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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홍성교회에 있는 다문화 도서관을 찾은 박원순 시장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새홍성교회에 있는 다문화 도서관을 찾은 박원순 시장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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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고 글을 쓰면 기자지 뭐. 나도 전에 기자를 했어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소개하자 박원순 시장이 기자에게 스스럼없이 건넨 말이다. 박 시장은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깐깐한 분'으로 통한다. 하지만 시민에게로 온 박 시장은 권위를 벗어 던진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다.  

지난 22일, 충남 홍성군을 찾은 박 시장은 홍성군청과 홍동면 밝맑도서관, 새홍성교회 등을 들러 군민들을 만나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박 시장은 홍성군민들과의 만남에서 특유의 입담으로 교육관과 농촌 및 환경에 대한 생각, 심지어 세계관까지를 두루 이야기했다.

박 시장은 홍성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새홍성교회에 있는 다문화도서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간담회 진행은 홍성YMCA 정재영 사무총장이 맡았다.
 
박 시장의 '탈권위'는 첫째로 공감 능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반드시 서울이 아니더라도 지방 도시에서 모범이 되면 그것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가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성에는 "지방의 화두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닌 사람들이 많다.

다양한 농업 실험이 이루어지는 홍동의 유기농업인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일부 시민운동가 중에는 동물복지의 전국화를 꿈꾸는 경우도 있다(동물복지 활동가 임소영). 또 지역의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방법을 찾아 전국으로 확산시켜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지닌 소시민들도 있다(홍동쓰레기문제연구소). 박 시장은 홍성 사람들의 이런 꿈을 알고 있었을까.

박 시장은 청년들이 도시에서 시골로 오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올 수가 없는데, 해결책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은 홍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문제"라며 앞으로 도시와 농촌이 함께 풀어야 과제라고 말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실험(혹은 모험)이다. 박 시장은 "고속성장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선언한 뒤 "한국은 좀처럼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라며 국가는 청년들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말을 직접 들어 보자.

"한국은 재벌을 키워 고속성장을 이루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끝났다. 문제는 대기업은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핀란드 경제가 탄탄한 것은 수많은 중소기업이 있어서다. 우리나라에선 중소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국가가 자본을 재벌 기업에 몰아주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살아남기가 어려운 것이다." 

"한국 청년들은 우수하다. 그러나 한번 실패를 하면 영원히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실패의 요람이다. 처음부터 성공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실패하면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의 실험 정신은 교육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수능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을 만들어야 자기실현을 할 수 있다. 교육은 청소년기의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혁신학교가 필요하다. 마을이 학교이고, 학부모들이 교사가 되는 열린 학교이다. 교육이 교실 안에서 박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꿈꾸는 무지개 같은 다양한 꿈을 주도적인 학습에 의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박원순 시장과 홍성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과 홍성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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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신고자, 후하게 보상해야"

셋째는 소신 발언이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확실한 두 가지가 있다"며 징벌적배상제도와 내부고발자 혹은 부조리를 고발하는 시민과 단체에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시장이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징벌적배상제도가 필요하다. 고의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패가망신시킬 수 있는 정도의 징벌을 가해야 한다.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중략). 정부가 부패해 국고를 손실하는 것이 발견되면 누구나 신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신고 내용이 사실로 입증되면 예방(손실 방지)된 예산의 25%를 신고자에게 주는 방법이다. 국방이나 환경 관련 사업에는 수천억짜리의 프로젝트가 많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잡아 신고해도 신고자는 수십억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시민단체(고발자)들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물론 박원순 시장에 대한 호불호는 있다. 그럼에도 그가 깐깐한 서울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재선을 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서는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홍성주민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박 시장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태그:#박원순 , #홍성방문 , #박원순 홍성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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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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