 거치며 성적부진과 선수단 분위기 수습이라는 후유증을 치러야했다. 결과적으로 한화의 지금 행보는 '김성근 색깔 지우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모습이다. 어차피 이렇게 갈 수박에 없는 수순이었다면, 적어도 지난 겨울 일찌감치 노선이 다른 김 감독과 깔끔하게 결별하고 선수단 재정비에 나섰더더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한화는 최근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강승현과 김태연, 최재훈같이 젊은 선수들이 최근 1군에서 깜짝 활약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지금도 베테랑들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이들에게 돌아올 기회는 그만큼 미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화는 최근의 선수단 개편으로 등록선수를 62명까지 줄였다. 하지만 아직도 본격적인 팀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 구단 정상화를 위하여 살생부를 꺼내든 한화 구단의 다음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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