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란


지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받은 <폭력의 씨앗>(2017)은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행태를 고찰하고자 하는 독립영화다. 군부대 내 폭력을 다룬 대표적인 영화로는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2005)를 꼽을 수 있는데, <용서받지 못한 자>가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주로 다뤘다면, <폭력의 씨앗>은 군 폭력과 함께, 주인공 주용(이가섭 분)의 누나(김소이 분)가 겪는 가정 폭력의 문제도 환기하고자 한다.

주용과 그의 후임 필립이 선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사회 고발 프로그램 혹은 <용서받지 못한 자>, 연상호 감독의 독립 애니메이션 영화 <창>(2012)에서도 등장한 장면이다. 주용의 누나가 남편에게 학대를 받는 장면 또한 이러한 소재를 다룬 한국영화에서 흔히 보였던 일종의 클리셰를 답습한다. 내용으로 보면 <폭력의 씨앗>은 군부대 내 폭력과 가정 폭력을 나란히 놓고자 하는 시도 외에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 영화다.

그래서 <폭력의 씨앗>의 임태규 감독은 보통 영화들이 선호하는 16:9 화면 비율이 아닌 좁디좁은 4:3 화면 비율, 영화 장면의 상당수를 핸드헬드(카메라를 손으로 드는 것) 촬영으로 소화해내며, 이 영화만의 독특한 미장센으로 승부수를 걸고자 한다. 4:3 화면 비율, 핸드헬드 촬영, 감독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철저히 인물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연출 기법을 보여준 영화는 스타일적인 면에 있어서 흡사 <사울의 아들>(2015)의 여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군 폭력과 가정 폭력(<폭력의 씨앗>, 유대인 학살(<사울의 아들>)이라는 소재만 다를 뿐, 한 개인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현장을 다뤘다는 부분도 유사하다.

ⓒ 찬란


감독의 뚝심으로 승부수를 펼치다

내용이나 스타일적인 면에서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굳이 4:3 화면 비율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서도 뚜렷한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폭력의 씨앗>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폭력의 양상을 극 영화라는 허구 세계로 빗대어, 세밀하게 관찰하고자 하는 힘이 느껴진다. 이러한 감독의 뚝심이 빚어낸 긴장된 충돌들이 종종 피로함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사실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곳곳에 일어나는 안타까운 현실이기에 외면하고 싶어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핸드헬드 촬영과 배우의 행동을 고스란히 관찰하는 연출 덕분에 흡사 군부대 폭력을 다룬 리얼 다큐멘터리를 보는 효과도 동시에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주의 연출을 통해 감독이 관객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폭력은 특정한 개인의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비극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에 갇혀있는 개인은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을 둘러싼 문제를 타개해 나가야만 할까. 그것은 누구도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대상 및 CGV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수상하며, 한국독립영화의 기대작으로 주목받는 <폭력의 씨앗>은 지난 20일부터 7월 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한국 독립영화 신작전: 관찰과 개입' 특별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30일, 7월 2일 상영 이후에는 영화사 찬란 배급을 통해 극장 개봉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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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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