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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헌법을 통틀어 국민의 순수한 의무규정은 제38조 납세의 의무와 제39조 국방의 의무 밖에 없다. 교육이나 근로의 의무도 있으나 이는 의무임과 동시에 권리이며 강제성도 없어 상징적 의무에 불과하다. 하지만 납세나 국방의 의무는 불이행시 국가에 의한 직접강제가 이루어진다.

납세는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행위다. 세금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돈을 벌면 소득세를 받는다. 돈을 써도 세금을 받는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마다 10%의 부가가치세를 낸다. 때로는 금을 그어 놓고 이를 넘어왔다며 세금을 받기도 한다. 관세청은 관세선을 그어놓고 물건이 선을 넘어오면 관세를 부과한다. 면세점의 물건이 저렴한 이유는 관세선 밖에 위치해 관세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돈을 공짜로 주어도 증여세라는 세금을 받는다. 국가는 이처럼 국민이 돈을 벌어도 써도 남에게 주어도 세금을 받는다.

세금은 왜 내는 것일까. 대부분 돈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거나 택시를 이용하고 돈을 내는 것처럼 재화(물건)나 용역(서비스)의 대가로 지불한다. 그런데 세금에는 대가성이 없다. 국가가 국방이나 치안유지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세금이 서비스의 대가라면 세금을 많이 내는 이에게는 많은 서비스가,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적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의 서비스는 세금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제공된다. 심지어 세금을 내지 않는 이에게도 국가 서비스는 제공된다. 세금과 국가 서비스 사이에는 대가관계가 없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권리를 징수권이라 한다. 징수권의 정당성을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이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정도가 가장 타당한 이유다. 다르게 설명하면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은 권력이기 때문에 세금을 걷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직폭력배가 상인들로부터 보호비를 받는 것과 국가가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받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행위다. 다만 국가는 정당한 권력임에 반해 조폭은 정당성이 없는 권력이라는 점, 국가는 받은 돈을 국민들의 감시 하에 올바르게 사용하지만 조폭은 자신들 마음대로 사용한다는 점, 국가는 원리와 원칙에 따라 돈을 걷지만 조폭은 마음 내키는 대로 걷는다는 점에서 하나는 세금이 다른 하나는 갈취가 된다. 반대로 해석하면 국가라 하더라도 정당한 원칙에 따라 돈을 받고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세금이 아닌 갈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세금을 정당한 원칙에 따라 징수한다는 것은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세금의 공평한 부과일 것이다. 세금을 공평하게 부과한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부담한다는 것을 뜻한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세금부담 능력이 크기 때문에 많은 세금을 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적은 세금을 내야한다. 이에 더해 세금을 능력에 따라 부과해야 하는 이유로 세금이 가진 소득재분배기능을 들 수 있다.

경제력의 편중은 자본주의가 지닌 대표적인 한계다. 돈이 많은 사람의 재산은 점점 더 불어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재산은 점점 더 줄어드는 문제다.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빈부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이에게 많은 세금을 걷어 그렇지 않은 이에게 사회복지 서비스 등의 형태로 돌려준다면 소득재분배의 효과가 발생한다. 조세부담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면 소득재분배기능도 충실해질 수 있게 된다.

소득세와 재산세는 조세부담능력에 따라 부과하는 대표적인 세금이다. 이러한 세금을 직접세라고 한다. 직접세는 국가가 납세의무자에게 직접 세금을 징수하는 세금이다. 반대로 납세의무자에게 국가가 직접 세금을 징수하지 않는 세금도 있는데 이를 간접세라고 한다. 부가가치세가 대표적이다. 국민들은 일부 면세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물건을 살 때 10%의 부가가치세를 국가가 아닌 판매자에게 낸다. 판매자는 소비자로부터 징수한 부가가치세를 모아 다시 국가에 납부한다. 국가가 납세의무자(소비자)에게 직접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아닌 원천징수의무자(판매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세금을 징수하기 때문에 이를 간접세라고 한다.

부가가치세에서 알 수 있듯 간접세는 소득이나 재산의 정도가 아닌 소비행위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에 과세부담능력에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세금 중 간접세의 비중이 높을수록 공평하지 않은 과세가 될 가능성이, 반대로 직접세의 비중이 높을수록 공평한 과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한국은 전체 국세 중 간접세의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 그만큼 소득과 재산의 크기와 조세의 부담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간접세는 조세저항이 거의 없다. 물건을 살 때 마다 10%의 부가가치세를 내지만 납세행위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세금을 낸다는 사실 조차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에 더해 세금이 물건 값에 포함되어있어 탈세의 가능성도 전혀 없다. 반면 직접세는 조세저항이 매우 크다. 직장인들은 매월 월급명세서를 받을 때마다 급여 중 세금으로 빠져나간 금액을 눈으로 확인한다. 사업자들은 정기적으로 직접 소득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한다. 세율변동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고 다양한 탈세행위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국가에게는 조세저항이 심한 직접세 보다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수월하게 걷히는 간접세가 훨씬 매력적인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국가는 전체 세수 대비 간접세의 높은 비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전격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했다. 법인세는 기업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직접세 중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금이다. 반면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에 포함 되에 걷히는 간접세인 담뱃세를 큰 폭으로 올렸다. 담뱃값은 한 갑에 2500원에서 4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를 통해 증가된 세수는 2015년 약 3조 5천 억 원, 2016년 약 5조 2천 억 원이었다. 담뱃값이 오르자 많은 이들이 담배를 끊었지만 중독성이 강한 기호식품인 담배의 특성에 따라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2015년 보다 2016년의 세수가 1조 7천 억 가량 증가한 이유다.

간접세의 높은 비중이 가진 더 큰 문제는 세금의 역진성이다. 직접세는 대부분 누진세다. 소득을 구간별로 나누고 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시킨다. 고소득자의 세율이 저소득자 보다 높은 이유다. 반면 간접세는 비례세다. 물건을 산만큼 부가가치세를 내고 담배를 피운 만큼 담뱃세를 낸다.

그런데 소비는 한정되어있어 소득과 재산이 많다고 그에 비례하여 많은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소득이 적어도 생활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소비가 있기 때문에 소비를 무한정 줄일 수는 없다. 때문에 간접세에서는 세금의 역진성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연봉이 1억인 직장인이 1년에 1,000만 원을 소비하였다면 100만원의 부가가치세를 내게 된다. 소득 대비 세금부담률은 1%다.

반면 연봉이 5,000만 원인 직장인이 1년에 800만 원을 소비하여 80만원의 부가가치세를 냈다면 소득 대비 세금부담률은 1.6%가 된다. 오히려 소득이 적은 사람이 소득대비 더 높은 비율의 세금을 내는 것이다. 결국 전체 세수 중 간접세의 비중이 커진다면 빈부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세금의 소득재분배 기능까지 고려한다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국가의 세금이 조폭의 보호비와 다른 이유는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금의 정당성은 평등한 부과를 통해 얻어진다. 지금과 같이 전체 세수 중 간접세의 비중이 높다면 세금은 있는 자에게 적게, 없는 자에게 많이 부과되게 된다. 세금이 오히려 빈부격차를 부추기는 격이다. 국민들은 없는 자에게 더 많이 걷는 세금에 정당성을 부여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금과 보호비는 다르지 않은 것이 되고 만다. 국가가 조폭이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 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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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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